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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군장성 800명 소집 그후…“그냥 이메일 보내라”, “남녀기준은 원래 동일” 불만 폭주 [나우,어스]

헤럴드경제 김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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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군장성 800명 소집 그후…“그냥 이메일 보내라”, “남녀기준은 원래 동일” 불만 폭주 [나우,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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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헤그세스 2시간 연설…“이기는 기계 돼야, 여군도 남군처럼 체력훈련 동일하게”
전·현직 장성 “쓸데없는 쇼”, “돈 낭비” 비난
여군도 “전투직군엔 언제나 단 하나 기준뿐” 반박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대 기지에서 미군 고위 지도부가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의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AP]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대 기지에서 미군 고위 지도부가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의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전쟁부 장관)이 이례적으로 세계 각지에서 복무 중인 미군 현역 장성 전원을 일시에 소집한 것을 두고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군 장성들이 급작스럽게 미 워싱턴으로 소집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색 짙은 연설과 ‘전통 군기준 복귀’를 주장하는 헤그세스의 발언을 들은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여성 군인들 역시 헤그세스 장관이 “전투 직군의 기준을 ‘남성 최고 수준’으로 되돌리겠다”는 발표에 “원래부터 기준은 하나였다”며 반발하고 있다.

최근 영국 BBC 방송과 미국 폴리티코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의 이례적인 미군 현역 장군 소집에 대해 불만이 나오고 있다.

전·현직 국방 관계자들 중 상당수는 오히려 미군 지휘계통의 최고위 인사들을 한날한시 한 장소에 모으는 것 자체가 안보 리스크라고 우려했다. 또 헤그세스 장관의 연설이 ‘군의 강한 이미지를 회복한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쓸데없는 쇼”라고 일축했다.

일부 관계자들은 챗GPT를 이용해 회의에 소요된 비용을 대략 계산하기도 했고, 일부 기지에선 아예 중계 시청을 거부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한 국방 관계자는 “장성 브리핑이라기보다 기자회견 같았다”며 “이메일로 보냈어도 되는 내용이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국방 관계자는 “이념과 충성의 어딘가에 있었다”며 “완전히 돈 낭비였다”고 말했다.

전직 고위 국방 관계자는 “그 자리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훨씬 더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렇게 많은 지휘관을 한 시공간에 모아 무의미한 메시지를 전달한 건 전략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美국방장관, 약 2시간에 걸쳐 ‘정신 교육’…“여군도 男과 같은 체력기준 적용”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지난 30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콴티코에 있는 해병대 기지 콴티코에서 군 고위 지도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지난 30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콴티코에 있는 해병대 기지 콴티코에서 군 고위 지도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앞서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 미군의 준장(1성급) 이상 지휘관 거의 전원에게 9월 30일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대 기지로 집결하라고 지시했다. 미국 국내뿐 아니라 중동, 유럽, 아시아·태평양 등 세계 각지의 미군 기지에서 복무하는 장성 대다수가 대상이다. 분쟁 지역 장성들도 이번 회의에 집결됐다. 다만 지휘관이 아닌 참모직 장성은 제외됐다.

약 2시간 동안 이어진 회의에서 헤그세스 장관은 장군들을 상대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DEI(다양성·형평성·포용) 정책과 ‘워크(woke·깨어 있다는 뜻·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비꼬는 말)’를 없애겠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군 고위직 대규모 인적 쇄신을 예고했다. 또 그는 전투 병과의 여성 군인에게는 남성 군인과 동일한 체력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런 조치가 여성의 군 복무를 막고자 하는 게 아니라면서 “전쟁은 당신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신경 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美여군들 “애초부터 남녀 기준은 동일했다” 반박

미 여군들. [게티이미지]

미 여군들. [게티이미지]



하지만 여군들 사이에서는 “전투 직군의 기준을 ‘남성 최고 수준’으로 되돌리겠다”는 발표에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은 “애초부터 남녀 기준은 동일했다”며 헤그세스 장관의 발언에 반발했다.

전직 미 해병대 전투기 조종사인 에이미 맥그래스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나는 헤그세스 장관이 ‘여성 기준’과 ‘남성 기준’을 운운하며 거짓말하는 것에 질렸다”며 “전투 관련 직군에는 언제나 단 하나의 기준만 존재해왔다. 비행기 조종에는 남성 기준도 여성 기준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11년간 미 해군에서 복무한 엘리사 카드넬은 BBC에 “전투 직군 평가에는 성별이나 나이 요소가 포함되지 않는다”며 특수부대, 보병, 기갑, 구조 등 각 부대에 따라 세부 기준은 다르지만 모든 인원은 동일한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이 기준들은 항상 성 중립적이었고, 매우 높은 수준으로 유지됐다”며 “물론 모든 여성이 통과하지는 못하지만, 모든 남성이 통과하는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미군은 지난 1993년부터 해군·공군에서 여성의 전투기 조종을 허용했다. 다만 지상 전투는 2013년 전투 배제 정책이 폐지될 때까지 금지돼 있었다. 2016년부터는 모든 전투 직군이 여성에게도 개방됐다.

이에 대해 여성 장병과 예비역들 사이에선 헤그세스 장관의 조치로 인해 여성이 군 내에서 과소평가되고 진급 기회가 줄어들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고 BBC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