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마가' 영감받아 '강력한 체코' 운동…우크라이나 포탄 구매 정책 폐기 공약
4일(현지시간) 체코 총선에서 승리한 긍정당의 안드레이 바비스 전 총리가 선거 예비결과를 접한 뒤 기자회견에 응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
체코의 트럼프로 불리는 안드레 바비스 전 총리가 4일(현지시간) 총선에서 승리해 4년 만에 재집권을 눈앞에 뒀다.
5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개표율 99% 시점에서 바비스 전 총리가 이끄는 긍정당(ANO)이 득표율 34.7%로 선두를 차지했다. 페트르 피알라 현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연합 스폴루(Spolu)는 23.2%로 2위를 기록했다.
현지 예측에 따르면 이번 선거로 체코 하원 200석 중 80석을 긍정당이 가져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바비스 전 총리는 총선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과반을 차지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자유와직접민주주의(SPD)당과 운전자당 등 소수정당과 연정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바비스 전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에 영감을 받아 '강력한 체코' 캠페인을 벌여 체코의 트럼프로 불린다. 바비스 전 총리는 체코가 유럽연합(EU)과 같은 외교노선을 걸어야 하느냐는 의문을 가진 유로존 회의론자로 분류된다.
바비스 전 총리가 연정을 성사시켜 집권한다면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집권한다면 서방국가들의 지원금을 모아 우크라이나로 보낼 포탄을 구매하는 프로젝트인 '체코 이니셔티브'를 중단하겠다고 공약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비스 전 총리는 EU와 연합해 포괄적인 외교 정책을 수립하기보다 거래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는 데 더 관심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처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부담을 나누기보다 유럽 파트너들에게 떠넘기려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바비스 전 총리가 연정을 시도할 것으로 보이는 SPD와 운전자당은 친러시아, 반EU 성향이 강하다. 친러시아 성향으로 분류되는 SPD는 체코의 EU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탈퇴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운전자당은 EU의 탈탄소에너지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NYT는 "연정에 정치적 극단주의를 도입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에 바비스 전 총리의 정부 구성 능력이 달렸다"고 설명했다.
싱크탱크 마셜펀드 소속 다니엘 헤게뒤스는 바비스 전 총리가 친러시아, 반EU 성향 정당에게 연정 참여를 제안한다면 "유럽은 물론 국제사회 파트너들에게 악몽 같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바비스 전 총리가 지난 임기 때 부패 혐의를 받은 점을 언급하면서 재집권하려면 이러한 장애물을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비스 전 총리는 2017년 집권 후 자신이 소유한 기업에 EU 지원금 200만 유로를 부당하게 몰아줬다는 혐의를 받았다. 체코 검찰이 2019년 해당 혐의 수사에 나서자 체코에서는 바비스 전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개최됐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