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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검장 ‘셀프 수령’ 특활비… 부정 사용, 오남용 증거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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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검장 ‘셀프 수령’ 특활비… 부정 사용, 오남용 증거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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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서울동부지검장(2020~2024년)들이 자신에게 ‘셀프 지급’한 특수활동비 가운데 약 70%에서 회식비와 맛집 밥값 등으로 특수활동비를 부정 사용, 오남용한 정황이 나타났다. 나머지 30%는 지검장들이 사실상 아무런 증빙도 남기지 않은 채 전액 ‘현금’으로 가져간 특수활동비였다. 뉴스타파가 지검장 셀프 지급 특수활동비의 용처를 전수 검증한 결과, 특수활동에 썼다고 볼 수 있는 증빙은 단 하나도 없었다.


역대 서울동부지검장(2020~2024년)들이 자신에게 ‘셀프 지급’한 특수활동비 가운데 회식비와 맛집 밥값 등으로 부정 사용, 오남용한 정황이 나타난 내역을 지도에 시각화했다. 지도 위의 각 점을 클릭하면 셀프 지급 특수활동비가 어디에서, 얼마나 사용됐는지 상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시각화 자료 전체화면 보기: https://pages.newstapa.org/2025/eastseoul_prosecutor/)


지검장 ‘셀프 지급’ 특활비 추적 ①식사에 후식까지… ‘회식비’ 오남용 의심
김관정 제22대 서울동부지검장(2020.8.~2021.6.)은 2020년 10월 23일 서울동부지검의 특수활동비 46만 8,000원을 자신에게 지급하도록 결재했다. 지검장의 셀프 지급 특수활동비다.

김 지검장은 카드 영수증 2개를 특수활동 수행의 증빙 자료로 첨부했다. ①10월 23일 금요일 낮 12시 50분에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면의 식당과 ②오후 1시 3분엔 경기도 광주시 중부면의 카페에서 ‘수사지원활동’, 즉 특수활동을 수행한 것으로 돼 있다.


김관정 제22대 서울동부지검장이 특수활동을 수행했다며 자신에게 셀프 지급한 특수활동비의 증빙 자료.


취재진은 김 지검장이 특수활동을 수행했다는 장소를 찾아가봤다. 첫 번째는 산속에 있는 한정식집이었다. 특수활동비 지출 증빙 자료를 보면 특수활동 수행 장소와 관련해 ‘녹우당’이라는 정보도 적혀 있다. 한정식집에 있는 별관이다. 한정식집 관계자는 "돌잔치 행사나 회식을 하는 곳"이라고 했다.

“거기는 이제 20명이 들어가실 수 있는데 저기 돌잔치를 많이 하시는 겁니다. (그 회식도 하나요?) 회식도 가능하시고 예약을 이제 하셔야 되는 데라서...
- 한정식집 종업원


김 지검장이 한정식집에 이어 특수활동을 수행한 장소는 한정식집 안에 있는 카페였다. 특수활동비 증빙 자료엔 ‘아이스 아메리카노 12잔’이 찍혀 있다.


김관정 제22대 서울동부지검장이 특수활동을 수행했다며 자신에게 셀프 지급한 특수활동비의 증빙 자료.


정리하면 ▲김관정 지검장은 ▲10월 23일 금요일 점심 시간 ▲산속 한정식집에서 식사를 하고 ▲곧이어 한정식집 안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인원은 10여 명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특수활동을 수행했다며 자신에게 특수활동비를 셀프 지급했다.


뉴스타파는 김 지검장에게 연락해 누구라도 가질 수밖에 없는 의심에 대해 물었다. 특수활동비를 회식비로 오남용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 지검장은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지검장 ‘셀프 지급’ 특활비 추적 ②검찰청 인근 ‘맛집 밥값’ 오남용 의심
2021년 5월 26일 점심, 김 지검장은 일식 코스 요리점에서 ‘정보교류활동’, 즉 특수활동을 수행했다며 특수활동비 38만 2,000원을 자신에게 셀프 지급했다.


김관정 제22대 서울동부지검장이 특수활동을 수행했다며 자신에게 셀프 지급한 특수활동비의 증빙 자료


확인해 보니 이 식당은 서울동부지검 청사에서 ‘걸어서 5분 30초’ 거리에 있었다. ▲테이블 간 거리가 가까워 옆 테이블에서 나누는 대화가 전부 들렸다. ▲별도의 룸 같은 공간도 없었다. 기밀 유지가 필요한 범죄 정보 수집 같은 특수활동 수행이 가능해 보이지 않았다. 김 지검장이 여기서 집행한 특수활동비 38만 2,000원을 메뉴와 대조해보니 ▲대략 10여 명이 함께 와 점심 식사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사례는 또 있었다. 이수권 제21대 서울동부지검장(2020.4.~2020.8.)은 2020년 5월 28일 저녁 고깃집에서 특수활동을 수행했다며 특수활동비 80만 원을 셀프 지급했다.


이수권 제21대 서울동부지검장이 특수활동을 수행했다며 자신에게 셀프 지급한 특수활동비의 증빙 자료.


이 식당은 서울동부지검 청사로부터 ‘걸어서 3분 30초’ 거리에 있었다. 대략 10여 명이 함께 저녁을 먹은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 검찰도 회식하러 많이 오시나요?) 평상시에 이제 미리 예약을 하시고 회식 하러 오시는 분들도 당연히 존재하는데 사실 말하면 월말에 월말 평일에 갑자기 많이 오세요. (한 80만 원 정도 먹으면 한 10명 10명 정도 오시나요?) 그 정도. 그러면 되는 것 같아요. 인당 한 이제 1.5인분 정도를 보통 드시거든요.
- 서울동부지검 인근 고깃집 종업원



서울동부지검장이 특수활동을 수행했다는 서울동부지검 인근의 일식 코스 요리점.


일식 코스 요리점과 고깃집을 찾은 목적이 정말로 기밀 유지가 필요한 범죄 정보 수집 같은 특수활동을 수행하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지검장이 검찰청 주변 ‘맛집’에서 특수활동비를 ‘쌈짓돈’처럼 썼다고 보는 게 합리적일까. 김 지검장과 이 지검장 모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지검장 ‘셀프 지급’ 특활비의 70%에서 예산 부정 사용, 오남용 의혹
뉴스타파가 ‘먹칠 없는’ 서울동부지검의 특수활동비 지출증빙자료 5년 치를 전수 검증한 결과,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서울동부지검장을 지낸 8명 가운데 5명이 특수활동비를 셀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서울동부지검장을 지낸 8명 가운데 5명이 특수활동비를 셀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수로는 모두 64건. 증빙자료를 모두 분석해보니 약 70%(44건)가 맛집이나 유명 카페 등에서 밥값, 커피값으로 쓴 것이었다. 모두 지검장들이 특수활동비를 회식비 등 쌈짓돈처럼 쓰고는 기밀 범죄 정보 수집 등의 특수활동을 수행한 것처럼 꾸민 예산 부정 사용, 오남용 의심 사례들이다.


셀프 지급 특수활동비 64건의 증빙자료에 대한 전수 분석 결과. 약 70%(44건)가 맛집이나 유명 카페 등에서 밥값, 커피값으로 쓴 것이었다.


심우정, 사실상 ‘무증빙’으로 특활비 1,600만 원 ‘현금’으로 가져갔다
나머지 20건은 뭘까. 지검장들이 자신에게 셀프 지급하기로 결재한 뒤, 전액 ‘현금’으로 가져간 특수활동비였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 동안 셀프 지급으로 현금 특수활동비를 가져간 서울동부지검장은 2명이다. ▲양석조 27대 지검장이 1건(100만 원), ▲심우정 전 검찰총장은 23대 지검장 임기 중 19건(1,600여만 원)을 가져간 것으로 확인됐다.


셀프 지급 특수활동비 64건의 증빙자료에 대한 전수 분석 결과. 20건은 지검장들이 자신에게 셀프 지급하기로 결재한 뒤, 전액 ‘현금’으로 가져간 특수활동비였다.


관련 자료를 하나 하나 살펴봤다. 먼저 1건(100만 원)의 현금 특수활동비를 가져간 양석조 지검장. 현금 영수증 같은 세부 증빙 자료는 남기지 않았다. 집행 사유만 간략하게 적혀 있다.


양석조 제27대 서울동부지검장이 셀프 지급을 통해 가져간 ‘현금’ 특수활동비의 증빙 자료.


증빙이 부실하다 싶지만 심우정 전 총장에 비하면 성의 있는 수준이다. 심 전 총장은 서울동부지검장 시절 셀프 지급을 통해 19건(1,600만 원)의 특수활동비를 현금으로 가져가면서 ‘정보교류활동’, 이렇게 몇 글자만 적었다. 특수활동비를 특수활동에 쓴 게 맞는지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없었다.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 제23대 서울동부지검장 임기 중 셀프 지급을 통해 가져간 '현금' 특수활동비의 증빙 자료


뉴스타파는 이렇게 가져간 현금을 어디에 썼는지 묻기 위해 심우정 전 총장에게 여러 차례 연락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현금 특수활동비는 회식비 같은 예산 부정 사용, 오남용을 넘어 횡령 같은 예산 범죄가 잇따르는 돈이다.

뉴스타파 연다혜 dahye@newstap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