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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후원회장' 적십자사 회장, 신천지에 52차례 표창…그래도 "사퇴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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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후원회장' 적십자사 회장, 신천지에 52차례 표창…그래도 "사퇴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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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에 표창장 수여
공적조서에는 "코로나19 극복 기여"
개인 운영 병원은 보은성 특혜 의혹도
불법계엄 입장 묻자 끝까지 답변 거부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이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정다빈 기자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이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정다빈 기자


대한적십자사가 윤석열 정부 3년간 신천지에 52차례 표창하며 이미지 세탁을 도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에게 코로나19 극복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표창장을 준 사실도 밝혀졌다. 신천지는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집단감염 진원지였다.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적십자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적십자사는 2022년부터 올해까지 회장, 혈액원장, 혈액관리본부장 명의로 신천지에 헌혈유공 및 혈액사업유공 부문 표창을 무려 52차례 수여했다. 신천지가 이 기간 신도 18만8,000여 명의 헌혈로 혈액 수급 안정화에 기여한 점을 들었다.

적십자사는 올해 6월 '헌혈자의 날'을 맞아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에게도 표창장을 줬다. 공적조서에는 '2020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단체 혈장 공여로 코로나 극복에 기여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신천지 대구교회는 2020년 코로나19 초기 정부의 방역 수칙을 어기고 대면 예배를 강행해 집단감염 사태를 일으켰다. 당시 이 회장은 신도 명단과 집회 장소를 축소 보고해 방역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서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신천지가 정부, 공공기관과 접점을 이용해 이미지를 세탁하는 것은 오래된 수법"이라며 "적십자사와 신천지 간 커넥션이 있거나, 그렇지 않다면 적십자사가 신천지에 놀아난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자 김철수 적십자사 회장은 "나는 기독교 안수집사로 신천지를 아주 싫어한다"고 해명했다.

의사 출신인 김 회장은 과거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 공동후원회장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국민의힘 대표 경선 당시 김기현 전 당대표 후원회장도 지냈다. 2022년 대선을 두 달 앞두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자리에도 동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회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인 2023년 적십자사 회장으로 선출됐다.

김 회장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이 베트남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보은성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KT는 구현모 전 대표 시절 미래사업으로 추진했던 130억 원 규모 베트남 헬스케어 사업을 김영섭 대표 취임 후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에 100억 원에 매각해, 30억 원가량 손해를 봤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철수 회장도, 김영섭 대표도 윤석열 정권과 유착됐다고 생각한다"며 "보은성 특혜로 의심받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12.3 불법계엄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는 여당 의원들 요구에도 "적십자사는 정치적·이념적으로 중립이어야 한다"며 끝까지 답변을 거부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을 지지하는 자리에는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감장에선 '이 회장 사퇴' 요구가 빗발쳤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감 끝나기 전까지 거취를 표명하라"고 강하게 압박했으나, 김 회장은 "생각해 봤는데 사퇴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고 답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