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서울시교육청 |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정치기본권은 내 소신"이라며 교원의 정치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경쟁 완화와 대입 제도 개선을 위해 학교 내신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교육감은 지난 23일 출입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취임 이후 1년 간 성과를 돌아보며 이같이 말했다.
정 교육감은 "우리의 모든 인권 중 가장 중요한 게 생명권이듯 정치기본권의 가장 중요한 것은 표현의 자유"라며 "대한민국은 엄청난 선진국일 뿐만 아니라 교육 선진국이다. 그런 나라에서 가장 미개한 제도가 (교원의) 정치기본권을 하나도 주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기본권 보장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줄이기 위해 '정당 가입' 등 이견이 첨예한 내용은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육감은 "사회적 갈등 비용을 최대한 줄이면서 정치기본권을 안착시키는 방안은 무엇일지 고민했다"며 "소위 말하는 정당과 관련된 부분은 국민적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사회적 혼란을 줄이며 안정적으로 정치기본권이 주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미래지향적이면서 동시에 사회적인 합의가 가능한 수준은 어떤 것인가' 하는 부분은 정치권이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의 상대평가가 학생 간의 경쟁을 부추긴다고 지적하며 절대평가로 나아가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절대평가로 전환할 경우 일반 고등학교와 특수목적고등학교(특목고)·자율형사립고(자사고)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이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교육감은 "내신에 의한 제도가 상대평가로 돼 있어 그것이 가져오는 끊임없는 문제가 가까운 친구를 경쟁자로 만드는 요소가 있다"면서도 "문제는 (내신 절대평가화는) 특목고와 자사고가 유리해진다. 이를 견제하는 장치가 내신 상대평가 제도인데 절대평가로 가게 되면 그 문제가 생긴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자사고와 특목고를 폐지해야 하나'는 기자의 질문에 정 교육감은 "폐지라는 말은 폭력적인 것 같고 점차 그 부분을 줄여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며 "특목고나 자사고 문제는 완전 폐지라고 할 수 없지만 그 문제가 절대평가 전환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어떻게 하면 자연 감소와 폐지의 중간 정도 수준을 유지하는 게 좋을지 고민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무리 옳다고 해도 시민사회가 동의하지 않으면 속도를 늦추거나 설득을 해야 한다"며 "일반학교와 특목·자사고도 긴밀히 연결돼 있어 파편적으로 외과수술적 방식으로 하면 문제가 생긴다"고 신중하게 말했다.
일선 학교에서 큰 부담으로 떠오른 고교학점제에 대해서는 "고교학점제 취지에 맞게 대학입시 제도가 바뀌어야 하고 충분한 교원이 확보돼야 한다"고 했다.
정 교육감은 취임 후 1년을 돌아보며 "학생 안전을 잘 지켜낸 것이 지난 1년의 가장 중요한 성과"라고 했다. 그는 "(비상계엄 이후) 서너 달 동안 시위대가 옮겨가며 학생 안전 문제가 상당히 중요했다"며 "사고가 나지 않았고 학생 안전을 무사히 잘 지켜냈다"고 했다.
이와 함께 △서울학습진단성장센터 설립 △서울 학생 마음건강 증진 종합계획 발표 △특수교육 분야에서의 진전 등이 주요 성과로 꼽혔다. 특히 특수학교 설립과 관련해 정 교육감은 "양천구 또는 금천구에 특수학교를 하나 더 만들 계획이 있다"며 "구체적으로 땅을 물색해 보라고 했다"고 했다.
지난 1년 중 아쉬웠던 점으로는 예산 축소와 교원 감축 등을 언급했다. 학생 자살과 관련해서는 정 교육감은 "(올해 자살한 학생 수가) 아직 작년 숫자를 넘기진 않았다. 작년 수준을 넘지 말라고 매일매일 기도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정 교육감은 "한국 교육을 끌어가는 중요한 에너지가 서울시교육청에서 나오고 있다"며 "긍지를 가지고 일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자신감을 전했다.
내년 교육감 선거 출마를 묻는 질문에는 "때때로 사람이 살다보면 아주 좋게 표현하면 역사가 부르는 소리가 들릴 때가 있다"며 "저는 사회학자기 때문에 사회가 부르는 소리가 들리나 안 들리나, 나아가면 우리 역사가 나를 필요로 하나 그런 판단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