당시 오타니 영입전에서 최종 후보로 남았던 팀 중 하나가 바로 토론토였다. 오타니 측이 토론토의 스프링트레이닝이 열리는 미 플로리다주 더니든을 실사할 정도였다. 당시 토론토는 사장·단장·감독이 플로리다로 모두 날아가 레드카펫을 깔았다. 오타니에게 토론토 구단 모자도 선물하고, 심지어 반려견에게 줄 선물까지 준비할 정도였다. 하지만 오타니는 토론토를 선택하지 않고 다저스와 계약했다.
오타니가 토론토행 비행기를 탔다는 보도까지 나오는 등 토론토 팬들의 기대는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오타니는 오지 않았고, 토론토 팬들은 기만을 당했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 과정에서 오타니가 잘못한 것은 별로 없었다. 죄가 있다면 여러 팀을 꼼꼼하게 살핀 것 하나였다. 하지만 막상 토론토 팬들은 그 당시를 잊지 않고, 오타니의 로저스 센터 방문을 맞이해 야유를 퍼부었다.
오타니는 25일(한국시간)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월드시리즈 1차전에 선발 1번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예상대로 오타니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토론토 팬들의 야유는 그 데시벨이 가공할 만했다. 특히 9회 오타니를 향해 “너 따위 필요 없어(We don't needd him)”라고 합창한 것은 장관이었다. 오타니 없이도 월드시리즈에 왔고, 다저스를 이겼다는 자부심이었다.
WPA는 각 플레이가 팀의 승리 확률을 얼마나 높이거나 낮췄는지를 계산한다. 득점 상황, 이닝 상황 등을 모두 고려한다. 같은 1점 홈런이라고 해도, 팀이 0-10으로 뒤진 상황에서 나오는 것과 1-1로 맞선 9회 터지는 끝내기 홈런은 WPA가 완전히 다르다. 같은 삼진이라고 해도 1회 선두타자 삼진은 팀의 승리 확률에 별다른 영향이 없는 반면, 동점으로 맞선 9회 2사 만루에서 당하는 삼진은 팀의 승리 확률은 크게 깎는다.
‘팬그래프’가 집계한 이날 오타니의 WPA는 -0.115였다. 이는 이날 선발 투수로 5이닝 5실점으로 무너진 블레이크 스넬(-0.194), 그리고 두 번째 투수로 스넬을 구원했으나 덩달아 무너진 에밋 쉬핸(-0.152)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마이너스였다. 7회 투런포는 2-11로 뒤진 상황에서 터진 것이라 다저스의 승리 확률을 종전 0.2%에서 0.5%로 단 0.3% 높인 것에 불과했다.
조지 스프링어는 “결국 오타니는 믿을 수 없는 야구 선수다. 그가 어떤 팀에 있는 훌륭하다. 다만 그는 저곳(다저스)에 있고, 여기(토론토)에는 없다”고 이적 당시 논란을 어느 정도 고려한 듯 말했다.
이제 오타니가 이 수모를 갚는 일만 남았다. 1차전에서 4-11로 일격을 당한 다저스는 26일 오전 9시(한국시간) 열릴 2차전에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앞세워 설욕을 노린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 있는 다저스라고 해도 1·2차전을 모두 내주면 타격이 크다. 토론토는 에이스 케빈 가우스먼이 등판해 홈 2연승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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