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등 주변국 고위급 경주로 집결…대북정책 주파수 맞출 기회
'北과 밀착' 중·러 상대 외교전 주목…트럼프-김정은 만남 가능성도 여전히 관심
'北과 밀착' 중·러 상대 외교전 주목…트럼프-김정은 만남 가능성도 여전히 관심
김정은, 장갑방어무기연구소ㆍ전자무기연구소 지도 |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한반도 문제와 얽힌 핵심 국가들이 이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경상북도 경주로 집결한다.
북한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행사에 중국과 러시아뿐 아니라 동남아 여러 나라의 고위 인사를 안방으로 불러들여 올라간 위상을 과시했는데, 이번엔 한국이 대형 외교 이벤트의 호스트가 된 것이다.
한국은 물론 미국, 중국, 일본 등 한반도 주변국 정상들이 모처럼 모이는 만큼 한반도 문제가 어떻게 다뤄질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일주일 앞둔 지난 22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수 발을 발사하며 APEC 정상회의에 초대받진 못했지만 핵보유국 위상을 자처하는 역내 파워하우스로서 존재감을 부각한 상태다.
한국으로선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로 역내 불안정 지수가 높아진 상황에서 한반도 긴장 완화에 대한 각국의 지지를 확인하는 한편 동력이 많이 떨어진 북한 비핵화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계기로 삼으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29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선 북한 비핵화라는 공통의 목표를 재확인하고 북한을 대화로 나오게 할 방안이 협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북한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두는 한반도 정책이 변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한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보유국)로 지칭해 파장이 일기도 했다.
핵능력이 있다는 군사적 의미에서 사용했다는 설명이지만, 이번 기회에 한미가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재확인하는 등 대북정책의 주파수를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와의 첫 한일정상회담도 경주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양국 간 그간의 철저한 대북 공조와 한미일 협력 강화 기조를 다시 확인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가장 큰 관심은 최근 북한과 관계를 회복한 시진핑 주석의 입에서 어떤 메시지가 나오느냐다.
중국은 한반도 정책에 변함이 없다곤 하지만 최근 들어 공개적으로는 북한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북한과 서먹한 사이로 지내다가 지난달 중국 전승절 행사 계기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하며 대외적으로 친밀한 모습을 연출했고, 북중러 정상이 망루에 나란히 서서 중국 무기 향연을 지켜보는 3국 연대를 과시하기도 했다.
한국은 시진핑 주석이 2014년 이후 11년 만에 방한하는 계기에 열릴 한중정상회담에서 중국이 북한 편으로 지나치게 기울지 않고 북한 비핵화를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경주 보문호서 APEC 기념 멀티미디어쇼 개최 |
북한의 혈맹으로 거듭난 러시아의 고위 인사가 이번 회의를 계기로 방한하는 것도 주목할 포인트다.
러시아는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대신 알렉세이 오베르추크 국제문제 부총리를 필두로 한 대표단을 보낸다.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등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런 러시아의 입장이 당장 달라질 가능성은 없지만, 북한 비핵화에 동력을 다시 불어넣기 위해선 러시아의 역할이 중요해 크게 악화한 한러관계를 이번 기회에 어느 정도 관리해 둘 필요는 있다.
지난달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한러 외교장관회담이 열렸는데, 정부는 이번에도 오베르추크 부총리와 양자 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회담이 성사되면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러시아가 북한에 핵·미사일 핵심기술을 제공하는 '레드라인'을 넘지 말도록 거듭 경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최대 관심사는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등장할지다.
현재까지 드러난 이렇다 동향은 없지만 북미 정상의 깜짝 회동 가능성이 계속 거론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때인 2019년 6월 29일 일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 중 트윗을 올려 김 위원장에게 '판문점 회동'을 제안했고, 이튿날 만남이 전격 성사된 바 있다.
한미 외교가에선 이번에 북미 정상 간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날 생각이 있어 보이지만, 김정은이 이에 응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많다.
중·러를 뒷배로 확보한 북한 입장에선 대화의 조건으로 내건 '비핵화 의제 제외' 요구를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은 상황에서 급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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