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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1인자 환대로 ‘다자외교’ 보폭 넓힌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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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1인자 환대로 ‘다자외교’ 보폭 넓힌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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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회담하고 환영 연회를 마련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회담하고 환영 연회를 마련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맞아 준비한 ‘다자외교’ 무대의 의외의 주인공은 베트남 최고지도자인 또 럼 베트남공산당 서기장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한을 국빈방문한 또 럼 서기장과 9일 정상회담을 했고, 중국과 러시아의 ‘2인자’인 리창 총리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안전보장이사회 부의장에 버금가는 극진한 환대를 했다.



9일 열린 당창건 80주년 경축행사에서 외교적으로 가장 상석인 김 위원장의 오른편에는 리창 총리가 섰다. 국빈으로 방문 중인 또 럼 서기장보다도 리 총리가 의전 서열에서 더 높은 자리에 선 셈이다.



하지만, 북한 관영매체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이 리 총리를 접견하는 자리에는 최선희 외무상만 배석했고 중국 국기도 놓이지 않았다. 또럼 서기장과의 북·베트남 정상회담에는 양국 국기가 놓였고 여러 배석자가 참석했다.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또 럼 서기장이 북한 당 창건 기념일에 직접 국빈 방문한 것은 북한의 외교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 장윤정 통일부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기존 북한의 당 창건일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에는 주로 중국의 고위급 인사들이 방북했다”면서 중국, 러시아, 베트남, 라오스 등 해외 여러 고위급 인사가 한꺼번에 방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베트남에서는 또 럼 서기장이 왔고, 라오스는 최고지도자인 통룬 시술릿 국가주석이 방북해 김 위원장과 양자회담을 했다.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굳건하게 다진 김 위원장이 중·러에만 의존하지 않고, 국제사회에서 외교적 입지를 적극적으로 넓혀가겠다는 ‘다자외교’ 전략을 발전시켜가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리창 중국 총리와 중국 대표단을 접견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리창 중국 총리와 중국 대표단을 접견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항일전쟁 승리 8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해 중국과 러시아 정상과 나란히 서서 다자외교 무대에 대뷔했다.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도 7년 만에 차관급인 김선경 외무성 부상을 파견해 중·러 주도의 반서방 세력의 일원으로 외교적 입지를 넓히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 부상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쿠바의 브루노 로드리게스 외교부 장관, 베네수엘라의 이반 힐 외교부 장관, 니카라과의 데니스 몬카다 외교부 장관 등 '북한 우호국' 인사들과도 잇따라 회동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연말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반미 전선을 구축하고 사회주의 우호국들과의 친선을 강화하고 다양한 국가들과 외교 관계를 확대하겠다’는 전략기조를 밝혔다”며 “이후 북한은 올 한해 내내 외교 지평을 확대하는 움직임을 지속해왔고, 이번 열병식에 베트남과 라오스 정상이 참석한 것에서도 그런 다자외교 기조가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해석했다.



홍 연구위원은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베트남식 경제발전 모델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곧 열릴 당대회에서 경제 계획을 내놓을 예정인데, 중국뿐 아니라 베트남식 경제 발전 노하우를 참고하고 경제 협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9일 평양에서 열린 북한 당 창건 80주년 기념 행사에서 김정은 위원장 오른편(사진에서는 왼쪽)에 리창 중국 총리, 왼쪽에 또 럼 베트남공산당 서기장이 서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9일 평양에서 열린 북한 당 창건 80주년 기념 행사에서 김정은 위원장 오른편(사진에서는 왼쪽)에 리창 중국 총리, 왼쪽에 또 럼 베트남공산당 서기장이 서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베트남이 북미 대화에서 중재 역할을 하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롄허자오바오)는 10일 “베트남이 미국과도 가깝다는 점에서 북한에게 새로운 외교 창구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미·중·러 관계가 모두 경색된 상황에서 북한이 중·러를 통해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가 쉽지 않은 반면, 베트남은 미국, 한국, 북한 모두와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앞으로 베트남이 미·북 대화 재개의 중재 역할을 맡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2019년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진행한 바 있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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