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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박테리아 5년만에 2배↑…항생제 신약, '경제성 평가 면제' 관심

머니투데이 박정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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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박테리아 5년만에 2배↑…항생제 신약, '경제성 평가 면제'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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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 감염증 연도별 추이/그래픽=김지영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 감염증 연도별 추이/그래픽=김지영



항생제로 치료하기 어려운 '슈퍼 박테리아'(이하 항생제 내성균)에 대한 위협이 커지는 가운데 경제성 평가(이하 경평) 면제를 통한 신약 급여화 절차에 관심이 쏠린다. 필수의약품 품절이 반복되는 만큼, 경평 면제를 통한 신약 접근성 확대뿐 아니라 생산 유지까지 폭넓은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달 열린 '제9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제일약품의 '페트로자'(성분명 세피데로콜토실산염 황산염수화물)에 대해 "급여의 적정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조만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심의를 거쳐 급여 등재가 확정될 예정이다.

페트로자는 일본 시오노기제약이 개발한 세계 최초의 사이드로포어 세팔로스포린 계열 항생제다. 제일약품이 2022년 국내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 2월에 국내 허가를 획득, 급여화를 추진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5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바이오 혁신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인천=뉴시스] 최동준 기자,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5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바이오 혁신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인천=뉴시스] 최동준 기자,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항생제는 세균을 잡는 '무기'다. 세균마다 따라 잘 듣는 항생제가 다른데 세균이 돌연변이를 일으켜 내성을 획득하면 다른 기전의 항생제를 써야 한다. 페트로자는 철 이온과 결합해 세균 내부로 침투하는 독특한 '트로이 목마(Troja)' 기전으로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다제내성균에 의한 복잡성 요로감염, 폐렴 등을 치료할 수 있는 약으로 평가된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항생제 신약은 환자의 생명을 좌우하는 약"이라며 "새로운 치료 옵션을 갖추게 됐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항생제는 널리 쓰이는 반면 신약 접근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건강보험 급여 혜택을 받으려면 기존 약제 대비 비용효과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다재내성균은 효과적인 기존 항생제가 없어 비교 대상이 마땅찮고, 애초 가격이 워낙 낮아 제약사도 허가·급여에 힘을 쏟지 않았다.


의료계는 '비용'만 기준으로 삼는 약값 정책이 환자를 위기로 내몬다고 비판했다. 고령화에 따른 질병 확산과 항생제 사용량 증가 등으로 다제내성균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의료 현장의 긴장감은 갈수록 커졌다. 실제 국내에서 다제내성균의 일종인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 감염증 신고는 2023년 3만8405건으로 5년 전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 초 대구 한 병원 응급실의 모습./사진=(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올해 초 대구 한 병원 응급실의 모습./사진=(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이에 정부는 2020년 항암제를 중심으로 운용되던 경평 면제 대상을 항생제까지 확대하며 대응에 나섰다. 이후 다제내성균을 잡는 MSD '저박사'와 화이자 '자비쎄프타' 등이 급여화되며 의료계도 숨통이 틔인 상황이다. 페트로자는 새로운 다제내성균 치료 선택지를 늘리는 것은 물론 국내 제약사의 첫 경평 면제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후속 항생제 신약 개발과 도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기대했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급여 결정 후 원활한 공급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 말했다.

일각에서는 항생제와 같은 필수의약품의 신약 도입은 물론 안정적 공급에도 힘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화'를 강조했지만 아직 뚜렷한 '해법'이 나오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근까지도 불안증이나 경련을 줄이는 약부터 갑상선 기능 저하증 환자가 먹는 호르몬제까지 수많은 필수의약품이 공급 중단 위기에 직면하며 환자들이 위기에 내몰렸다.


엄중식 교수는 "약값을 낮추려고만 하다 보니 신약은 도입되지 않고, 기존 약품도 생산을 중단·제한해 필수의약품이 자주 품절되는 것"이라 꼬집었다. 그는 "성분명 처방(특정 제품이 아닌 성분으로 약을 처방하는 것)을 도입한다지만 채산성 악화 등을 이유로 대체할 수 있는 약이 없어지는 데 실효성이 있겠느냐"며 "제약사에게 생산 단가를 일부라도 보존해주는 등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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