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A 시대 서버 아키텍처의 개막
클리어워터 포레스트는 인텔이 수년간 이어온 분리형(Disaggregated) 아키텍처의 진화형이다. CPU 타일과 I/O 타일을 3D 구조로 결합한 완전한 모듈형 칩이다. 이는 기존 그라나이트 래피즈(Granite Rapids)나 시에라 포레스트(Sierra Forest)와 달리, 올 E-코어(All E-core) 구조로만 구성된 최초의 18A 서버 제품이기도 하다. 이러한 접근법은 성능 향상보다 효율 극대화, 즉 데이터센터의 전력·공간·비용이라는 세 가지 변수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을 목표로 추정된다.
클리어워터 포레스트는 최대 288개의 다크몬트(Darkmont) E-코어로 구성된다. 다크몬트는 기존 시에라 포레스트의 크레스트몬트(Crestmont) 대비 더 넓은 디코드(Decode) 폭과 더 깊은 명령 윈도우를 갖춘 차세대 효율 코어다. 프런트엔드는 9-와이드 디코더 구조로, 50% 증가한 명령 대역폭을 확보했고, 416엔트리의 재정렬 버퍼(ROB, Reorder Buffer)를 통해 더 많은 명령 병렬성을 발휘한다. 실행 엔진은 26개의 포트를 갖추며, 스칼라(SIMD)와 벡터(FMA) 연산 유닛을 분리해 실행 효율을 높였다. 이러한 구조적 확장은 이전 세대 대비 코어당 IPC(클럭당 명령 처리량)를 두 자릿수 이상 개선시킨다. 최대 23%의 전력 효율 향상을 달성했다.
메모리와 캐시 구성도 대폭 확장됐다. 12채널 DDR5 8000MT/s 메모리를 지원하며, 각 베이스 타일(Base Tile)당 192MB의 마지막 단계 캐시(LLC, Last Level Cache)가 배치된다. 전체 플랫폼 기준으로 최대 576MB의 LLC 용량을 제공하며, 이는 시에라 포레스트 대비 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타일 간 통신은 EMIB(Embedded Multi-die Interconnect Bridge)와 포베로스 다이렉트(Foveros Direct) 3D 기술로 이루어진다. 특히 포베로스 다이렉트는 9마이크로미터(μm) 피치의 구리-구리(Cu-to-Cu) 본딩을 사용해 신호 저항을 줄이고 전력당 데이터 이동 효율을 0.05피코줄(pJ/bit) 수준까지 낮췄다.
클리어워터 포레스트의 다층 구조는 우선 컴퓨트 타일(Compute Tile)이 24개의 다크몬트 E-코어로 이루어지며, 모듈당 4MB의 공유 L2 캐시를 포함한다. 베이스 타일(Base Tile)은 메모리 채널과 L3 캐시를 통합해 메모리 접근 지연을 최소화한다. I/O 타일은 기존 그라나이트 래피즈 아키텍처에서 재사용된다. PCIe 5.0 96레인과 CXL 2.0 64레인을 제공한다. 여기에 6개의 UPI 2.0(최대 24GT/s) 링크가 추가돼, 다중 CPU 구성에서도 높은 대역폭과 낮은 지연시간을 유지한다.
이러한 분리형 구조는 인텔의 차세대 제조 및 패키징 기술의 시험대이기도 하다. 리본펫(RibbonFET) 트랜지스터와 파워비아(PowerVia) 백사이드 전력 공급망이 결합된 18A 공정은 트랜지스터 간 전력 손실을 줄이고, 셀 밀도를 1.3배, 동일 성능 대비 소비전력을 25% 낮춘다. 이를 통해 서버 전반의 전력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동일 전력 예산 내에서 더 많은 코어를 수용할 수 있게 했다.
클리어워터 포레스트는 인텔의 고급 보안 및 에너지 관리 기술도 함께 통합한다. 인텔 SGX(Software Guard Extensions)와 TDX(Trust Domain Extensions)를 모두 지원하며, 암호 연산 가속기(Crypto Algorithm Accelerator)가 내장되어 SHA-512, SM3, SM4 등의 알고리즘을 하드웨어 수준에서 처리한다. 전력 측면에서는 인텔 애플리케이션 에너지 텔레메트리(Intel Application Energy Telemetry, AET)가 새롭게 도입돼, 소켓 단위가 아닌 워크로드 단위로 전력 사용량을 실시간 모니터링한다. 이를 통해 데이터센터 운영자는 랙 수준의 에너지 소비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효율 중심의 설계는 랙 단위로 체감된다. 인텔의 내부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기존 2세대 제온 서버를 클리어워터 포레스트 기반 시스템으로 교체할 경우, 랙 공간은 71%, 전력은 750kW 감소한다. 반면 연산 성능은 3.5배 향상되고, 랙당 가상 CPU(vCPU) 밀도는 2.3배 높아졌다. 이는 8대의 기존 서버를 1대의 클리어워터 포레스트로 대체할 수 있다는 ‘8:1 서버 통합(Server Consolidation)’ 지표로 요약된다
이러한 성능·효율·보안의 조합은 차세대 클라우드와 통신 인프라에서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에릭슨(Ericsson)은 인텔의 제온 6+를 자사 5G 코어 네트워크에 도입해, 클라우드 네이티브 아키텍처의 전력 효율을 3.8배, 처리량을 5배 개선했다고 밝혔다. HPE와 OVH클라우드 역시 동일 아키텍처 기반 서버를 통해 랙당 성능을 높이면서 전력 소비를 억제하는 구체적 성과를 공유했다.
결국 클리어워터 포레스트는 단순한 서버용 CPU를 넘어, 18A 시대 데이터센터의 기반을 이루는 ‘물리적 AI 인프라(Physical AI Infrastructure)’로 자리한다. 팬서레이크가 AI PC를 상징한다면, 클리어워터 포레스트는 그 반대편에서 AI 모델을 구동하고 학습시키는 백엔드의 두뇌다. 인텔은 이를 통해 데이터센터를 랙 단위가 아닌 토큰 단위로 최적화하는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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