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여의도 KRX한국거래소 홍보관 모습.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1일부터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10일(현지시각) 선언하면서 금융시장이 다시 어두운 터널 속으로 들어갔다. 시장에선 지난 4월 초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 비상사태 선포와 상호관세 부과 발표, 그 뒤 상호관세 유예 때의 혼란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뉴욕 증시 3대 지수 가운데 시가총액이 가장 큰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 흐름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4월2일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하자 3일부터 나흘간 12.1% 급락했다. 그 뒤 트럼프가 국가별 상호관세를 ‘석달간 유예’하자 9일엔 9.52% 폭등한 바 있다. 4월 한달간 미국 주식시장은 큰 폭으로 출렁거리며 지수가 제자리걸음을 했다.
트럼프의 추가 관세 부과 발표로 ‘미-중 관세전쟁’이 재발하자 10일 시카고옵션거래소가 산출하는 변동성지수(VIX)가 21.66으로 5.23(31.83%) 급등했다. 6월19일(22.17) 이후 최고치로, 조금 더 오르면 4월 수준으로 되돌아간다.
같은 날 나스닥 종합지수는 3.56%, 에스앤피500 지수는 2.71% 급락했다. 최근 시장을 뜨겁게 달궈온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급락했다. 오픈에이아이(OpenAI)에 칩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6일 이후 사흘 만에 43% 주가가 급등했던 에이엠디(AMD)가 7.72% 떨어졌고, 브로드컴(5.91%), 마이크론 테크놀로지(5.58%), 팔란티어(5.41%), 엔비디아(4.89%)도 5% 안팎 하락했다. 금융정보업체 비스포크 인베스트먼트 그룹은 트럼프가 트루스소셜에 쓴 글로 사라진 시가총액이 약 2조달러(약 2854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중국을 겨냥해 ‘100% 추가 관세’라는 공격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관세 부과 예정일인 11월1일까지 협상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에 시장에선 10월31일~11월1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이 열릴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엔화 약세 영향으로 상승세이던 원-달러 환율은 한 계단 더 올랐다. 11일 오전 2시 마감한 서울 외환시장 야간거래에서 환율은 10일 주간거래 종가에 견줘 6.0원 올라 1427.0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채권시장에선 금리가 급락(채권가격 상승)했다. 2년 만기 국채 금리가 10일 연 3.512%로 9.3bp(1bp=0.01%포인트) 떨어지고, 10년 만기 국채는 4.036%로 10.8bp 하락했다.
우리나라에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서 향후 통화정책에서도 신중한 행보를 하겠다고 밝힌 9월17일 이후 외국인들이 국채 선물을 대거 순매도하면서 2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9월18일 2.403%에서 10일 2.591%로 뛰었다. 트럼프의 대중 추가 관세 발표 뒤 열린 서울 채권시장 야간거래에선 3년 국채 선물이 외국인의 순매수 속에 소폭 상승해, 국고채 금리도 하락 반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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