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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떠밀려 사인 안 해"…현금규모·분할기간·수익배분 '고차방정식'

뉴스1 심언기 기자 한재준 기자 한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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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많은 시간과 노력 필요"…年 150억~250억 달러 분할 투자안 부상

'8~10년 분할 투자' 현실론…'협정 문서화' 족쇄 우려 신중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2일 오전 인천공항 2터미널에서 한미 관세협상 후속 협의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2025.10.22/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2일 오전 인천공항 2터미널에서 한미 관세협상 후속 협의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2025.10.22/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심언기 한재준 한병찬 기자 =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펀드와 관련한 한미 양국의 막판 협상이 진통을 겪고 있다. 전액 현금 투자 조건의 비현실성에 미국 측이 공감했지만 직접 투자 비중과 투자 기간, 수익 배분 등 핵심 쟁점이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한국의 대미 직접 투자 여력은 연간 150억 달러에서 200억 달러 수준이다. 미국 측이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의 투자를 요구하면서 양국 간 막판 줄다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 정부가 시간에 쫓겨 협상을 서둘러 마무리하지는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경주 APEC 이전 타결 전망은 어두워 보인다. 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는 분위기다.

현금 '150억 달러+α', 분할 기간 '8~10년' 부상…"끝날 때까지 끝 아냐"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방송된 미국 CNN과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전날(22일) 진행됐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미국과 협상을 마치고 지난 20일 귀국해 대통령에게 결과를 보고한 이후 시점이다.

정부와 대통령실 한미 관세 협상팀은 수시로 미국 측과 협상안을 주고받으며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전 합의만 마련을 조율 중이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3500억 달러 선불 요구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미국 정부도 인지했지만, 전체 투자 규모를 유지하며 최대한 높은 현금 비중을 요구하는 입장은 고수하고 있다.


우리 측은 연간 150억 달러, 최대 200억 달러 수준 이상은 어렵다는 점을 어필하며 장기간에 걸친 분산 투자로 맞서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양국은 150억~250억 달러 수준을 8~10년, 또는 그 이상의 기간에 걸쳐 투자하는 방안을 활발하게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협상 상황이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어 최종 합의안은 예단하긴 무리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2시간가량 추가 협상을 가진 김용범 정책실장은 22일(현지 시각)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부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협상이 막바지 단계라고 보면 되겠느냐'는 질문에 "협상이라는 것이 늘 그렇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여러 전망과 추측이 나오지만 이미 지나간 협상 상황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하루 사이에도 몇 번씩 오가는 얘기들이 달라지고 있어 타협안을 추정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했다.

두고두고 발목 잡힐라…"합의문 쓰는 게 잘 된 협상인가"

현금 투자 규모와 함께 대출·펀드 비중, 투자처 선정 및 수익 배분 등도 중요한 협상 포인트로 꼽힌다.


대출·펀드와 차관 등이 포함되지 않은 현금투자로는 도저히 3500억 달러를 맞출 수 없는 만큼 이 비중을 어느 정도까지 끌어올리느냐에 따라 현금 투자 비율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업성이 담보되지 않은 위험 분야에 미국 측이 일방적으로 투자처를 선정해 통보하는 방식 역시 우리 정부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투자 수익을 미국 측이 독점하는 불공정 계약도 마찬가지다. 투자금 회수 때까지와 회수 이후 시점 투자수익률 배분을 두고서도 샅바싸움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세안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집권 2기 처음으로 아시아를 훑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순방 의미도 주목해야 한다. 주요 동맹국들과 연대를 과시하며 자신의 치적 홍보를 위해 관세 협상 타결이 미국 입장에서도 꼭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 방한 기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 타결 선언이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구속력을 가진 협정문 수준에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양 정상이 큰 틀의 합의를 선언하되 세부 협상은 지속해 나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일각에선 투자 금액을 명시하는 협정문 또는 팩트시트 형태의 문서화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장기 경제상황 변화를 예측하기 힘든 만큼 자칫 우리 정부에 두고두고 족쇄가 될 수 있어서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미국 측이 계속 압박하고 우리는 방어하는 입장인데 합의문을 작성한다는 것이 방어가 잘 되었다는 것인지는 의문"이라며 "합의문을 썼다는 게 (협상이) 잘 됐다, 안됐다를 판가름하는 잣대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도 "쟁점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특정 시점까지만 합의된 내용만을 가지고 MOU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APEC이라는 특정 시점 때문에 중요한 부분을 남기고 부분 합의된 부분만 사인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eon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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