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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꿈꾸는…60대 이상 ‘임대·배당·이자 소득’ 생활자 비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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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꿈꾸는…60대 이상 ‘임대·배당·이자 소득’ 생활자 비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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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쿠팡 투자사 "한국 정부가 차별적 대우" 조사 요청<로이터>
2023년 9월18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언더스탠드 에비뉴 중앙광장에 마련된 2023 노인일자리주간 현장 국민참여관을 찾은 시민.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23년 9월18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언더스탠드 에비뉴 중앙광장에 마련된 2023 노인일자리주간 현장 국민참여관을 찾은 시민.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고려시대부터 일제 강점기까지 한반도의 상업을 이끌었던 개성상인(開城商人)은 돈을 세 가지 개념으로 요약한다. 돈은 모으고(集), 쓰고(用), 지키는(守) 게 중요하다는, 이른바 삼전(三錢) 철학이다. 상투적인 말 같지만, 정년을 앞둔 이에게 이 지침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전반부가 ‘모으는’ 일에 집중하는 시기였다면, 후반부는 모은 돈을 ‘지키는’ 것에 무게중심을 두어야 한다. 후반부가 전반부보다 돈을 모으기가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40대의 1억원과 60대의 1억원은 같은 돈이 아니다.



생애 소득(life-time income) 그러니까 일생 동안 벌어들이는 소득의 대부분은 전반부에 달성된다. 이 말은 전반부에 모은 돈의 크기가 후반부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평균수명이 짧았을 때는 전반부에 모은 돈으로 후반부를 살아가는 데 무리가 없었다. 그런데 꼬리가 길어지면서 이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 전반부에 번 소득 중에서 ‘노후 자금’이라는 이름표를 달아둔 돈으로 최소 20년 이상을 버텨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노년 배당·임대·이자 소득 생활자 10% 미만





사회적 정년이 지난 한국인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아래 그림은 우리나라 60대 이상 연령층의 생활비 조달 방법을 나타낸 것이다. 1위는 근로·사업소득(43.9%)이다. 약 44%는 일을 해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 2위는 연금·퇴직급여(22%)다. 특수직역 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연금에서 발생하는 소득으로 살아간다는 뜻이다. 3위는 자녀나 친척에게 도움을 받거나(12%), 정부 또는 사회단체가 제공하는 지원금으로 생활하는 경우(12%)다. 부동산 임대소득이나 배당금으로 사는 부류(6.2%)와 은행에 예치해 둔 돈의 원금과 이자를 받아 사는 부류(3.6%)를 합해도 전체의 1할이 되지 않는다.





통계청 최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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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는 정년 뒤 일하거나 외부 도움 받아야





이 조사 결과를 요약하면, 100명 중 44명은 정년 후에도 계속 돈을 벌어야 하고, 24명은 외부의 도움을 받고 있고, 22명은 연금으로 살고 있고, 돈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10명뿐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60세 이상 연령층 중 전반부에 모은 돈으로 후반부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100명 중 32명뿐이다. 나머지 68명은? 경제적으로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자녀 세대의 경제적 독립이 지연되면서 베이비붐 세대 중 상당수가 부모 봉양과 자식 부양, 노후 대비라는 삼중고(三重苦)에 시달리고 있다. 어째서 많은 시니어들이 사회적 정년이 지난 후에도 노동시장을 떠나지 못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상황은 만만치 않다. 근로소득을 얻으려면 ‘취업’이라는 문을 통과해야 한다. 일자리는 바늘구멍이다. 고령자들의 일자리가 양질(良質)일 리가 없다. 자격증을 따려는 이들이 늘어나는 이유다. 마을도서관에는 안경 너머로 두꺼운 수험서를 뒤척이는 시니어들이 넘쳐난다. 사업소득을 벌어들이려면 ‘창업’을 해야 한다. 다산다사(多散多死). 수없이 망하고 또 그만큼 새로 생기는, 개미지옥이라 불리는 자영업의 세계다. 어떤 종목을 선택하든, 생존율은 낮다. 심신을 갈아 넣어야 하고, 잘못하면 전반부에 모은 돈을 다 잃을지도 모른다.





정년 늘려도 대상은 대기업·공공부문에 한정될 듯





정년이 늘어나면 이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우리나라 급여 생활자의 약 8할이 중소기업에 근무한다. 이 기업체의 상당수는 정년제를 유지하지 않는다. 정년 연장의 혜택을 받는 이들이 대기업과 공공 부문에 한정될 거라는 뜻이다. 연금소득을 늘릴 방법은 없을까. 2023년 말 기준, 65세 이상 노인의 국민연금 수급률은 51%다. 100명 중 49명은 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즉 생애평균소득(life-time average income) 대비 연금 수령액 비율은 40% 선에서 표류하고 있다. 게다가 소득이 늘면 연금이 깎인다. 공적연금이 노후 안전망 역할을 할 거란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다. 대한민국은 노인을 ‘위하는’ 나라가 아니다.



자식에게 의지하는 건 어떨까. 2023년에 한 민간기관이 조사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앞으로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경제적 지원을 계속할 생각이다’라는 질문에 20대∼30대의 약 5할이 ‘그렇지 않다’라고 답했다. 부모 세대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내 자녀에게 부모 부양의 의무를 지우고 싶지 않다’라는 질문에 40대∼50대의 약 9할이 ‘그렇다’고 답했다. 훨씬 더 완고하다. 부모 봉양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를 잘 알기에 자식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인생 후반부 살림살이 준칙은





신호등은 온통 빨간색이다. 가난의 이유는 개별적이지만, 뿌리는 사회에 있다. 사회가 정한 질서와 규범 안에서, 30년 가까운 세월을, 성실하게 살아온 이들이 불안한 노후를 맞는 건 ‘정상’이 아니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금 세대의 오늘이 다음 세대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척박한 현실에서 살아남으려면 ‘인생 후반부를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 따라주어야 한다. 마라톤을 완주하려면 길 전체의 흐름을 파악하고 체력을 안배할 줄 알아야 한다. 반환점을 돌기 전에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비하면 지치게 되고, 무리해서 달리면 결승점에 당도하지 못할지 모른다. 인생도 그러하다.



노후 빈곤을 피하려면 ‘가정경제를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에 대한 원칙이 필요합니다. 전반부가 ‘벌고 쓰는’ 방식이었다면, 후반부는 ‘채우고 쓰는’ 방식을 따르는 게 좋습니다. 다음 회차는 ‘후반부 살림살이 준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문진수의 당신이 몰랐던 진짜 은퇴 이야기는?



문진수 작가는 학원 강사, 대기업 간부, 보험 판매원, 중소기업 임원, 사회적기업 대표, 비영리 재단 활동가, 공공기관 상임이사 등 다양한 섹터를 넘나들며 살아온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은퇴의 정석’ ‘은퇴 절벽’을 출간했고, 정년을 앞둔 분들을 대상으로 생애 설계에 대한 강연도 하고 있습니다. 돈이 선하게 쓰이는 세상을 탐구하는 사회적금융연구원 대표이기도 합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인생 주기(life cycle)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정년과 은퇴, 노후에 대한 궁금증이나 고민이 있는 분은 ‘당신이 몰랐던 진짜 은퇴 이야기’의 문을 두드려 주세요. 한겨레 이메일(ggum@hani.co.kr)로 질문을 보내 채택되시면, 문진수 작가가 격주 월요일마다 생애 후반부 ‘좋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소담한 지혜를 나누어 드릴 예정입니다. 한겨레 로그인 콘텐츠 ‘오늘의 스페셜’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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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몰랐던 진짜 은퇴 이야기



https://www.hani.co.kr/arti/SERIES/3302





문진수 | 작가·사회적금융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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