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팀의 개막 리드오프이자 부동의 주전 중견수로 시즌을 시작한 최지훈은 타격에 불이 붙지 않으며 시즌 전체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5월까지는 3할 타율을 유지하며 타격에서 한결 나은 모습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러나 6월 들어 슬럼프가 찾아왔고, 이 슬럼프는 8월까지 갔다. 5월을 마감할 당시 최지훈의 타율은 0.305로 좋았다. 그러나 8월이 끝났을 때 타율은 0.260까지 떨어져 있었다.
최지훈은 쳐서 나가는 유형의 타자다. 하루 아침에 자신이 스타일을 바꿀 수는 없다. 타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자연히 출루율의 방어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자 어쩌면 당연하게 보였던 자리가 하나둘씩 사라졌다. 리드오프는 시즌 중 더 많은 볼넷을 골라낼 수 있는 박성한이 차지했다. 8월 말까지 슬럼프가 끝나지 않자 좌완 상대로는 아예 선발에서 제외되는 날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충격을 받을 법한 일이었지만, 순위 싸움을 하고 있는 팀 사정은 어떤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사실 시즌 전 최지훈의 타격 반등을 장담했던 이가 바로 이 감독이었다. 지난해부터 강병식 타격코치와 타격 메커니즘을 수정했고, 플로리다 캠프 당시에는 이 감독의 입에서 “좋다”라는 말이 연신 나올 정도의 좋은 스윙을 했다. 몸쪽에 강한 대신 가운데와 바깥쪽에 약점이 있었던 모습을 한결 지워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오죽했으면 이 감독이 “3할을 칠 수 있다”고 자신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 스윙이 시간이 갈수록 무뎌지고 있었다.
실제 최지훈은 타격 메커니즘을 되찾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강병식 코치와 매일 씨름할 정도였다. 캠프 때, 그리고 시즌 초반의 좋았던 그림을 다시 찾으려고 했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포기하지는 않았다. 결국 그 그림을 조금씩 되찾기 시작했고, 9월 이후 대활약을 하며 정상 궤도에 올랐음을 보여줬다. 어쩌면 최지훈의 궤도가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높고 견고할 수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한 달이었다.
이 감독은 “다운 스윙을 하던 것이 레벨 스윙으로 가깝게 바뀌면서 (캠프 때) 굉장히 그림이 좋았다. 그런데 거기까지만 하면 되는데 본인이 자꾸 만들다 보니 방망이 헤드가 또 떨어지기 시작하는 문제가 있었다”면서 “다운도 아니고 레벨도 아니고 자기도 모르게 이상한 폼이 뱄다. 그것 때문에 고민을 하다가 이제 원하는 그림으로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또 김성욱이 본격적으로 가세하기 전까지 쉴 새 없이 뛰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날이 조금씩 선선해지고, 벤치에서 쉬는 시간이 조금 생기다보니 그런 부분도 도움이 됐다는 진단이다.
이런 최지훈의 활약은 SSG가 9월 순위 싸움에서 버티며 3위를 확정할 수 있는 중요한 원동력이 됐다. SSG 타선은 주축들의 면면을 볼 때 어쩔 수 없이 다소 정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이 약점을 보완하는 행동 대장이 최지훈이었고, 이는 그가 프로 데뷔 후 SSG 라인업에서 꾸준히 유의미함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리고 그 최지훈이 멈췄던 한 쪽 엔진을 힘차게 돌리기 시작하면서 SSG 타선도 완전체가 되어가고 있다. 포스트시즌은 기 싸움이다. 그리고 몸짓 하나로 그 기를 살릴 수 있는 선수가 최지훈이라는 것도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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