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성향의 기독민주당(PDC) 소속 로드리고 파스 대통령 당선인이 20일(현지시각) 볼리비아 행정수도 라파스에서 당선 다음날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AFP 연합뉴스 |
남미 내륙국 볼리비아에서 20년 만의 정권 교체에 성공한 중도 성향의 로드리고 파스(58) 대통령 당선인이 좌파 정부 시절 중단됐던 미국과의 외교 관계를 복원을 선언했다.
20일(현지시각) 아에프페(AFP)·에이피(AP) 통신 등에 따르면 파스 당선인은 행정수도 라파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모랄레스(전 대통령)가 미국 대사를 추방한 지 거의 20년 만에 미국과의 관계가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하며 이를 위해 자신의 캠프와 크리스토퍼 랜도 미국 국무부 부장관 간 논의가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현재 볼리비아와 미국과의 고위급 소통 채널은 사실상 없는 상태다. 2006년부터 2019년까지 장기 집권한 좌파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미국의 내정 간섭을 이유로 2008년 볼리비아 주재 미국대사와 마약단속국(DEA) 관계자를 추방한 바 있다. 이후 2013년에는 미국 국제개발처(USAID) 볼리비아 담당자들도 쫓아냈다. 이에 미국 정부도 워싱턴 디시(D.C)에 주재하던 볼리비아대사를 맞추방했고, 이후 양국 대사직은 공석으로 남았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보도했다. 이후 볼리비아는 중국, 러시아, 쿠바, 베네수엘라 등을 중심으로 교류해 왔다.
경제학자 출신인 파스 대통령 당선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며 브라질, 우루과이,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등 “주변 우호국과 연료 부족 문제를 비롯한 경제난 해결을 위한 협의를 즉각 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틴아메리카 대표 좌파 정당 중 하나인 사회주의운동당의 에보 모랄레스 집권기 동안 볼리비아는 에너지 자원을 국유화하며 한때 경제의 주축이던 탄화수소 산업에 대한 투자도 줄였다. 현재는 연료 보조금을 유지하기 위해 외환보유고를 거의 소진한 상태이며 물가상승률은 20%가 넘는다.
친기업 성향의 파스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당시 ‘모두를 위한 자본주의’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정부의 권한 분산, 민간 부문 성장 촉진, 사회 복지 프로그램 유지 등 국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신중하고 온건한 방식의 개혁 추진을 약속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도 19일 성명 을 내어 파스 당선인의 승리 축하했다. 루비오 장관은 “양국 모두에게 변혁의 기회를 의미한다”며 “미국은 불법 이민 근절, 양국 간 투자 확대를 위한 시장 접근성 개선, 초국가적 범죄조직 대응 등 공동의 우선 과제를 위해 볼리비아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파스 당선인은 이달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베네수엘라 야당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와 화상통화도 했다. 그는 통화에서 “베네수엘라와 라틴아메리카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에 동참하기 위해 왔다”고 밝혔다. 앞서 볼리비아는 수년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좌파 정권과 동맹을 맺어왔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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