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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바로옆 베트남 정상 "아세안 경제영토 확장 포석"

매일경제 김상준 기자(kim.sangj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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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바로옆 베트남 정상 "아세안 경제영토 확장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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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열린 열병식에서 인사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오른쪽).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지난 10일 열린 열병식에서 인사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오른쪽).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행사에서 특이점은 베트남에 대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례적인 환대였다. 김 위원장은 열병식에서 베트남 권력서열 1위인 또럼 공산당 서기장을 자신의 바로 왼쪽 편에 세웠으며, 정상회담도 했다. 김 위원장이 '핵을 보유한 정상국가' 행세를 하며 중국, 러시아, 나아가 베트남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까지 외교적 입지를 넓히려는 의도로 보인다.

12일 정부에 따르면 북한의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계기로 방북한 11개국 대표단 중 정상급 인사는 또럼 서기장과 통룬 시술리트 라오스 국가주석 등 2명이다. 베트남과 라오스 최고지도자가 북한을 방문한 것은 각각 18년, 14년 만이다. 특히 또럼 서기장은 지난 10일 평양에서 진행된 열병식에서 김 위원장과 나란히 섰고, 9일에는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했다. 양국은 외무·국방·보건 등 분야에서 양국 간 상호 협조에 관한 합의문을 체결하기도 했다. '북·중·러'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과도 연대해 정상국가 이미지로 우방국 포섭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북한은 전통적으로 아세안 국가들에 공을 들여왔는데, 다시 시동을 거는 모습"이라며 "한국이 최근 아세안 국가들과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어 이에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 베트남을 거점으로 삼아 아세안 외교를 정상화한다는 구상"이라고 평가했다. 인도네시아 역시 이번 행사를 계기로 12년 만에 외교부 장관이 방북했다. 북한 내부적으로는 대북 경제제재가 느슨한 사이에 아세안으로 경제적 영토를 확장한다는 분석도 있다. 베트남은 미국 등 자유주의 진영 국가들과 교류를 통해 비약적으로 경제 수준을 향상시킨 국가다. 김 위원장이 베트남을 이상적인 모델로 여기고 밀착했을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이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곳도 베트남 하노이다. 베트남은 한국 스마트폰 등 제조업 생산기지가 집중된 경제·무역 상대국인 만큼 이곳에서 남북한 외교 각축전이 펼쳐질 수도 있다. 최근 또럼 서기장은 한국을 국빈방문해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하기도 했다.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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