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기획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24일 오전 서울 은평구 서울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
12·3 불법 계엄 관련 내란·외환 혐의를 수사하는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불법 계엄의 ‘비선실세’로 지목되는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을 내란목적살인 예비음모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특검팀은 노 전 사령관이 작성한 수첩에서 정치인 등 명단이 구체적으로 적힌 점을 근거로 그가 폭동 행위와 별개로 계엄 상황에서 일부 인사를 대상으로 한 살인을 사전에 계획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2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팀은 전날 노 전 사령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이 실시한 노 전 사령관의 첫 피의자 조사로, 이례적으로 장우성 특검보가 조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전날 조사는 지난 6월 대검찰청에 고발돼 특검으로 이첩된 내란목적살인 예비음모 혐의 관련”이라며 “고발도, 조사도 노 전 사령관 수첩 내용을 기반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노 전 사령관이 작성한 수첩에 주요 정치인 명단과 이들에 대한 사살 계획으로 추정되는 메모를 바탕으로 노 전 사령관에게 이 같은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경찰이 압수한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주요 정치인과 진보 성향 인사 명단과 함께 ‘수거팀 구성’, ‘수거 대상 처리 방안’ 등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수거 대상 처리 방안으로는 ‘GOP(일반전초)선상에서 피격’, ‘바닷속’, ‘연평도 등 무인도’, ‘민통선 이북’ 등이 적혔다.
특검팀은 대법원의 1997년 5·17 판례를 바탕으로 노 전 사령관에게 이미 기소된 혐의와 별도로 살인예비음모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재판부는 ‘폭동’을 국헌문란의 수단으로 하는 내란죄와 ‘살인’을 수단으로 하는 내란목적살인죄를 구분하면서 특정 대상을 미리 지목하고 살인을 저지르면 내란죄와 별도의 내란목적살인죄가 적용된다고 봤다. 당시 대법원은 “특정인 또는 일정한 범위 내의 한정된 집단에 대한 살해가 그것 자체가 의도적으로 실행된 경우 이러한 살인행위는 내란에 흡수될 수 없고 내란목적살인의 별죄를 구성한다”고 판시했다.
특검팀은 이 판례를 근거로 노 전 사령관이 체포 명단으로 추정되는 인물 명단을 작성하고 구체적인 살해 계획을 적어뒀다면 내란목적살인 예비음모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전날 조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는 진술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앞서 개정특검법안에 따라 수사 대상이 자수·고발·증언할 경우 형을 감면해주는 ‘플리바게닝’을 노 전 사령관에게 제안했지만 노 전 사령관 측은 “이미 충분히 진술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
특검팀은 노 전 사령관의 수첩 속 이름을 살해 대상 명단으로 볼 수 있는지 법리 검토를 거쳐 노 전 사령관의 추가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박 특검보는 “노 전 사령관 수첩에 (관련 내용이) 기재됐다고 해서 바로 (내란목적살인) 예비음모라고 보긴 어렵다”며 “예비음모죄를 판단하려면 예비의 준비행위라고 볼 만한 행위가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살인 목적이 있었는지 등 법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추후 법적 판단은 (노상원 수첩을 비롯해) 여러 정황 등을 같이 검토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주 3일 10분 뉴스 완전 정복! 내 메일함에 점선면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