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불법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각종 의혹,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등을 수사하는 3대 특검에 대한 각종 위법수사, 수사권 남용 시비가 이어지고 있다. 특검이 수사 절차를 위반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수사 당사자들이 특검 수사를 받고 각종 불만을 제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바로 직전인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에선 최씨 변호인이 직접 기자회견까지 열어 특검수사의 인권침해를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특검은 전례 없는 ‘3개 특검 수사팀’이 동시에 가동되면서 경쟁구도가 만들어지고, 예년과 달리 수사절차에 대한 높아진 인권의식과 수사권 남용을 견제하는 분위기 등이 커서 수사 진행에 각종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상초유 3대 특검 동시 진행, “성과주의 접근”
3대 특검은 수사 준비기간 때부터 각각 속도전을 벌였다. 내란 특검팀은 준비기간 20일을 채우지 않은 지난 6월18일 수사를 개시했고, 초기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 신병을 확보했다. 다른 특검과 비교해 속전속결로 치고 나간 건데, 정작 불법계엄 직전 열린 국무회의 관련 내란 공범 수사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구속에 실패하며 차질을 빚고 있다.
한 명이 여러 특검의 수사대상이 되면서 특검팀 간 신경전도 펼쳐졌다. 블랙펄인베스트 전 대표 이종호씨 수사가 대표적이다. 김건희·채상병 특검팀 수사 범위에 ‘이씨가 김 여사와의 친분을 이용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로비를 펼쳤다는 의혹’이 겹치면서 어느 특검에서 담당할지를 두고 기싸움이 벌어졌다. 이 사건은 결국 채상병 특검이 수사하고 있다.
채상병 특검이 이씨의 휴대전화가 파손되는 장면을 실시간 촬영하고 이를 증거물로 확보한 것을 놓고선 “위법한 미행·사찰”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특검은 사전에 확보한 범행 단서로 탐문 수사를 벌였다고 했지만, 몇 주 동안 이씨를 뒤쫓다가 증거인멸 현장을 목격한 것이어서 수사 적법성 시비가 제기됐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3개 특검이 동시에 수사하다 보니 너무 경쟁적으로 성과를 올리기 위해 무리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더 엄격히 요구되는 수사 절차, 커진 견제
수사절차의 적법성과 피의자 방어권 보장 등이 더 중요해진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에 부응하지 못하는 데 대한 문제제기도 나온다. 내란 특검팀에서는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의 변호인이 수사내용과 군사기밀을 유출한다는 이유로 조사 참여를 배제해 방어권 침해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 사령관은 결국 연이틀 변호인 조력 없이 특검 조사를 받았다. 양홍석 변호사는 “군사기밀 유출 우려 등이 있다면 그에 대한 혐의를 물으면 될 일이지 변호인 참여 자체를 제한한 것은 ‘수사 편의주의적 접근’”이라고 말했다. 이 처분의 적법성은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내란과 채상병 특검팀이 윤석열 정부에서 수사권 남용 비판이 제기된 ‘공판(기소) 전 증인신문’을 활용하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피의자도 아닌 참고인에게 조사를 강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어서다.
김건희 특검팀은 변호인이 피고인 김 여사와 나란히 앉지 못하게 해 헌법에 위배된다는 항의를 받았다. 최근 경기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수사를 받던 피의자가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는데, 심야조사 동의서를 받지 않는 등 수사 절차에 미흡함도 드러났다. 특검은 수사 방식 재점검에 나서는 동시에 강압수사 여부를 포함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날 이에 대한 직권조사를 개시했다.
법 위반이 아니더라도 김건희 특검팀에서는 민중기 특검의 ‘변호사 사적 만남’이 논란이 됐다. 민 특검이 특검 수사 대상인 한학자 통일교 총재를 대리하는 이모 변호사를 만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민 특검과 이 변호사 모두 판사 출신으로 함께 근무하며 친밀한 사이로 알려져 만남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 특검은 최근 ‘내부자 정보를 통한 비상장 네오세미테크 주식 투기 의혹’도 제기돼 특검 수사에 타격을 줬다.
이창민 변호사는 “과거 특검도 논란은 늘 있었는데 이번이 유독 많이 나오기도 했고, 수사절차상 인권 의식이 높아지면서 문제제기를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보학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존 검찰에서의 잘못된 수사 관행이 단절이 안 되고 지속되고 있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며 “아무리 수사 성과가 좋아도 법에 정해진 절차를 어겼거나 피의자에게 주어진 방어권, 인권 침해로 얻어진 결과는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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