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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임금 주기 싫다'며 근무태만 주장한다면…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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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임금 주기 싫다'며 근무태만 주장한다면…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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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행 변호사, 강서구 기자]

"근무에 태만했다"고 주장하면서 직원의 임금을 삭감하거나 주지 않을 수 있을까. 대법원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여기엔 전제가 따른다. 근무에 태만한 직원을 징계하는 등 회사 차원에서 공식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 이런 것도 없이 임금을 주기 싫다는 이유로 근무태만을 주장해선 안 된다. 법적으로도 금물이다.


회사가 직원의 근무태만을 주장하기 위해선 객관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회사가 직원의 근무태만을 주장하기 위해선 객관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회사가 어려워져 월급이 밀렸다. 생활에 어려움을 느껴 퇴사했지만 사업주는 월급을 줄 생각이 없다. 참다못해 체불임금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사업주가 '근무태만'을 주장하며 월급을 줄 수 없다고 버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인터넷신문사의 기사로 근무하던 A. 자부심은 있었지만, 소득이 불안정했다. 언젠가부터 회사 형편이 어려워지더니, 무려 10개월 동안 월급을 받지 못했다. 대표이사인 B는 회사 형편이 좋아지면 밀린 월급을 한꺼번에 주겠다면서 A를 안심시켰지만 말뿐이었다.


B는 A에게 월급을 줄 생각을 하지 않았고 A의 삶은 갈수록 곤궁해졌다.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던 A는 어쩔 수 없이 사표를 던지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미지급한 급여를 지급하라"는 내용의 민사소송이었다. 한데,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대표이사 B는 "A가 근무에 태만했기 때문에 급여를 감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 입장에선 사실무근이었다. 근무하는 동안 근무 태도를 지적받은 일은 단 한번도 없었다. 과연 이 소송은 어떻게 결론이 났을까.


일전에 회사가 태업怠業을 이유로 근로자의 임금과 노동조합 전임자의 급여를 삭감해 문제 된 적이 있었다. 대법원은 이렇게 판시했다. "쟁의행위 시 임금 지급을 두고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서 규정하거나 그 당사자 사이의 약정이나 관행이 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면 쟁의행위 기간 근로자의 주된 권리인 임금청구권은 발생하지 않는다. 태업怠業은 근로제공이 일부 정지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여기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대법원은 덧붙였다. "회사가 태업을 이유로 근로자의 임금과 노동조합 전임자의 급여를 삭감해 지급했을 때 회사가 근로자별로 측정된 태업시간 전부를 비율적으로 계산해 임금에서 공제한 건 불합리하다고 할 수 없다. 노동조합 전임자 역시 그에 상응하는 비율에 따른 급여의 감액을 피할 수 없는데 감액 수준은 전체 조합원들의 평균 태업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함이 타당하다."


이 판례는 쟁의행위기간에 근로를 제공하지 않거나 불완전하게 제공한 경우에 그에 비례해 임금을 감액할 수 있음을 확인한 특수한 사례다. 다만, 이를 '근무장소에 출근해 근로를 제공했지만 직무를 게을리했다'고 판단해야 하는 경우까지 확대적용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글로벌 스타 싸이가 군대를 두번 갔다 온 사실은 수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화제다. 현역 입영대상자였던 싸이는 정보처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병역특례업체에서 근무했지만 해당 분야에서 실제로 근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현역입영통보를 받았다.


근무한 사실이 없다고 판단돼 재입영통보가 내려졌지만 만약 근무를 게을리한 정도였다면 얘기가 달라졌을지 모른다. 근무태만을 계량화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A가 B의 주장대로 근무에 태만했다면 B는 주의를 주는 등 징계를 하거나 퇴사처리를 했어야 한다. 근무 중에 아무 말 없다가 소송을 당하자 '근무를 태만히 했다'고 주장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주장을 입증하는 것도 상당히 어렵다. 따라서 B는 A에게 모든 월급과 퇴직금을 지급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법을 떠나 그게 온당한 처사다.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junhaeng@hotmail.com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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