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속도 때문에 대기업도 외국 기업도 우리 회사를 찾아옵니다. 일감이 몰려서 인공지능(AI) 데이터 검증 인력을 추가로 충원하는 이유죠."
K뷰티(화장품) 업계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는 CDRI(씨디알아이) 창업자 곽태일 대표는 화장품 산업을 보는 관점을 데이터로 돌려 업계의 게임체인저가 되겠다고 자신했다. 화장품데이터연구소를 표방한 이 회사는 화장품 인증 자동화 솔루션 '써티코스', 종사자 커뮤니티 플랫폼 '코스브릿지', 화장품 컨설팅 플랫폼 '코스가이드'를 운영하며 K뷰티 창업 도전자들이 찾는 핵심 인프라스트럭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곽 대표는 건국대 동물생명공학과에 재학 중이던 2017년 세계 최초로 초유 성분을 원료로 한 화장품 업체 '팜스킨'을 창업했고, 이어 2020년 자회사인 씨디알아이를 설립했다. 팜스킨의 초유 화장품을 등록하는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와 연이어 맞닥뜨린 '코로나19'는 두 번째 사업의 자양분이 됐다.
그는 "버려지던 초유를 세계 화장품 원료사전에 등록시키고 맨땅에 헤딩하듯 직접 외국 정부 기관에 국제전화를 해 원료를 등록하고 수출을 뚫는 경험으로 급성장했다"면서도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화장품 브랜드 사업의 취약성을 깨닫고 AI 기술과 결합한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의료 AI 대표 기업 '뷰노'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낸 정규환 성균관대 교수가 씨디알아이 고문으로 AI 시스템 개발을 도왔다.
씨디알아이는 화장품 원료의 해외 인증이나 품질 관리, 인체 적용 시험 등 필수 업무를 범용화하고 비효율을 없애는 플랫폼 사업으로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고 있다. 미국, 유럽, 중국 등 35개국 국가별 인증과 비건, 미국 식품의약국(FDA) 의료기기 등 특수 인증까지 자동 인허가 진행을 통해 한번에 처리한다.
현재 고객사 약 1400곳을 확보한 상태로, 월 80개 안팎의 신규 고객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시간과 비용 절감 효과 덕분이다. 서비스를 경험한 후 비용 절감을 체감한 고객사의 재의뢰율도 높아 올해 1분기 기준 92%를 기록했다.
곽 대표는 "챗GPT가 본격 출시되기 전인 2019년부터 빅데이터를 쌓아온 덕을 톡톡히 본다"며 "기존 업체에서 직원 한 명당 월평균 15~20개씩 처리할 때 우리는 그 5배의 업무량을 처리하는 속도 차이가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초기 정확도는 50% 선이었지만 화장품 데이터 10만건 이상이 쌓이며 정확도가 97%까지 올랐다"면서 "화장품 원료 가공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불순물 생성 여부 점검까지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국내 화장품과 달리 미국 화장품은 제조 시설과 제품 목록을 제출하는 등록제 형태로 운영된다. 이 때문에 유통 과정에서 광고 문구나 성분 표기 방식 등의 이슈로 퇴출당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씨디알아이는 미국 월마트, 아마존, 티제이맥스 등 유통사와 계약하며 화장품 품질 관리와 유통 문제에서 신속한 해결사 역할도 하고 있다. 그 덕분에 해외 화장품 업체들은 물론이고 자체 인력과 시스템을 갖춘 대기업도 고객으로 속속 합류하는 추세다. 서비스 이용 고객이 늘어나면서 AI 분석을 처리할 신규 인력 30명을 연말까지 증원할 계획이다.
곽 대표는 "11월부터 화장품 업계 인력 채용 플랫폼(잡코스)도 시작해 사업 영역을 확대할 것"이라며 "올해 매출 100억원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씨디알아이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국가신기술(NET) 인증을 위한 2차 심사에 통과했다.
[이한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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