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놓친다”...아이폰, 긴급구조 위치 제공 ‘20초 지연’

위치전달 아이폰 20초·안드로이드 2초 소요
애플 “글로벌 개인정보 보호정책 따라 불가”

아이폰 에어. (사진=애플)

애플 아이폰이 긴급상황에서 구조 요청자의 위치를 전달하는 데 최대 20초가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평균 2초 이내에 위치 정보를 전송하는 점을 감안하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애플은 경찰·소방 등 제3자의 긴급 구조 요청이 있을 때 긴급 통화 종료 후 5분 동안만 제한적으로 위치 정보를 제공하며 실시간 제공은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안드로이드 단말기들은 기지국·GPS·와이파이 신호를 각각 제공하지만, 아이폰은 ‘HELO(하이브리드 정밀 위치)’라는 자체 복합 측위 시스템을 통해 이들 신호를 결합해 분석한 뒤 결과를 전송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올해 실시한 ‘긴급구조 위치정보 품질 사전시험’ 결과, 아이폰의 평균 응답 시간은 20초로 나타났다. 이는 이동통신 3사의 안드로이드폰 평균 응답시간인 기지국(1.3초), GPS(1.7초), 와이파이(2.4초)보다 10배 이상 느린 수준이다.

애플 측은 “다양한 위치 데이터를 충분히 분석·계산해 보다 정확한 좌표를 제공하기 위해 시간이 소요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밀도보다 속도가 중요한 긴급 구조 상황에서는 20초의 지연이 생명을 가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9월 서울 관악구 피자가게 살인 사건 당시에도 경찰이 신고를 접수한 지 3분 만에 출동했지만, 신고자의 정확한 위치를 특정하지 못해 현장 도착까지 20분이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가 이동 중이거나 폐쇄된 공간에 있을 경우, 위치 정보 지연은 구조의 시급성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애플은 제3자의 긴급 구조 요청에 따른 위치정보 실시간 제공이 글로벌 개인정보 보호 정책 및 단말기 보안 정책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방통위는 “긴급 상황에서 위치정보 제공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글로벌 사업자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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