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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의 대부' 방시혁 의장 수사...'BTS 성공 언제'로 보느냐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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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의 대부' 방시혁 의장 수사...'BTS 성공 언제'로 보느냐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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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상장 과정 논란 쟁점]
검경·금감원,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 정조준
"상장 계획 숨겨" vs "투자 유치 어려워 선회"
PEF로 1200억 원 얻은 '이익배분약정' 두고
당국 "상장 전 다이너마이트 '대박' 알고 계획"
하이브 "경영상 선택에 유동성 공급 등 행운 겹쳐"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지난달 15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지난달 15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K팝의 대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최대 위기에 처했다. 경찰과 검찰, 금융당국이 그를 자본시장법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조사 중이다. 2020년 10월 하이브(당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하는 과정 전후에 방 의장이 기업공개(IPO) 계획을 숨기고 지인이 연관된 사모펀드(PEF)를 동원해 1,000억 원이 넘는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이다.

핵심 쟁점은 방 의장이 기존 주주들에게 IPO 계획을 숨기고 그들의 지분 매각을 유도했는지, 이른바 '기획펀드'로 상장 이익을 거뒀는지, 이 같은 주주 간 계약을 상장 시 공개하지 않은 것이 위법한지 여부 등이다.

사정당국은 방 의장이 하이브 상장으로 많은 돈을 벌어들일 것을 예측하고 기존 주주들을 속여 지분 매각을 유도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반면 하이브 측은 방 의장이 손실 리스크를 감수하고 투자한 경영상 결단과 행운이 겹쳐 예상치 못한 수익을 거뒀다는 입장이다. 아직 기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추후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쟁점들을 세부적으로 짚어봤다.

방 의장은 기존 주주들에게 '상장 계획이 없다'고 속였나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연합뉴스


방 의장이 처음으로 '상장'을 언급한 건 2017년이다. 그는 당시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초기 투자자인)레전드홀딩스, LB인베스트먼트 등 주주들과 IPO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IPO 작업이 본격화한 시기는 2019년부터다. 하이브는 그해 8월 지정감사 신청을 하고 2020년 1월 IPO 주관사 선정을 마쳤다. 지정감사 신청이란 회사가 직접 외부감사를 맡을 회계법인을 선정하지 않고, 금융감독원에 회계법인을 지정해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다. 하이브는 해당 감사 결과를 토대로 2020년 5월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한 뒤 같은 해 10월 코스피 상장에 성공한다.

문제가 발생한 건 기존 주주들이 이 시기에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 등에 보유하고 있던 하이브 지분을 3만, 4만 원대에 매각하면서다. 1년 뒤 하이브의 IPO 공모가 13만5,000원의 4분의 1, 상장 첫날 종가 25만8,000원의 8분의 1 수준이다.

'지정감사 신청'을 놓고 하이브와 경찰·금융당국의 판단이 갈린다. 경찰은 하이브가 지정감사 신청을 한 당시 기존 주주들에게 "당분간 상장 계획이 없다"는 답변서를 보낸 것을 적극적 기망 행위라고 보고 있다. 지정감사 신청은 상장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는 확실한 신호인 만큼 해외투자 유치가 하이브의 최우선 카드였다는 주장을 믿을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 하이브 측은 2019년 자본확충을 위해 상장을 비롯한 여러 카드를 고려 중이었으며, 최우선 계획은 일본 소프트뱅크벤처스 등 해외 신규 투자 유치였다고 항변한다. 특히 당시 미국 엔터테인먼트사 인수를 위해 1조 원가량의 자금 조달이 필수적이었는데, △하이브 가치에 대한 저평가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자본시장 침체 등으로 글로벌 투자사의 예상 투자 규모가 1조 원을 하회하면서 결국 시장 상황에 따라 상장으로 계획을 선회했다는 것이다. 투자 유치 중에 기존 주주들에게 "상장을 진행하겠다"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주주들을 속이는 것이었다는 설명이다. 상장 시간표는 회사 안팎의 상황에 따라 언제든 변할 수 있는 상황에, 기존 주주들도 지정감사 신청을 요구하는 등 해당 절차가 진행되는 점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 하이브 측 설명이다.

"지인 동원한 기획펀드" Vs "인맥으로 어렵게 구한 구원투수"



2023년 6월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에서 해외 팬들이 그룹 BTS 데뷔 10주년을 축하하는 광고판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1

2023년 6월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에서 해외 팬들이 그룹 BTS 데뷔 10주년을 축하하는 광고판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1


기존 주주들로부터 하이브 지분을 사들인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가 방 의장의 측근인 김중동씨 주도로 설립된 곳인 것도 이번 의혹의 쟁점 중 하나다.

경찰은 방 의장이 김씨가 주도한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 등을 섭외해 '기획펀드'를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김씨는 SV인베스트먼트 출신으로, 2011년 하이브 초기 투자를 주도한 인물이다. 이를 인연으로 하이브 사외이사로 재직하던 중 신생 사모펀드인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에 합류해 펀드를 조성하고 하이브 지분을 사들이는 등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 주주 간 지분 거래는 2018년 10월 스틱인베스트먼트가 LB인베스트먼트 등이 가지고 있던 지분을 매입한 것을 시작으로, 2019년 11월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와 뉴메인에쿼티 등이 조성한 펀드가 기존 주주 지분 8.7%를 인수하는 등 2년간 이뤄졌다.


반면 하이브 측은 당시 자본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지인 등을 통한 지분 거래는 방 의장의 사익을 위한 것이 아닌, 방 의장이 겨우 구해온 '구원투수'라는 입장이다. 기존 주주들이 먼저 매각 의사를 밝혀 지분을 매입해줄 투자자를 구했다는 것이다.

당시 하이브는 BTS에만 의존하는 매출 구조, BTS 멤버들의 병역 문제 등으로 투자 매력도가 낮아 미국계 사모펀드 두 곳과 일본계 투자자 한 곳도 인수를 위한 실사까지 거쳤다가 포기했다는 게 하이브의 주장이다. 결국 손을 벌린 것이 과거부터 하이브에 투자해왔으며 엔터업계 현황과 비전을 잘 아는 김씨 등이었다는 설명이다.

1,200억 원 손에 쥔 방 의장의 '언아웃 계약'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지난달 15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지난달 15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방 의장이 기존 주주들로부터 하이브 지분을 매입한 사모펀드들과 '이익배분약정'이 포함된 주주 간 계약을 맺은 경위 등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방 의장은 주주 간 계약을 통해 IPO 이후 사모펀드 매각 차익 중 30%를 배분받기로 했는데, 시장에서는 방 의장이 지인과 연관된 PEF로부터 1,200억 원가량을 챙겼다고 보고 있다.


경찰 등은 방 의장이 보유한 하이브 지분에는 보호예수가 걸려 있어 현금 확보가 어려운 만큼, 지인이 연관된 사모펀드를 통해 우회적으로 차익을 챙겼다고 보고 있다. 보호예수란 상장 이후 일정기간 주식 매각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로, 상장 후 차익 실현을 위한 대규모 지분 매각을 일정 기간 방지해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조치다.

하이브 측은 주주 간 계약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이었다고 주장한다. 애초 사모펀드 측에서 하이브 IPO가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방 의장에게 풋옵션(주식 매수 청구권)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반대급부로 이익배분약정을 제시받았다는 것이다. IPO 실패 시 사모펀드 측이 풋옵션을 행사할 경우 방 의장은 해당 지분을 높은 가격에 사들여야 했던 만큼, IPO 성공에 따른 차익 회수는 '운'이 좋았다는 해명이다.

하이브는 2020년 초 코로나19로 공연 수익 등이 급감했으나 이후 전례 없는 유동성 공급 정책에 그해 8월 BTS의 '다이너마이트'가 전 세계적으로 기록적인 성공을 거두는 등 '예상하기 어려웠던 우연들'이 겹쳤다고 주장한다. 기존 2조 원대였던 하이브의 시장 예상 가치가 그 2배에 가까운 3조8,000억 원으로 커지면서 IPO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다만 경찰은 BTS가 2019년 이미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뒀으며, 2020년 8월 신곡 출시가 예정돼 있던 사실을 방 의장이 모를 수 없었던 만큼 해당 시기를 노려 IPO를 시도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아울러 금감원은 하이브가 상장을 위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방 의장과 사모펀드 간 계약이 기재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사기적 부정거래'로 판단, 기존 주주들이 피해를 봤다고 본다. 이에 대해서도 하이브는 고의 누락이 아니며 주관사에 주주 간 계약을 제공했고, 당시 주관사가 한국거래소에 제출해야 하는 기업실사점검표엔 주주 간 계약은 포함되지 않았다(실제 지난해 12월 31일 개정)는 입장이다. 또 기존 주주들도 상장 전 지분 매각 과정에서 상당한 투자수익을 거뒀으며, 상장 후 하이브 주가는 단 한 번도 공모가(13만5,000원)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어 개인투자자의 손실도 없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결국 재판 과정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금감원 조사 결과를 토대로 방 의장에게 혐의가 있다고 판단,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경찰 또한 하이브 압수수색에 이어 방 의장을 두 차례나 소환조사하고, 출국금지 조치까지 하는 등 제대로 칼을 빼든 만큼 혐의가 있다고 결론을 낼 가능성이 높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