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지브 가그 미국 에모리대 고이주에타 경영대학원 교수 - 인도 바나라스힌두대 전기공학, 미 카네기멜런대 경영정보시스템 박사, 현 이커머스 리서치 저널 부편집장, 전 내셔널 인스트루먼트 소프트웨어 프로젝트 매니저 / 이코노미조선 |
“인력 부족이 아닌 비전 부재가 걸림돌이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통찰력과 창의력 그리고 체계적인 접근법만 있다면 나머지는 인공지능(AI)이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호기심을 간직하고 AI를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다면, ‘1인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라지브 가그(Rajiv Garg) 미국 에모리대 고이주에타 경영대학원 교수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AI 덕분에 창업 과정에서 뭔가를 시도하고, 실패하더라도 방향을 바꾸는 것이 훨씬 수월해졌다”면서 1인 유니콘 시대가 “필연적으로 올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 출신인 그는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와 디지털 전략·전환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제어·계측 소프트웨어 분야의 글로벌 선도 기업인 내셔널 인스트루먼트(NI) 출신으로, 이론과 실전을 겸비했다. 가그 교수는 “투자자의 신뢰를 얻고, 문화를 구축하며, 고객에게 영감을 주는 일은 자동화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는 이유로 “AI가 인간 창업자를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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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유니콘 시대, 정말 올까.
“필연적으로 그런 날이 올 것이다. 기업 경영에서 AI는 효율성은 물론, 규모까지 바꿔놓고 있다. AI는 이미 시장조사, 재무 관련 모델링, 마케팅 캠페인, 고객 지원 업무 등 이전에는 각각의 팀이 필요했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AI 에이전트를 잘 활용하는 사람은 과거 중견기업 전체와 맞먹는 업무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인력 부족이 아닌 비전의 부재가 장애물이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통찰력과 창의력 그리고 체계적인 접근법만 있다면 나머지는 AI가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AI 에이전트는 스스로 일의 순서와 흐름을 짜고, 활용 가능한 도구를 써서 자율적으로 작업하는 AI 시스템을 뜻한다. 특정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의사 결정을 하고, 실행으로 옮길 수 있다.
AI가 인간의 업무를 대신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 같은데.
“아무리 AI 시대라고 해도 필요한 업무를 잘 파악해 정리한다고 창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판단력과 신뢰, 인간관계는 시대가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 창업 성공의 중요한 부분이다. AI는 전체적인 맥락을 판단하거나 윤리적인 판단을 내리고, 모호한 상황을 다루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할 수는 있지만, 결정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더구나 모든 사업에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어떤 부분을 말하는 건가.
“투자자의 신뢰를 얻고, 문화를 구축하며 고객에게 영감을 주는 일은 자동화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다. 그래서 난 AI가 인간 창업자를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AI는 인간 창업자의 역량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AI 등장으로 창업과 연쇄 창업이 수월해진 건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AI 덕분에 창업 과정에서 뭔가를 시도하고, 실패하더라도 방향을 바꾸는 것이 훨씬 수월해졌다. 축적된 시장 데이터로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다듬고, 위험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을 상당히 절감할 수 있다. 따라서 오늘날 창업 준비는 어둠 속에 뛰어드는 것보다는 실험실에서 시뮬레이션을 실행하는 느낌이 강해졌다. 창업자가 AI 활용에 능숙하기만 하다면, 첫 창업에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이후 창업하는 스타트업이 손쉽게 재활용할 수 있게 됐다. 실험·진입 장벽이 낮아진 만큼, 앞으로 더 많은 연쇄 창업자가 등장하면서 혁신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
AI 오류 수정으로 시간을 많이 낭비하게 된다는 불만도 있다.
“AI는 실수를 저지르고 전력을 많이 잡아먹는다. 하지만 실수는 학습의 기회이기도 하다. ‘나는 실패한 것이 아니다. 단지 효과가 없는 1만 가지 방법을 발견했을 뿐’이라는 토머스 에디슨의 말을 한번 생각해 보라. 인간의 프롬프트(명령어)와 거대 언어 모델(LLM) 기반 생성 AI 간 상호작용은 진화와 발전의 중요한 부분이다.”
과도한 전력 소비에 대한 우려도 크다.
“치명적인 결함으로 보긴 어렵다. 보다 스마트하고 효율적이며 친환경적인 데이터센터와 작업 방식을 통해 해결 가능한 문제다. 철도에서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술은 사회의 주류로 자리 잡기 전까지 기존 인프라에 큰 부담을 안겨줬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AI 때문에 사업 모델을 베끼는 게 더 쉬워지진 않을까.
“확실히 그렇긴 하다. 하지만 아이디어와 고정된 모델만으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구축할 수 없다는 건 자명하다. 더 중요한 건 실행력과 지속적인 학습 그리고 빠르게 적응하는 능력이다. AI 시대에 선점자 우위(first mover advantage)는 단순히 시장에 먼저 진출한 이들이 아니라 경쟁사가 따라잡기 어려운 방식으로 혁신하고, 반복하며, 확장해 나가는 이에게 주어질 것이다. 과거에는 실행력이 다른 모든 것을 압도했다. 지금도 실행력은 중요하지만, 명확한 전략적 비전과 AI를 생산성 엔진이자 혁신 파트너로 활용할 수 있는 민첩성이 뒷받침되어야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생성 AI(Generative AI) 활용이 챗GPT 등 소수 플랫폼에 몰리는 문제도 있지 않나.
“새로운 기술의 물결을 일으키는 건 언제나 소수의 지배적 플레이어의 몫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관련 생태계의 개방성과 규모는 커지게 마련이다.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CP)처럼 서로 다른 AI 모델과 에이전트를 원활하게 상호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표준은 이미 등장했다. 클라우드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통합하듯 여러 공급자의 서비스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특정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MCP 같은 개방형 프로토콜의 등장은 다양성과 경쟁력 측면에서 더욱 발전된 AI 생태계로 전환을 가속할 것이다.”
MCP는 생성 AI의 기반이 되는 LLM과 외부 데이터 소스·도구·애플리케이션을 연결해주는 개방형 표준 프로토콜이다. API는 서로 다른 소프트웨어 간 정보 공유를 가능하게 해주는 연결고리다.
시대에 맞게 정책이나 규정이 달라져야 할 필요는 없을까.
“정책은 기술 변화 속도에 발맞춰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최소 세 가지 보완책이 필요해 보인다. 첫째, 기업 이사회가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의 AI 위험관리 프레임워크(AI RMF)를 활용해 AI 관리 시스템을 인증해야 한다. 둘째, 유럽연합(EU)의 디지털 시장법(Digital Markets Act)을 벤치마킹해 경쟁 및 상호 운용성 관련 법규를 제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식재산권과 데이터 사용 권한을 명확히 규정하고, 저작권의 기반을 인간에 두도록 해 스타트업이 소송 부담으로 질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NIST의 AI RMF는 미국 정부가 2023년 1월에 공식 발표한 AI 리스크 관리 프레임워크로, AI가 초래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완화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한다.
창업과 모방이 쉬워지면서 일자리가 늘어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사라지는 일자리 걱정을 안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양쪽 모두 엄연한 현실이다. 맥킨지는 2030년까지 미국에서 AI 자동화로 인해 73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델 테크놀로지스는 2017년 보고서에서 2030년에 존재할 일자리의 85%는 아직 등장하지도 않은 것으로 봤다. 따라서 AI가 흥미롭고 새로운 직업의 세계로 가는 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해도 좋다. 더욱이 AI는 창업 비용을 대폭 낮춰, 이전에는 창업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이에게도 기회를 제공한다. AI 기술을 제대로 도입한다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이가 창업자가 되는 세상이 올 것이다.”
이코노미조선=이용성 국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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