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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카자흐스탄 부총리·장관 서울 총출동…"한국 기업, 신도시에 투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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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카자흐스탄 부총리·장관 서울 총출동…"한국 기업, 신도시에 투자하세요"

서울흐림 / 4.0 °
서울서 '알라타우 시티' 로드쇼 개최
하늘택시 등 新산업 메카 목표
"韓 기업 첨단 기술력 필요"
세제·규제완화 등 인센티브로
현대차·두산 등 투자 러브콜
지정학적 리스크 우려에는
"美기업 수백 곳 진출" 일축


카자흐스탄 알라타우 시티 국제 로드쇼가 열린 1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카나트 보줌바예프 카자흐스탄 부총리가 개회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카자흐스탄 알라타우 시티 국제 로드쇼가 열린 1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카나트 보줌바예프 카자흐스탄 부총리가 개회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알라타우는 단순한 신도시가 아니라 카자흐스탄의 새 경제 모델을 상징한다. 한국 기업을 맞을 준비가 돼 있다
카나트 보줌바예프 카자흐스탄 부총리

카나트 보줌바예프 카자흐스탄 부총리는 1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투자설명회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 관계자 400여 명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카자흐스탄은 경제수도 알마티 인근에 부산(771㎢)보다 큰 신도시 알라타우를 짓는 국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차 사업비만 25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이곳을 에어택시, 자율주행차, 드론 배달 등 신(新) 산업 메카로 키워 석유·가스 등에 기댄 경제 구조를 첨단 제조업과 혁신 서비스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게 카자흐스탄의 복안이다. 이에 '권력 서열 3위' 부총리가 기술력을 갖춘 한국 기업을 상대로 투자 세일즈에 나선 것. 이틀 동안 열린 설명회에는 교통·과학·산업 관련 부서의 장·차관들도 총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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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타우 신도시 조감도. 카스피안그룹 홈페이지 캡처

알라타우 신도시 조감도. 카스피안그룹 홈페이지 캡처


카자흐스탄 정부가 해외에서 알라타우 투자 설명회를 연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배경은 복합적이다. 현재 카자흐스탄은 정보통신기술(ICT)이 결합된 스마트시티는 물론 모빌리티, 수소경제 등 미래 산업과 관련한 기술 역량이 높지 않다. 드미트리 문 AI·디지털개발부 차관은 "한국에는 첨단 기술을 가진 대기업이 많다"고 했다. 고려인이 이 사업을 이끄는 점도 한국이 1순위 투자 유치 대상국으로 꼽힌 배경 중 하나다. 사업을 총괄하는 카스피안그룹의 최유리 회장과 자금 조달을 맡은 카스피은행의 김 베체슬라브 회장 모두 고려인 2세다. 지정학적 요인도 있다. 한 현지 전문가는 "카자흐스탄은 안보적으로 러시아, 경제적으로 중국의 영향력이 크다"며 "중·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한국과의 경제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거대한 신기술 테스트베드



카나트 보줌바예프 카자흐스탄 부총리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1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카자흐 알라타우 시티 국제 로드쇼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카나트 보줌바예프 카자흐스탄 부총리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1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카자흐 알라타우 시티 국제 로드쇼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카자흐스탄 투자 유치단은 각종 지원책을 쏟아내며 현대차, 두산 같은 한국 기업을 향해 러브콜을 보냈다. 보줌바예프 부총리는 "전체 도시가 특별경제구역(SEZ)으로 지정돼 법인세, 토지사용료 등이 면제된다"며 "알라타우 시(市)의 특별 지위를 헌법에 밝히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했다. 사야삿 누르벡 과학·고등교육부 장관은 "알라타우는 (한국 기업이) 무인 비행체, 로봇 등 신기술을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샌드박스(실험장)가 될 것"이라며 "카자흐스탄은 희귀 금속 생산량이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라며 "한국 입장에서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러시아와 가까운 카자흐스탄의 지정학적 특성상 한국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하기에는 리스크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누르벡 장관은 전 세계 40여 개 대학이 카자흐스탄에 나선 현황을 담은 지도를 보여주며 "카자흐스탄이 믿을만한 국가라는 징표"라며 "아시아의 스위스라 불리는 중립국 카자흐스탄에는 수백 개의 미국 대기업이 진출했다"고 했다.

2007년 알라타우 신도시 사업을 처음 정부에 제안하며 이 사업의 '산파' 역할을 한 최유리 회장은 "1987년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구소련 출신 고려인으로는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며 "당시엔 고려인이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와서 한국 땅에서 큰 행사를 열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고 했다. 그는 "첨단 기술 분야의 선도국이고 관련 지식과 경험이 많은 한국과의 협력을 희망한다"고 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