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희 기자]
한국 가상자산 시장은 세계 2위 규모로 성장했지만, 정작 국내 거래소의 체력은 제자리다. 전체 매출의 99% 이상이 수수료 수입에 의존하고, 신사업 진출은 제도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들이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동안 국내 거래소는 여전히 '거래 중개소'에 머물러 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수수료 매출 비중 99%...이중 규제로 사업 확장 어려워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나무·빗썸·코인원·코빗 등 국내 주요 거래소 운영사의 수수료 매출 비중은 모두 99%를 넘는다. 코인원의 지난해 전체 매출은 수수료 수입에서만 발생했을 정도다. 덕분에 시장 호황기에는 단기 실적이 급등하지만, 가상자산 시세가 꺾이면 바로 적자로 돌아서는 구조다.
한국 가상자산 시장은 세계 2위 규모로 성장했지만, 정작 국내 거래소의 체력은 제자리다. 전체 매출의 99% 이상이 수수료 수입에 의존하고, 신사업 진출은 제도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들이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동안 국내 거래소는 여전히 '거래 중개소'에 머물러 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수수료 매출 비중 99%...이중 규제로 사업 확장 어려워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나무·빗썸·코인원·코빗 등 국내 주요 거래소 운영사의 수수료 매출 비중은 모두 99%를 넘는다. 코인원의 지난해 전체 매출은 수수료 수입에서만 발생했을 정도다. 덕분에 시장 호황기에는 단기 실적이 급등하지만, 가상자산 시세가 꺾이면 바로 적자로 돌아서는 구조다.
국내 거래소가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지만 '특금법'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라는 이중 규제에 묶여 있다. 2021년 시행된 특금법은 자금세탁방지 중심의 신고제만 남기고 산업 육성 조항은 빠졌다. 지난해 제정된 이용자보호법 역시 거래소의 자산 운용이나 스테이킹 서비스까지 사실상 금지했다. 산업의 기본법이 부재한 상태에서 '이용자 보호'만 강조한 셈이다.
이 틈을 글로벌 거래소들이 파고들었다. 바이낸스는 자체 체인(비앤비)을 구축해 거래·결제·투자 기능을 모두 아우르는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스테이블코인 예치시 연 4~11%의 이자를 제공한다. '바이낸스 페이'를 통해 온·오프라인 결제와 송금도 지원한다. 코인베이스는 스테이블코인 USDC를 중심으로 글로벌 결제 시장에 진출하며, 나스닥 상장사로서 기관투자자를 적극 유치 중이다.
반면 국내 거래소는 제도적 제약 탓에 비슷한 서비스를 시도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6월 빗썸과 업비트가 시도한 '가상자산 대여 서비스' 역시 금융당국의 행정지도로 중단됐다. 외국인 계좌 개설과 ICO(가상자산 공개)도 2017년 이후 전면 금지된 상태다.
이 같은 규제 환경 속에 투자자들은 점차 해외 거래소로 이탈하고 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해외로 빠져나간 가상자산 규모는 약 102조원에 달한다.
국회선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 급물살...금융위·한은 입장차 '여전'
이처럼 '규제의 늪'에 빠진 국내 시장을 살리기 위한 해법으로 최근 국회에서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지난 20일 열린 정무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이 각각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연내 입법안을 제출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한국은행은 통화정책 영향 등을 이유로 신중론을 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관계 부처와 막바지 조율 중이며 연내 제출이 가능할 것"이라며 제도화를 강하게 시사했다. 그는 "발행인 인가제, 준비자산 운용, 상환권 보장 등 세부 안전장치를 충분히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스테이블코인은 통화정책의 실효성을 흔들 수 있는 사안"이라며 "한국은행의 의견이 강력히 반영돼야 한다"고 맞섰다. 그는 미국의 지니어스 법을 언급하며 "우리도 통화 관련 사안은 전원합의체 형태로 결정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디지털자산 산업 성장 방향 가를 분수령
앞으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는 디지털자산 산업의 성장 방향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수수료 중심의 한계 구조를 벗어나려면 단순 거래소에서 금융 인프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통화당국이 지금처럼 평행선을 달린다면 국내 가상자산 산업은 여전히 '거래소만 남은 시장'으로 머물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열린 '글로벌 디지털자산 플랫폼 세미나'에 참석한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은 디지털자산 거래량이 세계의 10%를 차지할 만큼 큰 시장을 갖고 있고 세계적 수준의 블록체인 기술력, IT 인프라 경쟁력, 높은 개인 투자자 참여율이라는 분명한 강점이 있다"며 "합리적 규제 개선과 적극적인 산업 지원 정책으로 연결하면 단순한 추격자가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주도하는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25일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 사진=서미희 기자 |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거래소들이 금융 플랫폼으로 시장을 넓히는 사이국내 거래소만 멈춰있다"며 "국내 코인 시장이 외산 플랫폼에 잠식당하게 놔둘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바이낸스가 한국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만큼 금융당국과 한은은 스테이블코인, 가상자산 2단계 입법과 관련한 입장 차를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박혜진 서강대 AI·SW 융합대학원 AI·디지털자산 최고위 과정 주임 교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는 민간이 주도해 시장과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어떤 네트워크에 의해 돌아가고 어떠한 실수요와 확장성, 거버넌스의 글로벌 정합성 여부에 달렸다"고 말했다.
서미희 기자 sophi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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