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안타는 하나였지만, 볼넷이 무려 4개였다. 그 결과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잡는 데 무려 35개의 공을 던져야 했다. 당시 KT와 치열한 순위 싸움을 하고 있었던 SSG 코칭스태프는 끝내 결단을 내린다. 이미 올 시즌 최다 투구 수(2위 28개), 그리고 한계 투구 수에 이른 조병현을 교체하고 김민을 뒤에 붙였다. 김민이 남은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아내며 팀 승리를 확정지었지만, 조병현으로서는 개운치 않은 하루였다.
올 시즌 풀타임 마무리가 된 뒤 조병현이 경기를 마감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 뿐이었다. 세이브 혹은 팀의 승리를 지키고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혹은 아예 블론세이브를 하고 경기를 마치는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등을 보이며 동료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긴 일이 없었다. 행여 마음에 남지 않을까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이숭용 SSG 감독은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 경기 이후 조병현은 그런 성격이 아니라고 자신했다. 실제 조병현은 지나간 일에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복기할 것은 철저히 복기하지만, 경기장을 떠난 뒤에는 그냥 싹 잊어버리는 성격이다. 그리고 다음 날 경기장에 들어갈 때는 새로운 기분으로 무장한다. 우리네 일상을 생각해도 쉽지 않은 일인데 이 젊은 마무리는 그런 특별한 재능을 갖췄다.
코칭스태프의 자신감대로, 조병현은 KT전 이후 가진 3경기에서 모두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경기를 정리했다. 실제 올해 조병현의 등판 일지를 보면 두 경기 연속 실점을 기록한 사례가 단 한 번에 불과하다. 올해 69경기(67⅓이닝)에 등판했음을 생각하면 놀라운 기록이다. 이는 시즌 5승4패30세이브 평균자책점 1.60의 호성적을 기록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그런데 9일부터 시작되는 준플레이오프 일정을 앞두고 또 하나의 걱정이 나온다. 준플레이오프 상대인 삼성이 조병현에게 상대적으로 강한 팀이었기 때문이다. 조병현이 올 시즌 2경기 연속 실점을 기록한 게 딱 한 번인데 삼성에게 당했다. 6월 3일 1이닝 1실점 세이브, 6월 4일 1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모두 솔로홈런 한 방씩을 맞았다. 조병현의 올해 상대팀별 전적을 보면 삼성(4.15)과 KT(3.68)를 제외한 나머지 7개 팀은 모두 평균자책점이 2.00 아래였다.
포스트시즌은 타자들의 집중력이 극대화되는 시기다. 정규시즌 때는 헛스윙이 나올 공이, 포스트시즌에서는 그 집중력을 바탕으로 파울이 되고 인플레이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압도적인 구위가 빛을 발한다. 조병현은 그 구위를 가지고 있다. 타점 높은 곳에서 나오는 시속 150㎞ 안팎의 빠른 공은 리그 최강의 수직무브먼트를 자랑하고, 여기에 커브와 포크볼을 섞어 타자들이 타이밍을 뺏는다. 강심장도 이미 여러 차례 증명했다.
조병현은 2021년 팀의 2차 3라운드 지명자지만 2022년과 2023년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는 합류하지 못했다. 일찌감치 군에 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을야구 경험은 올해가 처음이다. 조마조마한 면은 있겠지만, 한 경기 세이브가 모든 긴장을 풀어내는 특효약이 될 법하다. 긴장해 제구가 날리지만 않는다면 어차피 조병현의 공은 알고도 못 칠 위력이 있다. 가을에서도 최강 마무리의 면모를 이어 갈 지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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