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비즈 언론사 이미지

삼성전자 첫 ‘XR 기기’ 출시했지만 OS 이어 AI 구글에 종속

조선비즈 심민관 기자
원문보기

삼성전자 첫 ‘XR 기기’ 출시했지만 OS 이어 AI 구글에 종속

서울맑음 / -3.9 °
그래픽=손민균

그래픽=손민균



확장현실(XR)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구글 종속이 심화될 전망이다.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의 경우 구글의 인공지능(AI) ‘제미나이’와 삼성 AI ‘빅스비’가 함께 탑재되지만, 삼성이 지난 22일 출시한 XR 신제품에는 구글 제미나이만 탑재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XR 콘텐츠 확보를 위해 구글 AI 중심으로 방향을 잡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이 10여년 전 자체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타이젠’을 개발했음에도 이를 탑재하지 않고 구글 OS에 종속된 전례가 XR 시장에서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갤럭시 XR’은 반쪽짜리 ‘갤럭시 AI’… 구글 제미나이만 탑재

2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첫 XR 기기 ‘갤럭시 XR’에 삼성 AI 소프트웨어 빅스비가 미탑재됐다. 대신 구글 제미나이만 들어갔다. 빅스비가 빠진 반쪽짜리 ‘갤럭시 AI’가 탑재된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 AI는 갤럭시에서 이용하는 AI를 통칭하는 말”이라며 “기존 갤럭시 스마트폰에는 삼성 빅스비와 구글 제미나이 두 가지 AI 소프트웨어가 들어가지만, 이번에 출시한 갤럭시 XR에는 구글 제미나이만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XR에 자사 AI를 넣지 않은 건 XR 콘텐츠 확보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XR의 성공 여부는 다양한 콘텐츠 확보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 입장에선 자사 AI를 빼자는 구글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 AI 미탑재로 향후 XR 사용자 데이터를 구글이 독점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삼성이 XR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수록 구글 AI와 모바일 서비스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그 과정에서 삼성 XR 사용자 데이터 대부분이 구글에 넘어간다는 것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삼성 XR의 각종 서비스가 실질적으로 구글의 데이터 종속으로 이어지며, 플랫폼과 데이터의 종속이 심화되는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 빅스비 스마트폰 탑재 고집한 삼성… XR은 쉽게 포기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AI 소프트웨어 사업 기회를 너무 쉽게 포기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구글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삼성 AI 생태계를 확장해온 그동안의 행보와 상반된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이 2017년 빅스비를 ‘갤럭시S8′에 탑재했을 때도 구글의 견제가 거셌다. 미국 투자분석업체 에디슨인베스트먼트리서치(에디슨리서치)에 따르면 구글과 삼성이 2014년 맺은 특허공유 계약에는 구글이 안드로이드에 탑재하는 유사한 서비스를 스마트폰에 넣을 수 없다는 조항이 있었다. 이를 빌미로 구글이 삼성에 빅스비 미탑재를 압박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구글 어시스턴트는 빅스비와 유사한 AI 서비스였다.


하지만 삼성은 구글과 긴 협상 끝에 구글 어시스턴트와 삼성 빅스비를 모두 갤럭시S8에 탑재하는 쪽으로 합의를 도출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당시 삼성이 애플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쪽에서 모두 사업 수익을 내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 때문에 구글과 팽팽히 맞섰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또다른 전자업계 관계자는 “XR 기기에서 삼성 AI의 부재는 자사 AI 생태계 확장을 포기한 것을 의미한다”며 “삼성이 하드웨어 회사로 전락할까 우려된다”라고 했다.

◇ 자체 개발 OS ‘타이젠’ 포기한 삼성… XR에서 재현될까 우려

삼성이 갤럭시 XR에 자사 AI 탑재를 포기하자, 과거 스마트폰에 넣으려고 개발한 독자 OS ‘타이젠’의 사례도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구글로부터 스마트폰 OS 독립을 위해 타이젠 OS 기반 스마트폰을 2015년 출시했다. 하지만 타이젠 이용자 확대 어려움 등으로 인해 2017년 ‘Z4’ 모델을 끝으로 독자 스마트폰 OS 전략을 사실상 종료했다. 이후 삼성은 구글과의 협업을 확대하며, 구글의 안드로이드 OS와 모바일 서비스에 의존하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소프트웨어업계 관계자는 “당시 타이젠은 구글 안드로이드에 견줄 수 있는 우수한 OS로 평가됐지만, 삼성이 갤럭시 스마트폰에 탑재를 못해 생태계 확장에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삼성 스마트폰 OS는 100% 구글에 종속됐지만 AI 만은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려고 삼성이 노력한 걸로 안다”고 했다.

김용석 가천대 석좌교수(전 삼성전자 상무)는 “XR 기기가 새로운 하드웨어 플랫폼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 결국은 데이터와 콘텐츠가 중요해질텐데 구글에 AI마저 종속돼선 안된다”면서 “갤럭시 스마트폰에 퀄컴과 엑시노스 두 개의 칩을 채택하듯이 XR도 삼성이 자체 개발한 AI를 탑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은 4년 전 구글에 XR 프로젝트를 제안하며 개발을 시작했고, 사용자에게 최상의 XR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개발 초기 단계부터 구글, 퀄컴과 긴밀히 협력하며 원팀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며 “파트너사들과의 상호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XR 생태계의 확장을 가속화하겠다”라고 했다.

심민관 기자(bluedragon@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