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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는 지원, 어디는 0원… 어르신 대상포진 예방접종 ‘지역 복불복’ [건강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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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는 지원, 어디는 0원… 어르신 대상포진 예방접종 ‘지역 복불복’ [건강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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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대상포진 진료환자는 2020년 71만5031명에서 2024년 75만8767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대상포진 진료환자는 2020년 71만5031명에서 2024년 75만8767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대상포진 예방접종 지원 여부가 지자체마다 크게 달라, 사는 지역에 따라 어르신들이 예방 기회부터 금액까지 ‘복불복’인 현실이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광주갑)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지자체별 어르신 대상포진 예방접종 자율사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국 229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168곳(73.4%)만이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61곳(26.6%)은 전혀 지원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 의원은 “대상포진은 면역이 약한 고령층에게 흔한 질환인데, 사는 지역에 따라 예방조차 못 받는 현실은 명백한 건강 불평등”이라며 “국가가 전국민 단위 예방접종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자체별로 살펴보면, 서울 25개 구 중 23곳이 사업을 시행했지만 중구와 구로구는 미시행이었다. 부산은 16개 구·군 중 단 2곳(강서구·기장군)만이 시행 중이었고, 대구는 9곳 가운데 군위군 1곳만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 역시 31곳 중 18곳만 지원 중으로, 수원·부천·안양·하남 등 주요 대도시 상당수가 대상포진 예방접종 사업을 운영하지 않고 있었다. 충북 청주시, 충남 천안·공주·아산, 경남 창원·김해·양산 등도 미시행 지역이다.



반면 광주·울산·전북·전남·제주 등은 전 지역에서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어 지역 간 격차가 뚜렷했다. 전국적으로는 전체의 약 4분의 1인 61개 지자체가 ‘지원 0원 지역’으로, 해당 지역 어르신들은 전액 본인 부담으로 접종을 받아야 한다.



지원사업을 시행 중인 지자체 간에도 지원 금액과 대상 기준이 제각각이었다. 충남 서산시는 1인당 18만5000원, 전북 임실군 18만원, 대전 유성구 17만7500원, 서울 송파구 16만800원 등을 지원하는 반면, 충북 증평군은 7만원, 충남 계룡시는 4만4450원, 경북 구미시는 1만2580원만 지원했다. 같은 예방접종임에도 최고 14배까지 지원 금액 차이가 났다.



백신 종류 역시 재조합백신(‘싱그릭스’)인 사백신 중심으로 운영하는 지역과 생백신만 지원하는 지역으로 나뉘었다.



생백신은 약독화된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이용해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한 번만 맞으면 되고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예방 효과는 50살 기준 70% 이하이며 연령이 높을수록 점차 떨어진다. 또 항암치료 환자나 장기이식 환자,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접종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018년부터 생백신을 권고 대상에서 제외했다.



반면 사백신은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만든 단백질 백신이다. 두 차례 접종(2~6개월 간격)이 필요해 다소 번거롭지만 효과는 확실하다. 2015년 미국에서 발표된 대규모 임상시험에 따르면 50살 이상에서 예방 효과가 97%에 달했고, 70살 이상 고령층에서도 90% 이상 유지됐다.



지원 연령 기준도 60세 이상, 65세 이상, 70세 이상 등 지자체마다 달라 표준이 없었다. 소 의원은 “지원이 있느냐에서 한 번, 얼마를 받느냐에서 또 한 번 차별받는 이중 불평등 구조가 형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대상포진 진료환자는 2020년 71만5031명에서 2024년 75만8767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2025년 1~6월)에도 이미 38만5748명을 기록했다.



특히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경남(4만8774명), 경북(3만6371명) 등은 환자 수가 많지만, 일부 시·군은 예방접종 지원이 전무해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소 의원은 “예방접종은 고령층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공공의료 안전망이지만, 지금은 지자체 재정 여건에 따라 ‘운 좋은 지역만 혜택을 받는 복불복 복지’가 되어버렸다”며 “정부가 전국 표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국비와 지방비를 함께 부담하는 매칭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예방접종의 형평성은 단순한 행정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 문제”라고 덧붙였다.



전국 17개 광역단체 중 광주·울산·전북·전남·제주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는 시·군·구 단위별로 지원 유무가 제각각이었다.

전국 17개 광역단체 중 광주·울산·전북·전남·제주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는 시·군·구 단위별로 지원 유무가 제각각이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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