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창작집단 '양손프로젝트' 신작 '유령들'
헨리크 입센 '유령' 번역부터 각색만 2개월
연출 "최대한 실제 주고받는 말처럼 고쳐"
객석을 4개 면에 배치…"유령 같아 보여"
입센 3부작 시리즈 첫 작품…매년 한편씩
헨리크 입센 '유령' 번역부터 각색만 2개월
연출 "최대한 실제 주고받는 말처럼 고쳐"
객석을 4개 면에 배치…"유령 같아 보여"
입센 3부작 시리즈 첫 작품…매년 한편씩
양손프로젝트가 21일 서울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연극 '유령들' 라운드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은 왼쪽부터 양종욱, 양조아, 박지혜, 손상규. (사진=LG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우리 인간이 계속 감당하고, 풀어야 되는 숙제라는 생각에 기꺼이 이 작품을 선택했습니다."
연극계 히트 메이커 '양손프로젝트'의 배우 양조아가 21일 서울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라운드인터뷰에서 연극 '유령들'을 택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2011년 결성된 양손프로젝트는 연출 박지혜, 배우 손상규, 양조아, 양종욱 4인으로 구성된 공동창작집단이다. 작품 선정부터 각색, 연출, 연기에 이르기까지 창작의 모든 과정에서 긴밀한 공동창작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유령들'은 양손프로젝트가 새롭게 발표한 헨리크 입센 3부작 시리즈의 출발점이다. 이를 시작으로 3년간, 입센의 희곡을 매년 한 편씩 올릴 예정이다.
박지혜 연출은 입센을 고른 이유로 "한 작가의 여러 소설을 작업할 때 다양한 층위에서 그 작가의 세계를 탐구할 수 있더라"며 "이번에 희곡 작업을 하자고 의기투합했는데, 저희가 입센의 작품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다들 (입센에) 호의도 있고, 궁금해해서 입센을 공부해보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손상규는 "등장 인물이 제일 적기도 하고, 입센이 날카로우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하고 싶은 얘기로 계속 직진하는 느낌이 있다. 그게 저희 취향하고도 맞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택한 '유령들'의 노르웨이어 원제는 'Gengangere'로 '돌아오는 자'라는 뜻이다. 작중에서는 과거의 잔재이면서도 인물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끼치는 당대의 관습, 관념, 종교 등을 의미한다.
양조아는 "20대 중반 학교에서 '유령'의 마지막 장면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때도 '어떻게 하면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이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까'를 고민했는데, 다시 읽으며 '나는 여전히 이 고민과 싸우고 있구나'가 느껴졌다. 과거, 현재, 미래 우리 인간이 앞으로 쭉 풀어야 되는 숙제라는 생각이 들어 이 작품을 택했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보통 '유령'으로 번역되는 작품이지만, 양손프로젝트는 제목을 '유령들'로 붙였다.
손상규는 "'유령들'이라고 했을 때 '뭔가 많이 있구나'라는, 더 구체적인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전 번역본에 옛 어투가 많아 대본을 번역하는 것부터 시작해 각색에만 두 달 여가 걸렸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박 연출가는 "고전이고, 중요한 상징과 문학적 표현도 있지만 최대한 실제로 주고 받는 말처럼 작동되게 고치려고 했다"며 "입센이 다룬 주제들이 당시 민감하고 사회적 이슈가 되는 것들이 많아 성병, 매독 등이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너무 감추지 않고 드러내는 걸로 각색 방향을 잡았다"고 밝혔다.
이야기는 알빙 부인이 세상을 떠난 남편의 명예를 기리기 위한 고아원 개관을 앞둔 데서 시작한다. 고아원 개관식 참석을 위해 아들 오스발이 귀국해 집에 머물게 되고, 알빙 부인은 오랫동안 묻어둔 기억들을 마주한다. 과거의 진실이 드러나면서 남 부러울 것 없던 가정에는 균열이 가게 된다.
극 중에서 양조아는 알빙 부인을 연기한다. 손상규와 양종욱은 아들 오스발, 만데르스 목사 등 나머지 4역을 책임진다.
양종욱은 "캐스팅이 계속 여러가지로 바뀌었다. 중간에는 손상규 배우가 알빙 부인으로 가는 걸로 거의 확정돼 대본도 정해졌었다"며 웃었다. 이어 "그때 (각자 맡은 배역으로) 내뱉었던 대사들이 서로 반영되기도 하고, 몇 개는 지금도 살아 남아있다"고 보탰다.
양손프로젝트의 연극 '유령들' 공연 사진. (사진=LG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알빙 부인을 연기하는 양조아는 처음에는 고전적 인물로 생각하고 비극적으로 연기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연출님이 '그렇게 하면 관객이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양조아가 그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저항하고 발버둥 칠지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캐릭터를 다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작에서는 사회에 순응하다 어느 순간 자각하는 인물 같았는데, 저희는 이미 자각이 된 상태에서 외부의 자극과 억압에 무력화되지 않기 위해 저항하는 인물을 만들어 갔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무대 4면을 둘러싼 아레나 형태의 객석에 관객들을 배치한다. 4면의 객석에 앉은 관객들은 마치 알빙 부인의 집 거실을 둘러싸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박 연출가는 "1면 객석 배치의 관객은 무대를 나와 분리된 세계로 두고, 하나의 풍경처럼 보게되는 것 같다"며 "다이나믹한 체험을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시선이 계속 얽히고설키면서 관객도 포커스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런 과정에서 능동적인 참여가 가능할 것 같다"고 짚었다.
이어 "그래서 관객 자체가 공연의 일부로 작용하는 것 같다. 리허설 할 때 스태프들이 객석에 앉아있는 걸 보니 유령 같아 보이기도 하더라"고 말했다.
양종욱 역시 "둘러앉아서 어떤 것을 목격하는 것, 그래서 관객들끼리도 더 적극적으로 영향을 받는 게 자연스럽게 느껴진다"며 "다 같이 모여 앉아서 서로의 얼굴을 오픈하고 경험하는 게 배우에게도, 관객에게도 유의미한 힘이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양손프로젝트가 경계한 지점은 선명한 메시지 전달이다.
박 연출가는 "어떤 작업을 해도 무언가를 선언하거나 주장하는 걸 굉장히 경계한다"며 "어떠한 인간의 모습에 주목하고, 어떤 순간을 함께 경험하는 거지만 이것이 어떤 메시지가 돼야 한다는 태도는 경계하려고 한다"고 했다.
양종욱은 "'일단 재미가 있어야 된다'는 이야기를 했다. 재미에는 많은 의미가 있다"며 "내용이나 의미가 아무리 좋아도, 우리에게 어떤 감각을 주지 못하면 재미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령들'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26일까지 공연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juh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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