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갈등 재점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며 달러·원 환율이 장중 1430원대까지 상승하는 등 변동성 확대에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선 1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환전소 앞에 환율이 표시되어 있다./사진=뉴스1 |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에도 13일 외환시장은 불안한 모습을 이어갔다. 미·중 무역 갈등이 재점화되면서 안 그래도 높은 원/달러 환율을 더 압박했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4.8원 오른 1425.8원을 기록했다. 이날 1430원에 거래를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개장 직후 1425.3원까지 하락했지만 오후 들어 또다시 1430원선을 돌파하며 변동성을 키웠다. 장중 고가는 1434원이다. 저가는 1423.6원으로 하루 동안 10원 넘게 등락했다.
환율 흐름이 급격한 상승세를 나타내자 외환당국은 "최근 원화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시장의 쏠림 가능성 등에 경계감을 갖고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외환시장 구두개입 메시지를 내놨다. 당국의 공식 구두개입은 지난해 4월16일 이후 약 1년6개월 만이다.
구두개입 직전 1434원까지 올랐던 환율은 당국이 개입하자 1427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후 낙폭을 키우면서 1420원 중반대로 내려갔다. 급등세는 진정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요동친 건 미·중 무역분쟁 재점화 영향이 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희토류 수출 통제를 비판하면서 고강도 관세 인상을 예고하자 위험자산 선호 심리는 위축됐다.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순매도가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던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상승 폭을 키웠다.
원달러 환율 추이/그래픽=김현정 |
원화는 무역 분쟁과 위험선호 위축에 약세 압력을 크게 받는다. 경제 구조에 무역의존도가 높은 만큼 대외 변수에 민감하다. 지난달 말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1400원선을 돌파한 이후로는 상방 변동성이 더 확대된 상태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지수는 98~99 사이를 오간다. 지난해 11월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했을 당시 달러인덱스는 106을 웃돌았는데 당시와 비교하면 원화 가치가 더 떨어졌다는 평가다.
원화 약세는 투심으로도 이어졌다. 이날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는 국내 거래소에서 1500원대에 거래됐다.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국내 거래소 업비트에서 테더의 거래가는 1507원이다.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보다 80원 넘게 높다. 지난 11일에는 한때 1600원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은 1달러에 연동돼 가치 변동성이 작은 편이다. 하지만 위험자산 회피 심리 확산으로 프리미엄이 붙어 1달러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된 것으로 풀이된다. 코인 시장 투자자들의 매수 쏠림이 나타난 탓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대외변수가 원화에 우호적으로 전개될 경우 하락 전환할 여지도 있다고 본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스테이블코인 가격이 단기 급등한 건 투자자들의 투기적 성향이 반영된 영향도 있다"며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환율 상승 흐름은 관성적으로 더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환율 상승 배경이 됐던 프랑스와 일본 정치 변수나 미국과의 통상 협의 등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되면 얼마든지 다시 하락할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중간 무역 갈등이라는 뜻밖의 악재가 생기면서 환율은 1420~1430원대 높은 수준에서 등락할 전망"이라며 "단기적으로는 1450원까지 상단을 열어둬야 한다"고 전망했다.
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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