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한국일보 언론사 이미지

관세 휴전 끝나나... 中 "싸움을 원하지 않지만 두려워하지도 않아"

한국일보
원문보기

관세 휴전 끝나나... 中 "싸움을 원하지 않지만 두려워하지도 않아"

서울맑음 / -3.9 °
APEC 미중 정상회담 앞두고 기싸움 팽팽
中 "미국의 '이중잣대'가 희토류 통제 이유"
새로운 협상 카드 없는 트럼프, 결점 노출?


도널드 트럼프 1기 미국 행정부 시기인 2017년 11월 9일 중국을 찾은 트럼프(오른쪽) 당시 미국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1기 미국 행정부 시기인 2017년 11월 9일 중국을 찾은 트럼프(오른쪽) 당시 미국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미국이 중국의 희토류 전방위 수출 통제 조치 이후 '대(對)중국 추가 관세 100%' '핵심 소프트웨어 수출 통제' 등 보복 조치를 내놓자, 중국 정부는 "싸움을 원하지 않지만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며 결연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계기 미중 정상회담에도 먹구름이 끼는 가운데, '관세 휴전' 국면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중국 상무부는 홈페이지에 입장 발표문을 내고 "미국이 자신의 입장을 고수할 경우 중국은 정당한 권익을 수호하기 위해 상응하는 조치를 단호히 취할 것"이라고 강경하게 맞섰다. 그러면서 "관세 전쟁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일관적"이라며 "고율 관세 부과를 빈번하게 위협하는 것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있어 올바른 접근 방식이 아니다"라고도 강조했다.

중국은 입장문에서 미국의 '이중잣대'를 희토류 및 관련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의 명분으로 삼았다. 상무부는 "오랫동안 미국은 수출 통제를 남용하고 중국에 대한 차별적 처사를 하며, 반도체 설비 및 칩을 포함한 광범위한 상품에 대해 일방적으로 '롱암 관할(관할권이 없는 다른 지역까지 관여를 확대하는 것)' 조치를 실시해왔다"며 "미국의 통제 리스트는 3,000건이 넘지만 중국의 수출 통제 리스트 물자는 900여 건에 불과하다"고 강변했다.

지난 5월부터 양측이 총 4차례 고위급 무역 협상을 이어오는 가운데, 협상 분위기를 훼손한 것은 미국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상무부는" 지난달 마드리드 협상 이후에도 미국이 여러 중국 기업을 수출 통제 리스트와 특별지정제재대상(SDN)에 추가해 중국의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어렵게 얻은 협상 결과를 수호하고, 중미 경제 무역 협상 메커니즘을 지속적으로 활용하며, 상호 존중과 평등한 협상을 기반으로 대화를 통해 각자의 우려를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만반의 준비 中 vs 전략 부재 노출된 美



지난 9일 중국 동부 산둥성 칭다오의 항구에 정박한 화물선에 컨테이너 화물이 선적되고 있다. 칭다오=AFP 연합뉴스

지난 9일 중국 동부 산둥성 칭다오의 항구에 정박한 화물선에 컨테이너 화물이 선적되고 있다. 칭다오=AFP 연합뉴스


이날 중국의 입장문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관세 공격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한 흔적이 역력했다. 중국은 지난 9일 희토류 물자뿐 아니라 관련 기술·설비 등에 대한 전방위 통제 조치를 내놓은 데에 대해 "중국의 수출 통제 조치는 수출 금지 조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수출 신청이 규정을 준수하는 한 승인될 것이며, 공급망에 미치는 요소도 아주 제한적일 것"이라 밝혔다. 또 "모든 관련 국가 및 지역에 이런 내용을 통보했다"고도 덧붙였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하는데, 이번 조치로 인한 공급망 불안을 최소화하고 '희토류 무기화'에 대한 다른 교역국의 불만과 비판을 피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관세 인상과 기술 수출 통제 외 '새로운 전략'이 없다는 결점을 노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허웨이원 중국세계화센터 수석연구원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인상하겠다고 다시 한번 위협한 것은 그가 중국에 압력을 가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이 거의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싱가포르 기반 지정학 컨설팅회사 APAC어드바이저의 스티븐 오쿤 최고경영자(CEO)도 "미국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을 갖고 있지만 그 영향력은 일정 수준까지"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모든 카드를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으며, 미국은 중국에 새롭게 보복할 별다른 수가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희토류 조치와 트럼프 대통령의 격분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두고, 반년 가까이 생명을 연장해온 '미중 관세 휴전'이 사실상 종말에 다다랐다는 전문가 분석이 주를 이룬다. 스콧 케네디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석연구원은 로이터통신에 "양측 모두 APEC을 앞두고 압박을 강화해 상대에게 양보를 끌어내려는 것"이라며 "이번 사태가 단기 충돌인지, 장기 재격돌의 시작인지는 앞으로 몇 주가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 후 미중 관세전쟁 및 협상 일지. 그래픽=신동준 기자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 후 미중 관세전쟁 및 협상 일지. 그래픽=신동준 기자


베이징= 이혜미 특파원 herstory@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