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화학상은 신소재 합성에 새로운 지평을 연 연구자 3명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금속-유기 골격체(MOF)'를 최초로 합성해 수많은 물질을 합성할 길을 열었다. 사막에서 대기 중의 물을 추출하는 것은 물론 가스 저장, 탄소 포집, 환경 정화 등 다양하게 활용된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2025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기타가와 스스무 교토대 공학연구과 교수, 리처드 롭슨 멜버른대 화학과 교수, 오마르 야기 UC버클리 화학과 교수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일본은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에 이어 노벨 화학상까지 받게 됐다. 일본의 기초과학 저력을 다시금 입증했다는 평가다. 노벨위원회는 "화학상 수상자들은 각자 새로운 유형의 분자 구조를 개발했다"며 "그 덕분에 전 세계 화학자들이 수만 가지의 다양한 금속-유기 골격체를 설계해 새로운 경이로움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관련기사 A12면
위원회에 따르면 롭슨 교수는 1989년 구리 양이온을 중심으로 해서 다이아몬드와 비슷하지만 그 속에 빈 공간이 매우 많은 MOF 구조를 만들었다. 다만 그 구조는 불안정해 쉽게 붕괴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후 기타가와 교수가 MOF 구조 안으로 기체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으며, MOF를 유연하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야기 교수는 튼튼하고 안정적인 MOF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물질의 특징은 질량 대비 표면적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주상훈 서울대 화학부 교수는 "금속-유기 골격체는 미세한 구멍이 많아서 물질 1g이 1000㎡ 이상의 표면적을 갖는다"며 "1g 안에 축구장 전체가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표면적이 넓기 때문에 많은 물질들을 흡착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 메탄, 수소 등 기체는 물론, 액체까지도 흡착 가능하며 이를 활용한 기술도 무궁무진하다. 최근 세계적으로 수요가 많은 탄소 포집 기술에도 활용되고 있다.
수상자들은 상금 1100만스웨덴크로나(약 16억4000만원)를 똑같이 나눠서 받는다. 9일에는 문학상, 10일에는 평화상, 13일에는 경제학상 수상자가 발표된다.
[최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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