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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롱·욕설' 국감에도 윤리위는 개점휴업… 의원들 쇼츠 후원금 장사만 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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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롱·욕설' 국감에도 윤리위는 개점휴업… 의원들 쇼츠 후원금 장사만 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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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대법원 현장 국감' 쇼츠 9만 뷰
조요토미 희대요시 최혁진 후원금 달성
박정훈 '국민찌질이' 쇼츠 최고 조회수
쇼츠 경쟁이 불러온 기행 점입가경
"윤리위 조속 가동해 자정노력 기울여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법제사법위원회의 현장 국정감사를 위해 대법원을 찾은 모습과 최혁진 무소속 의원이 13일 법사위 국감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을 일본식 상투를 튼 모습에 합성한 사진이 담긴 손 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추 의원, 최 의원 유튜브 쇼츠 영상 캡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법제사법위원회의 현장 국정감사를 위해 대법원을 찾은 모습과 최혁진 무소속 의원이 13일 법사위 국감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을 일본식 상투를 튼 모습에 합성한 사진이 담긴 손 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추 의원, 최 의원 유튜브 쇼츠 영상 캡처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 내내 여야 의원들이 서로 조롱과 욕설을 주고받으며 국회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지만, 이를 마땅히 제어해야 할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는 개점휴업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형식적 자정 노력조차 유명무실해진 사이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쇼츠(shorts) 후원금 장사'에 혈안이 된 의원들의 막말과 기행이 더욱 극성을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22대 국회 들어 제출된 국회의원 징계안은 23일 기준 총 42건이다. 출범 1년 6개월 만에 21대 국회의 53건에 가까워졌다. '조희대·한덕수 회동' 의혹을 제기한 서영교·부승찬 의원을 비롯해 추미애(법제사법위 편파 운영) 나경원(초선 관련 발언) 김정재(호남 화재 발언) 의원 등 여야를 가리지 않고 서로 징계안을 남발한 결과다.

윤리위가 멈춰선 사이 쇼츠를 통해 강성 지지자들에게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의원들의 움직임은 더욱 활개 치고 있다. 최근 법사위 국감장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을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빗대 '조요토미 희대요시'라고 조롱한 손피켓을 들고나와 국감장을 난장판으로 만든 최혁진 무소속 의원이 대표적이다. 국민의힘은 즉각 최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문제의 장면을 쇼츠의 메인 화면에 걸어두며 존재감을 뽐냈다. 그는 최근엔 옆자리에 앉은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을 질의 내내 뚫어지게 쳐다보는 등 시비를 걸었다가 두 의원 모두 법사위에서 퇴장 조치를 당하기도 했는데, 해당 장면 역시 어김없이 쇼츠로 공개됐다. 처음부터 쇼츠를 노리고 의도적으로 연출된 장면이었던 셈이다. 최 의원의 유튜브 화면 메인엔 후원회 계좌가 적혀있는데, 그는 국회의원이 된 지 4개월 만에 올해 후원 모금액(연 1억5,000만 원)을 다 채웠다고 한다.

추미애 법사위원장도 지난 15일 대법원 현장국감 과정을 쇼츠를 찍어 올려 도마에 올랐다. 보좌진이 사진과 영상을 찍는 과정에서 이를 제지하려는 방호 직원과 실랑이를 벌였다는 뒷말도 나왔다. 해당 쇼츠 영상은 이날 기준 9만4,000회라는 역대급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영상 댓글 창엔 추 위원장 후원회 계좌가 최상단에 고정돼 있었고, 후원하겠다는 지지자들의 댓글이 여러 건 올라왔다.

국민의힘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최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김우영 민주당 의원과 원색적 욕설을 주고받아 물의를 일으킨 박정훈 의원은 자신의 유튜브에 '국민찌질이 박살 내는 박정훈'이라는 제목의 쇼츠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은 박 의원 유튜브에 최근 두 달 새 올라온 쇼츠 영상 중 유일하게 조회수 1만을 넘겼다. 박 의원은 최민희 과방위원장의 딸 결혼식 논란과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과 관련한 쇼츠 영상도 잇달아 게시하며 야당 지지층에 어필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강성 지지층에 구애하려 기행을 일삼는 여야 의원들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윤리위를 실질적으로 가동시켜, 조금이나마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관행을 해소하고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여야하지 않겠냐"며 "윤리위 운영에 공백이 없도록 상설화해 조속히 출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