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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의 자세로 절치부심한 김세영, 고향에서 5년 만에 우승 한풀이

헤럴드경제 조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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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의 자세로 절치부심한 김세영, 고향에서 5년 만에 우승 한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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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FR
고향 인근 해남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영암 출신 김세영에 고향팬 수천여명 응원
통산상금 1500만달러 돌파 ‘역대 10번째’
로레나 오초아 제치고 역대 상금 10위 등극
한국, 올시즌 LPGA 투어에서 6승째 획득
김세영이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우승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회 조직위 제공]

김세영이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우승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회 조직위 제공]



[헤럴드경제(해남)=조범자 기자] 18일 강풍 속에서도 사흘 연속 단독 선두를 질주한 김세영은 “신인의 마음으로 최종일 경기를 하겠다”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빨간 바지를 입고 최종 라운드에 나선 김세영은 초반엔 부담감에 흔들리는 듯 했지만 기어코 버디 행진을 내달리며 5년 만에 온 우승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코스가 떠나갈 듯 벼락같은 환호성을 지르는 수만명 고향팬들의 응원도 김세영의 우승에 큰 힘이 됐음은 물론이다.

김세영이 고향 인근에서 펼쳐진 국내 유일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에서 5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김세영은 19일 전남 해남군 파인비치 골프링크스(파72)에서 열린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묶어 5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24언더파 264타를 기록, 2위 하타오카 나사(일본·20언더파 268타)를 4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 선두를 놓치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다.

이로써 김세영은 지난 2020년 11월 펠리컨 챔피언십 이후 5년 만에 정상에 오르며 통산 13승을 획득했다.

우승 상금 34만 5000달러를 받은 김세영은 투어 데뷔 11년 만에 통산 상금 1500만 달러를 돌파, 로레나 오초아(멕시코·1486만3331달러)를 제치고 이 부문 10위(1518만 9333달러)에 올랐다.


한국 군단은 김세영의 우승으로 올시즌 LPGA 투어 승수를 6승으로 늘렸다. 일본(5승)을 제치고 시즌 최다 우승국에 올라섰다.

또 2019년부터 시작된 이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정상을 탈환한 건 지난 2021년 고진영 이후 4년 만이다.

이날 대회장엔 3만1719명의 갤러리가 모여 김세영의 우승 장면을 지켜봤다. 나흘간 대회장을 찾은 갤러리 수는 6만599명에 달한다. 해남군 전체 인구(6만4575명)와 비슷하다.


김세영이 19일 해남 파인비치 골프링크스에서 열린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2번홀 티샷을 하고 있다. 김세영이 속한 챔피언조를 수천여명의 갤러리가 따라 다니며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대회 조직위 제공]

김세영이 19일 해남 파인비치 골프링크스에서 열린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2번홀 티샷을 하고 있다. 김세영이 속한 챔피언조를 수천여명의 갤러리가 따라 다니며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대회 조직위 제공]



전남 해남군 파인비치 골프링크스를 찾은 수많은 갤러리가 김세영의 경기를 지켜보는 모습   [대회 조직위 제공]

전남 해남군 파인비치 골프링크스를 찾은 수많은 갤러리가 김세영의 경기를 지켜보는 모습 [대회 조직위 제공]



대회가 열리는 해남 인근 영암이 고향인 김세영은 첫날부터 수많은 고향팬들이 열성적인 응원을 받았다. 첫날 10타를 줄인 뒤 “고향의 기운을 받으며 정말 신나게 경기했다”는 김세영은 사흘 연속 단독 선두를 놓치지 않은 채 최종일을 맞았다.

4타 차 단독선두로 출발한 김세영은 3번 홀(파3)에서 스리 퍼트 보기로 삐끗했다. 동반 플레이한 노예림(미국)이 4번 홀(파4)까지 버디 2개로 반격하며 김세영을 2타 차이로 압박했다. 자칫 김세영과 노예림의 매치 플레이 양상이 될 뻔했다.

하지만 ‘빨간 바지’ 김세영의 뚝심이 살아났다. 김세영은 챔피언조를 따르는 2000여 갤러리의 뜨거운 응원에 힘입어 5번 홀(파4)부터 매서운 버디 시동을 걸었다.


5번 홀에서 첫 버디를 낚은 김세영은 6번 홀(파5)에서 두번째 샷을 그린에 올린 뒤 여유있게 버디를 잡았다. 김세영은 7번 홀(파4)에서도 2m 가까운 버디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3개 홀 연속 버디로 달아났다. 노예림이 버디를 추가하지 못하면서 타수 차이는 다시 벌어졌다.

김세영은 바다를 향해 티샷을 날리는 시그니처홀 8번 홀(파3)에서 기막힌 벙커샷으로 핀 10㎝ 에 떨군 뒤 파세이브를 성공시켰고, 9번 홀(파4)에서 4.5m 버디 퍼트를 또 한 번 떨어뜨리며 기세를 이어나갔다.

후반들어 타수를 줄이지 못하던 김세영은 14번 홀(파4)에서 세컨드샷을 핀 3m에 붙인 뒤 후반 첫 버디를 낚았다. 공동 2위 그룹을 5타 차로 밀어낸 순간. 김세영은 승리를 확신한 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

김세영은 강풍이 불기 시작한 15번 홀(파3)에서 티샷을 홀컵 3m에 떨군 뒤 또다시 버디 퍼트를 성공, 6타 차이로 달아나며 사실상 우승을 확정했다.

김세영  [대회 조직위 제공]

김세영 [대회 조직위 제공]



2015년 LPGA 투어에 데뷔한 김세영은 그해 3승을 몰아치며 신인상을 수상하며 매년 우승 행진을 이어갔다.

2018년 7월 손베리 크리크 클래식에선 31언더파 257타를 기록하면서 LPGA 투어 72홀 역대 최저타 및 최다 언더파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020년엔 메이저 대회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과 그해 11월 펠리컨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LPGA 투어 올해의 선수에 올랐다.

김세영에겐 ‘빨간 바지의 마법사’ ‘역전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녔다. 전성기 때 김세영이 빨간 바지를 입고 최종라운드에 등장하면 경쟁자들은 엄청난 압박감을 받았다. 앞서고 있더라도 김세영에 역전 당할 것같은 위기감이었다.

하지만 2021년부터 김세영은 내리막을 탔다. 데뷔 후 처음으로 우승 없이 시즌을 마감한 그는 2023년엔 22개 출전 대회 중 단 두 차례만 톱10에 들 만큼 긴 터널을 지나야했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신인의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이를 악문 김세영은 올시즌 서서히 예전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 우승 소식은 전하지 못했지만 지난 6월 숍라이트 LPGA 클래식과 7월 스코틀랜드 오픈, 8월 FM 챔피언십 등 3차례 대회에서 3위에 오르며 우승 경쟁을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고향 땅에서 고대했던 우승을 획득하고 두 팔을 번쩍 치켜 들었다.

김아림이 최종 합계 18언더파 270타를 기록, 셀린 부티에(프랑스)와 함께 공동 3위에 올랐다.

안나린과 최혜진이 이날 나란히 9타씩 줄이며 최종 합계 16언더파 272타로 공동 7위, 김효주와 이소미는 15언더파 273타로 공동 10위에 자리했다.

챔피언을 포함해 6명의 한국 선수가 톱10에 자리하며 안방에서 자존심을 지켰다. 올시즌 강세를 보였던 일본 선수들은 하타오카 나사와 다케다 리오, 2명만 톱10으로 대회를 마쳤다.

고진영과 고교생 아마추어 오수민은 13언더파 275타로 공동 19위,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한 지은희와 루키 윤이나는 12언더파 276타로 공동 24위에 자리했다. 디펜딩 챔피언 해나 그린(호주)은 17언더파 271타로 공동 5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