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 연휴는 직장인들이 하루만 휴가를 쓰면 열흘 동안 쉴 수 있는 ‘황금 연휴’였다. 대체 공휴일이 들어가면서 징검다리 연휴가 아닌 장기 연휴가 된 것이다.
대체 공휴일을 도입한 취지는 경제 활성화였다. 하지만 연휴가 국내 소비로 직결되지 않고 해외 소비는 늘어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대체 공휴일 하루에 일반 휴가 하루를 더해 엿새 동안 연휴가 됐던 지난 5월 1~6일 신용카드 사용 데이터를 신한카드가 분석했다. 국내 카드 사용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1%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해외 오프라인 사용액은 17.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골목 상권에서 영업하는 자영업자들도 “연휴가 무섭다”고 한다. 연휴 기간에 손님이 줄어들 뿐 아니라 연휴 전후로도 매출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서울 강북의 한 식당 주인은 “해외 여행을 많이 나가면서 연휴 앞뒤로 다른 소비를 줄이고 연휴에 해외 소비를 늘리는 것 같다”고 했다.
올해 추석 연휴에 해외 여행을 나간 우리 국민이 역대 추석 연휴 중 가장 많았다. 지난 2~9일 인천공항 이용객은 174만명으로, 하루 평균 21만7613명이었다. 이 가운데 25%는 일본 여행을 택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한다.
일본의 중소 도시인 마쓰야마는 공항으로 입국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85%가 한국인이다. 한국인 관광객에게는 무료 셔틀버스, 무료 쿠폰을 제공하고 있다. 대도시보다 전통 문화가 잘 보존돼 있고 온천도 즐길 수 있다. 음식값도 서울보다 싼 편이다. 일본 특유의 친절함과 청결함도 매력이라고 한다. 왕복 항공권도 2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국내 관광지는 이와는 정반대인 곳들이 적지 않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대게를 24만원어치 주문했는데 주인이 36만원을 결제했다’ ‘삼겹살에 비계가 절반’ 등의 뉴스가 잇따라 나왔다. 추석 연휴 동안 해외에 다녀왔다는 30대 여성은 “국내 여행을 가야 할 이유를 전혀 찾지 못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현행 주 5일제를 주 4.5일제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주 4.5일제가 도입된다면 직장인들이 금요일 오후에 0.5일, 월요일 오전에 0.5일을 줄여 주말을 끼고 3박4일 해외 여행을 갈 수 있다. 또 바가지, 불친절 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국내 여행은 갈수록 기피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소비는 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대로 둔다면 한국의 장기 연휴는 일본, 중국과 동남아 경제를 도와주는 수단에 그칠 수밖에 없다.
손덕호 기자(hueyduc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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