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촬영 건수, 전체의 4%뿐
촬영해도 환자 확인은 어려워, 영상 의무 보관기간도 30일로 짧아
"수술실 CCTV 촬영 사전 고지·의무화 등 제도 개선 필요"
수술실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설치 및 촬영 현황/그래픽=김지영 |
수술실 내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환자들이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CCTV 촬영을 환자가 요구해야 하는데 제도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고, 전공의가 있을 경우 등 의료기관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사유도 많아 제약이 있어서다. 또 수술 장면을 촬영하더라도 환자가 촬영 내용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의료분쟁조정을 신청하거나 소송을 해야 영상 확인이 가능하며, 촬영 영상 의무 보관 기간도 30일로 짧다. 환자의 알 권리를 높이기 위해 제도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머니투데이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단독 입수한 보건복지부의 '수술실 폐쇄회로 텔레비전 설치 현황 조사' 자료를 보면 올해 8월31일 기준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할 의무가 있는 전국 내 의료기관은 2682개다. 이 중 CCTV를 설치한 곳은 대상 전체의 99.8%인 2677개다.
또 수술실 내 CCTV 설치가 의무화된 2023년 9월23일부터 올해 8월31일까지 기준,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 전체 의료기관 중 1개(자료 미제출)를 제외한 2681개 기관에서 실제 촬영된 수술 건수는 12만3373건이다. 이는 해당 의료기관에서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한 전체 수술 건수 310만413건 대비 약 4%에 불과하다.
'의료법'에 따르면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은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촬영은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해야 가능하다. 그러나 제도를 알지 못하고, 알아도 의사와 신뢰관계 등에서 불편함이 있어 신청 건수가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2023년 9월23일부터 올해 8월31일까지 촬영 신청 건수는 전체의 4%인 12만3762건에 그쳤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환자가 신청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수술실 내 CCTV 촬영이 가능하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처음 제도를 도입할 때에는 수술을 받을 때 동의받는 것처럼 CCTV 촬영은 기본적으로 하고 촬영이 안 될 때 환자로부터 동의서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며 "수술실 촬영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환자에 고지하도록 해야 한다.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초 수술실 내 CCTV 설치뿐 아니라 촬영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나중에 의료계 반대로 법이 축소됐다"고 꼬집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도 "수술실 내 CCTV 촬영은 환자가 신청한 뒤 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의무적으로 하도록 하고 환자가 거부할 경우 예외적으로 촬영하지 않도록 하는 '거부주의'로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술실 CCTV 촬영 거부 가능 사유/그래픽=이지혜 |
의료기관의 수술실 CCTV 촬영 거부 사유도 너무 폭이 넓다는 지적이다.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응급환자를 수술하거나, 전공의 수련이 현저히 저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는 수술실 CCTV 촬영을 거부할 수 있다. 남 국장은 "전공의 핑계를 대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데, 오히려 전공의가 있을 때 사고 가능성이 높아 촬영이 더 필요한 것"이라며 "의료계 반대로 법이 누더기가 됐다"고 비판했다.
수술실 영상을 촬영해도 환자의 영상 접근권이 낮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안 대표는 "환자가 수술실 CCTV 촬영 영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참여 의료진 전체의 동의를 받거나, 의료분쟁 조정 신청 또는 민사소송, 형사 고소가 있어야 한다"며 "당초 수술실 CCTV 의무법은 의료과실 유무를 빨리 확인해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도록 하기 위한 것인데 환자의 접근권을 제한해 오히려 의료소송을 부추기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술실 CCTV 영상의 의무 보관 기간도 30일로 너무 짧다"며 "사망사건이 발생하고 의료분쟁이 있을 경우 환자가 30일 내 영상을 확보하기 어렵다. 의무 보관 기간을 100일 정도로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관리 강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안 대표는 "수술실 CCTV 촬영은 수술실에서의 안전이나 인권 문제 확인을 위한 것"이라며 "정부가 제도 관련 현황을 잘 파악하고, 특히 대리수술 등이 문제가 돼 필요성이 강조됐던 성형외과, 피부과, 정형외과, 신경외과는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해 제도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수술실 CCTV 촬영 여부를 환자나 보호자에 사전에 고지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대표발의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발의됐으나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