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팜비치 CC서 7시간여 동안 라운딩
이재용·구광모·정의선 대미투자 관련대화
기업인중엔 손정의만 트럼프 같은조 편성
전현직 골퍼 게리 플레이어·디섐보도 동행
이재용·구광모·정의선 대미투자 관련대화
기업인중엔 손정의만 트럼프 같은조 편성
전현직 골퍼 게리 플레이어·디섐보도 동행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머무르고 있는 팜비치의 마러라고 별장 모습. 연합뉴스 |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골프 회동을 가졌지만 같은 조가 되진 못했다. 총무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만이 유일하게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조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1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7시간여 동안 골프를 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곳은 트럼프 대통령의 별장인 마러라고와 멀지 않은 곳이다.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이 이 골프 모임에 초대받았다.
18일(현지시간) 웨스트팜비치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진행되는 한국·일본·대만 기업인들과의 골프 회동을 위해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골프장으로 이동 중인 트럼프 대통령의 차량 행렬. 연합뉴스 |
이날 모임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전설적인 골퍼 게리 플레이어의 90세 생일 축하 차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하고,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한국과 일본, 대만 기업인들을 초청하면서 성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국 기업 총수들에게 그간의 대미투자와 앞으로의 지속투자 의지에 대한 감사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직접적인 관세 관련 언급은 없었지만, 조선업 등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도 독려했다고 한다.
우리 기업인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지만, 같은 조에서 골프를 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정의 회장과 한국 기업 대표단 탑승 추정 리무진 버스 (팜비치[플로리다>=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한국 기업 총수들과 이들을 트럼프 대통령과의 골프 회동에 초청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검정 리무진 버스가 18일(현지시간) 골프 경기를 마치고 팜비치 섬으로 건너가는 모습. 뒤쪽 차량에는 수행원들이 탑승한 것으로 보인다. |
한국 기업 총수들과 이들을 트럼프 대통령과의 골프 회동에 초청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묵은 것으로 추정되는 플로리다주 팜비치 섬의 5성급 호텔의 모습. 이들이 단체 이동한 것으로 알려진 검정 리무진 버스가 18일(현지시간) 골프 라운딩을 마친 뒤 이 호텔로 들어갔으며, 손 회장의 모습이 호텔 로비에서 목격됐다. |
트럼프 대통령은 손정의 회장, 게리 플레이어, 미국 프로골퍼 브라이슨 디샘보와 동반했다고 한다. 행사의 명분이 플레이어의 생일축하였고 손 회장이 총무 역할을 한 점을 반영한 조 편성으로 보인다.
게리 플레이어는 2021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게 민간인 최고 훈장인 ‘대통령 자유 메달’을 받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적인 모임에 VIP로 자주 등장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게리 플레이어. AP연합 |
브라이선 디섐보. AP연합 |
‘360야드(330m) 장타’로 유명한 디섐보는 세계 랭킹 22위의 골프 선수다. 디섐보는 지난해 7월 트럼프 당시 대통령선거 후보와 참전용사를 위한 ‘자선 동반 라운드’를 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해 화제를 모으는 등 ‘친트럼프 인사’로 꼽힌다.
지난해 11월6일 당선자 신분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웨스트팜비치에서 대선 승리 연설 중 “오늘 여기 US오픈 챔피언이 있다”면서 디섐보를 불렀다. ‘Make America Great Again’ 문구가 새겨진 모자를 쓴 디섐보가 무대에 오르자 트럼프는 “그는 나보다 조금 더 길게 친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7시간 가량의 행사로 알려진 이 모임을 마친 후 국내 총수들은 그룹 사정에 따라 귀국길에 올랐다. 우선 이재용 삼성 회장이 이날 새벽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건희 이 선대회장의 기일 하루 전날인 24일에는 추도식이 경기 수원 선영에서 열릴 예정이다. 유족들과 삼성 사장단들이 모여 고인의 업적과 뜻을 기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그룹 안팎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밖에 구광모 LG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국내 일정을 위해 20일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방미 그룹 총수들이 한국으로 귀국한 것과는 달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번주 초까지 미국에 머물 계획이다. 정 회장은 한·미 관세협상 진전을 위해 미국 투자가 중요해진 가운데 현지 AI·로봇 사업에 대한 투자 현안 구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미국 로봇 사업 주죽인 보스턴다이내믹스 사업을 활성화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선 소프트뱅크그룹과 대만 TSMC가 애리조나에 1조 달러 규모로 추진 중인 AI 무인공장 건설 사업(인더스트리얼 파크) 등을 놓고 협력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귀국 모습. 뉴스1 |
최근 소프트뱅크는 첨단 사업 라인업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위스 ABB 로봇 사업부를 54억달러에 인수했고, 미국 반도체 설계업체인 암페어컴퓨팅도 65억달러에 인수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16일에는 광무선 통신을 이용한 차세대 통신기술 실증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 SK, LG는 칩·통신 분야에 현대차는 로봇 분야에 강점이 있다”며 “소프트뱅크와 접점이 큰 부문에 대해 공동 투자 요청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 제조업 협업에 나서면 트럼프 정부에서 현지 투자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만큼 검토해볼 수 있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향후에도 국내 기업 총수들이 민간 외교 사절로 한미 관세협상을 뒷받침하면서 미국 내 네트워크 강화하며 리스크 관리해나갈 것이란 분석이다.
이날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 회동하며 이번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참석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정 회장은 “한국 방문에 대해 모두의 기대가 크고, 모두가 합심해 준비를 잘하고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동관 부회장은 회동 후 바로 폴란드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은 폴란드 정부와 자주포 K9, 천무 다연장로켓 등 주요 무기체계 수출과 현지 합작법인 설립 등 시장공략을 강화하고 있다.한화오션은 폴란드 ‘오르카 잠수함 사업’ 수주를 위해 현지 국영 방산그룹과도 협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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