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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가자 재장악'하며 건재 과시… "2단계 휴전 쉽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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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가자 재장악'하며 건재 과시… "2단계 휴전 쉽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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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병력 7,000명 소집령도 내려
'하마스 무장 해제' 이행에 우려 커져
"13일 인질 석방은 예정대로 진행"


한 팔레스타인인 남성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합의 발효 이튿날인 11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중부 가자시티에서 자신의 짐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가자시티=AP 연합뉴스

한 팔레스타인인 남성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합의 발효 이튿날인 11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중부 가자시티에서 자신의 짐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가자시티=A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군이 철수한 가자지구 장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마스가 가자지구 내 다른 무장단체와 총격전을 벌이는 등 무력을 과시하면서, '하마스의 완전 무장 해제'를 전제 조건으로 하는 휴전 2단계 이행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마스, 가자 내 검문소 설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현지시간) 하마스가 검문소를 설치하고 민병대와 총격전을 주고받는 등 가자지구 내 통제권을 다시 확보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복면을 착용한 하마스 대원이 가자지구 각 지역에서 차량 수색을 통해 무기를 압수하고,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는 하마스와의 유혈 충돌을 피하기 위해 일부 민병대가 무기를 내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는 가자지구 내 병력 7,000명에 대한 소집령도 내렸다. 영국 BBC방송은 이날 하마스가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가자지구 내 무법자와 이스라엘 협력자를 정화해야 한다"며 전투원들에게 향후 24시간 이내에 재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스라엘 협력자에 대한 색출·구타도 이어졌다.

하마스가 휴전 1단계 발효 직후 오히려 자신들의 무력을 과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향후 종전구상 이행이 곤란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BBC는 하마스의 병력 동원을 "향후 평화계획 2단계 이행을 복잡할 수 있게 만드는 핵심 문제"라고 지적했다.

AFP통신과 인터뷰를 진행한 하마스 고위 간부도 휴전 2단계 이행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하마스 정치국 고위관리인 호삼 바드란은 이날 인터뷰에서 "하마스와 저항군이 가지고 있는 무기는 팔레스타인 인민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협상의 2단계는 첫 번째 단계보다 더 복잡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단계 인질 석방은 순조롭게 진행



구호물품을 실은 트럭 한 대가 12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잇는 라파 검문소에서 가자로 진입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라파=EPA 연합뉴스

구호물품을 실은 트럭 한 대가 12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잇는 라파 검문소에서 가자로 진입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라파=EPA 연합뉴스


하마스의 무력 과시 움직임에도 당장 휴전이 파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1단계 휴전의 가장 큰 분수령이 될 인질 석방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스라엘, 하마스 간의 합의에 따라 하마스는 13일 오전까지 살아있는 이스라엘인 인질 20명을 석방하고 인질 유해를 돌려줄 예정이다. 하마스는 이날 "합의에 따라 월요일(13일) 오전 포로 교환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이스라엘이 석방할 팔레스타인 수감자 명단을 두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이견도 드러났다. 하마스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만델라'로 불리며 차기 팔레스타인의 구심점으로 평가받는 정치 지도자 마르완 바르구티의 석방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스라엘은 바르구티가 테러혐의를 받는 '중죄인'이라는 이유를 들어 이를 거부하고 있다.

13일 석방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다음 단계는 외부로부터의 가자지구 통행 재개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날 자국과 프랑스, 스페인의 감시 아래 14일 가자지구 남부와 이집트를 잇는 라파 검문소가 다시 개방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같은 날 미국도 휴전을 감시·감독할 200여 명의 병력을 이스라엘로 들여보냈다. 브래드 쿠퍼 미국 중부사령부(CETCOM) 사령관은 이들이 안보·병참 지원에 종사할 예정이지만, 직접 가자지구에 주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