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 뉴스1 |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24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북미회담'을 위한 결단을 촉구했다.
정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1%의 가능성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심정"이라며 "북미 양 정상이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결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도 회동 의사를 이미 밝혔고, 지난 8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올해 안에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고 싶다고 했다"며 "김 위원장도 이미 최고인민회의에서 '비핵화에 대한 집착을 떨쳐버린다면 평화공존을 주제로 만날 용의가 있다'고 했는데 그 역시 회동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물론 쉽지 않다. 시간 문제나 촉박한 일정, 장소 문제가 있다"며 "사실 지난 2019년 6월 30일 남쪽 구역 자유의 집에서 북미 회동이 32시간 만에 가능했던 것은 경호 의전 문제 등이 비교적 용이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상호주의 원칙으로 보면 또다시 자유의 집에서 하기는 어렵지 않겠나"라면서도 "실무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시대적 책무, 엄중한 과제 앞에 그런 것들은 사소한 문제로 치부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결국 양 정상의 결단 문제"라며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번에 방한하면 또다시 한국을 찾게 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게 될 텐데 다른 시간에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은 아마 실무적으로 많은 준비와 논의를 거쳐야 할 것이기 때문에 이번보다 훨씬 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 "본인을 '전쟁을 시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끝내는 사람', '피스메이커' 등으로 강조해왔고, 8번의 전쟁을 끝냈다고 얘기했는데 9번째로, 끝난 지 오래된 72년 된 전쟁을 진정 끝낼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APEC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북미 정상회동이 이뤄진다면 한반도가 평화공존의 시대로 또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이 정착되는 전환되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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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판문점 일대 '미화 작업' 등 주변 정리…올해 처음 관찰"
정 장관은 APEC을 앞두고 북측 건물인 판문각 일대에서 '미화 작업'이 포착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북쪽은 북쪽대로 판문각 지역에 미화 작업 등 주변 정리를 하고 있다"며 "1년여 동안 없던 동향이며, 올해 들어 처음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또 김 위원장도 지난달 최고인민회의 이후 메시지 관리를 하고 있다면서 "미국에 대한 신경을 쓰고 있으며, 여러 가지 그런 징후와 단서들을 종합해 보면 만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관련해선 "여러 분석이 있는 것 같다"며 "물론 미사일을 쏜 것은 부정적인 신호로 볼 수도 있지만, 그것 또한 나름대로 북한의 계산된 행동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PEC에 북한이 참가하지 않는데, 이 문제를 외면하지 말라는 주의 환기의 계산일 수도 있겠다"고 덧붙였다.
정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시 우리 정부의 역할에 대해선 "대통령께서도 지지하고 지원하겠다고 말한 만큼 차량, 통신 등 여러 분야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질 경우를 대비해 할 일을 다 하고 있다"고 했다.
북미회담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와 관련해선 "두손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처럼 어긋나면 양측에 다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그러면서도 "두 지도자 모두 통이 큰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보통 사람의 상상을 뛰어넘기 때문에 그 점도 긍정적인 요소라고 본다"며 "이번 기회를 놓치고 다음을 기약한다는 것은 양측 모두에게 득이 될 것이 없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라는 노심초사하는 마음에서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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