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나흘 전 한국이 0-5로 완패한 팀을 상대로 3-2 대역전극을 써냈다.
한일 축구 격차가 선명히 드러나는 하나의 신호탄이 쏘아 올려진 양상이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끄는 일본 대표팀은 14일 일본 도쿄의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 친선 경기에서 전반에 두 골을 내주고 끌려가다 후반에만 세 골을 몰아쳐 3-2로 역전승했다.
사무라이 블루 새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일본은 브라질과 13차례 맞붙어 2무 11패로 절대 열세였다. 최근 6경기는 모두 졌다.
세계 최다 월드컵 우승국(5회)인 브라질은 예년만 못하단 평을 듣긴 해도 여전히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위의 축구 강호다.
19위 일본과 간극은 좁혀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지만 모리야스호는 그 벽을 완전히 넘어섰다.
전반 26분 브루누 기마랑이스 침투 패스를 받은 파울루 엔히키가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렸고 6분 뒤 루카스 파케타 로빙 패스를 가브리엘 마르티넬리가 왼발로 마무리해 전광판에 2-0이 찍혔다.
삼바군단 특유의 리듬이 도쿄를 수놓았다.
하나 후반 시작과 동시에 공세 방향이 완전히 뒤집혔다.
일본은 후반 7분 브라질 중앙 수비수 파브리시우 브루누 실수를 틈타 미나미노 다쿠미가 공을 가로채 오른발슛으로 추격골을 성공시켰다.
이 한 방이 경기 리듬을 바꿨다.
후반 17분 교체 투입된 이토 준야가 오른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나카무라 게이토가 마무리해 2-2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후반 26분 또 한 번 이토 크로스가 날카롭게 배달됐다.
코너킥 기회에서 우에다 아야세가 머리로 돌려놓은 공은 브라질 수문장 우구 소자 손끝을 맞고 골라인을 통과했다.
전광판에 3-2가 새겨졌고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이 진동했다. 일본 축구사에 길이 남을 대역전극이었다.
지난 10일 한국전과 견줘 8명을 교체했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카세미루, 기마랑이스를 제외한 나머지는 대부분 백업 멤버였다.
체력 안배 차원의 로테이션이었지만 그것이 일본 승리를 깎아내릴 이유는 되지 못했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평소처럼 4-2-3-1 전형을 유지했다.
그러나 일본의 조직적 압박은 브라질 빌드업을 가볍게 흔들었다.
모리야스 감독은 전날부터 “브라질의 기술을 힘으로 제압하지 않겠다. 패턴과 구조로 이긴다”는 방침을 세웠는데 공염불이 아니었다.
일본은 3-4-2-1 전형으로 중원 숫자를 늘리고 윙백 도안 리츠와 나카무라에게 공격 전환 시 즉각적인 전진을 주문했다.
브라질 측면 풀백이 오버래핑할 때마다 일본은 역습 루트를 확보했고 이토 투입 이후 오른쪽 라인이 완전히 살아났다.
일본의 후반 45분은 철저히 계산된 반격이었다. 전방 압박과 교체 타이밍, 공수 전환까지 모두 준비된 플랜이었다. 결코 우연에 기댄 역전이 아니었다.
스리백 실험을 단행한 홍명보호 결과는 수비 붕괴였다. 중앙 미드필더 부진으로 중원 장악력은 전무했고 측면 압박은 한 박자씩 늦었다.
그에 반해 일본은 브라질 약점을 정확히 짚었다. 전방에서 효과적인 1차 압박으로 빌드업 라인을 흔들고 빠른 전환으로 역습 타이밍을 노렸다.
홍명보호가 실험의 실패를 경험했다면 일본은 ‘준비된 결실'을 거머쥔 분위기다.
브라질은 이날 완전체는 아니었지만 여전히 개개인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그런 브라질을 상대로 일본이 경기 흐름을 통제하고 막판 45분 동안 세 골을 몰아쳤다는 건 단순한 친선전 승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일본은 이제 아시아 최강을 넘어 세계 축구 경쟁국으로 진입했단 평가를 받는다. 스페인과 독일을 꺾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선전은 일회성 이변이 아니었고 지금의 일본은 어느 상대를 만나도 전술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팀으로 진화한 모양새다.
나흘 차이로 같은 상대에게 전혀 다른 결과를 거머쥔 양국이다. 서울의 0-5와 도쿄의 3-2. 올해 10월 평가전 성적표는 한일 축구 격차를 상징하는 지표로 한동안 기능할 공산이 크다. 팬들 역시 판이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한국은 충격과 위기감, 일본은 자신감과 자부심을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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