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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토하고 쓰러져" 환경미화원 뇌출혈 사망…法 "산재 아냐", 왜?

머니투데이 정진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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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토하고 쓰러져" 환경미화원 뇌출혈 사망…法 "산재 아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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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청사/사진=뉴시스

서울행정법원 청사/사진=뉴시스



수십년간 음주와 흡연을 해 온 환경미화원이 근무 직후 뇌출혈로 숨졌다면 업무상 재해로 보기는 어렵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근무 환경의 변화보다 생활 습관이 뇌출혈 발병에 더 크게 기여했다는 판단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9부(재판장 김국현 법원장)는 숨진 A씨의 자녀들이 "유족 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환경미화원으로 약 13년간 근무하며 도로 청소 등을 했다. A씨의 근무시간은 오전 5시부터 오후 3시까지로, 그 사이 각각 오전 8시와 오후 12시에 1시간씩 휴게 시간이 주어졌다. A씨는 2019년 11월부터 2020년 2월 말까지 어깨 관절에 문제가 생겨 병가를 썼고 복귀한 후인 2020년 4월부턴 청소 분량이 비교적 적은 곳으로 작업 구간이 변경됐다.

A씨는 2020년 7월25일 미화원 휴게실에서 피를 토하고 쓰러져있는 채로 동료에게 발견됐다. A씨는 전날 몸이 안 좋다며 휴게실에서 쉬겠다고 했었다. A씨는 발견 직후 의료기관에 이송됐지만 사흘 뒤 숨졌다. 사인은 뇌내출혈이었다.

이후 A씨 자녀들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등 지급을 청구했다. 공단은 "고인의 상병인 뇌내출혈은 업무보다는 기존 질병, 기호, 생활 습관 등 개인적인 소인이 발병에 더 기여하여 발병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부지급 결정했다. 이에 원고들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도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고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먼저 A씨의 건강검진내역에 따르면 2011년부터 고혈압 1기, 이상지질혈증 및 간장 질환 의심 소견이 지속적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기존 질환에 대해 병원 진료나 약물 치료를 받은 이력은 확인되지 않았다. 또 2016년 검사에서 지방간과 만성 간질환 진단을 받았고, 2019년 간경변증과 문맥고혈압 진단받았는데 이는 모두 뇌출혈을 유발하는 질병으로 알려졌다.

A씨는 또 일주일에 평균 4~7일, 하루 평균 소주 3병을 마셨다. 2011년 기준 35년 이상을 하루 15개비, 이후에도 하루 10개비를 흡연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흡연, 음주는 뇌출혈의 위험인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반면 △발병 전 24시간 이내 돌발적 상황이나 급격한 작업환경의 변화가 확인되지 않는 점 △발병 전 1주간 업무시간이 그 직전 12주간에 비해 30% 이상 증가하지 않은 점 △4주·12주간 주당 평균 업무시간이 급만성 과로 기준에 미달하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법원은 업무와 뇌출혈 간의 연관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정진솔 기자 pinetr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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