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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말처럼… 중국 전기버스 업체가 '보조금' 싹쓸이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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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말처럼… 중국 전기버스 업체가 '보조금' 싹쓸이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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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교수, 김정덕 기자]

"국내 기업에 유리한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펴야 한다." "중국산 전기차가 보조금을 챙겨갈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다룬 뉴스의 댓글을 보면 이런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정부 보조금을 중국 전기버스 업체가 다 가져가면서 국내 업체들이 타격을 입었다'는 식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은 제 방향대로 가고 있을까.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여전히 캐즘(chasmㆍ혁신 제품이나 기술이 주류 시장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시적 수요 정체)에 막혀 있다. 최근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늘었다는 소식이 있지만, 당분간 전기차 캐즘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충전 인프라 부족에 따른 편의성 문제, 내연기관차보다 비싼 가격, 전기차 화재 등 안전성 문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석유 자원 선호, 미ㆍ중 무역 갈등과 같은 글로벌 혼란 등 전기차 캐즘의 주요 요인들이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어서다.


국내 전기차 시장도 마찬가지다. 우선 장거리 운행에 필수적인 급속 충전기가 부족하다.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체 전기차 충전기의 88.7%는 완속 충전기다. 급속 충전기는 11.3%에 불과하다.


특히 지난 추석 연휴 기간(2~12일) 고속도로를 이용한 전기차는 일평균 15만대 이상이었지만, 고속도로 휴게소의 전기차 충전기는 1590기뿐이었다. 심지어 충전 속도가 100㎾급 이상인 충전기는 1017개(64.0%)였고, 이 가운데 300㎾ 이상은 472기에 불과했다. 나머지 573기(36.0%)는 100㎾도 채 안 됐다.


지난해 8월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에서 비롯된 '전기차 공포'도 여전하다. 지난 9월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리튬이온배터리 화재 사고, 추석을 앞둔 5일 경기도 수원의 한 대단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 사고 등은 지난해의 악몽을 일깨우고 있다. 잊을 만하면 배터리 화재 사고가 재현된다는 얘기다.


물론 대안이 없는 건 아니다. 가령, 고속도로 휴게소에 충전기를 보급하는 건 어려운 과제가 아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전기차 충전기를 '충전 제어'까지 할 수 있는 제품으로 교체하면 '전기차 공포'를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다.


하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속도는 모든 면에서 느리기 짝이 없다. 고속도로 휴게소 충전기 보급 사업은 일선 현장의 목소리가 행정에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더디다. 이쯤 되면 전기차가 캐즘을 극복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정부의 행정이 전기차 시대의 도래를 막고 있었던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정부의 정책적 능력을 의심하게 하는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일관성 없는 전기차 보조금 정책은 따져볼 점이 많다. 하나씩 살펴보자.



■ 정책의 허점① 예고 없는 공지 = 정부의 정책은 일관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정책을 펼치기 전 시장에 '사전 고지'를 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공지할 땐 다르다.


어찌 된 영문인지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이 시행 직전에 공지하곤 한다. 그러다 보니 국내 기업들조차 미리 대비하고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정책의 일관성을 해치고, 정부 신뢰도도 떨어뜨리는 방식이 전기차 시장에 긍정적일지 의문이다.


타당성 논란도 있다. 정부는 일정한 기준을 정해 두고 '기준 미달 시 0%' 혹은 '기준 충족 시 100%'라는 식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언급한 것처럼 그 기준이라는 걸 전격적으로 발표하면 보조금 지급 기준에 타당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간단한 항목들은 최소 전년도에라도 미리 공지하고, 변화가 크게 필요한 항목들은 최소 1~2년 이상 유예 기간을 두는 게 최소한의 도리다.


■ 정책의 허점② 견제의 부작용 = 문제는 또 있다. 어떤 보조금 정책이든 순기능과 부작용이 있는데, 우리 정부는 이를 간과할 때가 적지 않다. 전기 상용차의 예를 들어보자. 올해 3월 정부는 '배터리 에너지 밀도 평가 규정'을 신설해 카고형 1t(톤) 전기트럭의 보조금 지급 기준을 바꿨다. 에너지 밀도에 따라 배터리 성능 기준을 높임으로써 중국산 트럭을 견제하고, 국산 전기트럭을 지원하겠다는 의도다. 배터리 성능 기준을 높이는 것 자체는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에너지 밀도를 높이면 리튬이온배터리를 지원하겠다는 건데, 리튬이온배터리는 리튬인산철배터리보다 화재 발생 가능성이 높다. 중국산 전기트럭을 막기 위한 정책이 되레 전기차 화재 사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거다. 이게 전기차 시장과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이기만 한 건지는 따져볼 일이다.


■ 정책의 허점③ 잘못된 통계 =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잘못된 통계'를 근거로 펼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지난 9월 11일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부 보조금을 중국 전기버스 업체가 다 가져가면서 국내 업체들이 타격을 입었다'는 식으로 발언했다. 이 대통령이 어디까지 확인한 후 말을 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중국 전기버스 업체가 보조금을 독식하고 있다는 통계는 찾을 수 없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중국산 전기버스 점유율(신규 등록 기준)은 2021년 37.8%, 2022년 41.9%, 2023년 54.6%로 상승했다. 하지만 이 통계는 왜곡된 측면이 있다. 당시 전기버스 시설 확충 기간에 일선 버스 운영업체들이 전기버스를 구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중국산 전기버스가 증가한 것에 불과하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산 전기버스 점유율은 36.8%로 크게 줄었다.


2024년 2월 윤석열 정부가 보조금 정책을 변경한 영향이 있긴 하지만, 2023년을 제외하고 국산 전기버스 점유율이 더 높았던 건 분명한 사실이다.[※참고: 2024년 2월 환경부는 '2024 전기차 구매보조금 개편방안'을 통해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배터리 전력량, 배터리 무게당 유가금속 가격 등에 따라 보조금을 조정했다. 이에 따라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이 줄었다.]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전기차 시대를 앞당길 정책을 펼 방침이라면 보조금 정책을 좀 더 가다듬어야 한다. 이렇게 결함이 많으면 제조사와 소비자, 시장에 신뢰를 주지 못한다. 지난 1일 기후정책 총괄 기능과 에너지 기능을 통합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새롭게 출범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과연 전기차 시대 도래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만한 보조금 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김필수 대림대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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