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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아베' 다카이치, 日 첫 여성 총리 유력…한일관계 흔들리나

머니투데이 정혜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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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아베' 다카이치, 日 첫 여성 총리 유력…한일관계 흔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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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일본 자민당 첫 여성 총재로 당선
15일 국회서 사상 첫 여성 총리로 취임할 듯
'방일' 트럼프와 28일쯤 정상회담 진행 예상
야스쿠니 신사참배 한일 갈등 재발 가능성도

다카이치 사나에 전 일본 경제안보담당상이 4일(현지시간)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결선 투표에서 승리한 뒤 당선 소감을 말하며 웃고 있다. /로이터=뉴스1

다카이치 사나에 전 일본 경제안보담당상이 4일(현지시간)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결선 투표에서 승리한 뒤 당선 소감을 말하며 웃고 있다. /로이터=뉴스1



다카이치 사나에 전 일본 경제안보담당상(64)이 사실상 일본 총리를 뽑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첫 여성 총리 탄생을 예고했다.

다카이치는 4일 일본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치러진 제29대 총재 선거 결선 투표에서 185표를 획득해 일본 최연소 총리에 도전했던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156표)을 29표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다카이치는 5명이 출마한 1차 투표에서 183표를 획득해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결선 투표에서도 승리해 지난해 결선 투표 당시 이시바 시게루 현 총리에게 당했던 역전패의 설움을 떨쳐냈다.

다카이치는 이날 승리로 자민당의 첫 여성 총재라는 기록도 썼다. 오는 15일로 예상되는 임시국회의 총리 지명 선거에서 총리직에 취임하면 일본 첫 여성 총리라는 타이틀을 얻는다. 일본 국회는 현재 여소야대 구도지만 야권이 분열해 자민당 총재가 차기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카이치는 이날 당선 소감에서 "자민당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많은 사람의 불안을 희망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쁘다기보다는 이제부터가 어렵다. 전 세대가 총력을 모아 모두가 참여하지 않으면 당을 재건할 수 없다"며 자민당의 엄중한 상황을 강조했다. 아울러 "모두가 일해야 한다. 나 자신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말을 버리겠다"고 덧붙였다.

4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치러진 제29대 총재 선거 결선 투표 결과 /사진=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4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치러진 제29대 총재 선거 결선 투표 결과 /사진=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다카이치는 자민당 내 가장 강경한 우익으로 통한다. 특히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치 노선을 이어받아 '여자 아베'란 별명을 갖고 있다. 자민당에서 요직을 역임해 왔지만 이시바 정권과 거리를 두며 당 총무회장직 제안도 거절했다.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패배한 이유 중 하나가 보수층 이탈인 만큼 옛 아베파를 중심으로 지지 움직임이 강하다.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선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으나 결선 투표에서 온건파인 이시바에게 역전당하며 고배를 마셨다.

다카이치는 '강한 일본'을 화두로 강경·보수 성향의 안보·경제 정책을 펼칠 전망이다. 헌법 개정 추진과 재정 지출 확대 등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책을 상당 부분 계승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다카이치가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일본 증시가 당분간 다카이치 효과를 누릴 것으로 내다본다. 일본은행도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많다.


4일 일본 자민당 신임 총재로 당선된 다카이치 사나에 전 일본 경제안보담당상이 당선 확정 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에게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4일 일본 자민당 신임 총재로 당선된 다카이치 사나에 전 일본 경제안보담당상이 당선 확정 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에게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한일 관계를 두고선 전망이 다소 엇갈린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 3국이 밀착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한일 관계를 심화시켜 나가겠다"고 밝힌 만큼 이재명 정부와 관계 개선 분위기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할 가능성이 커 역사 문제 등에서 양국 관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다카이치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여부를 명확히 언급하지는 않고 있지만 자민당 총재 후보 중 참배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로 평가받아 왔다. 지난달 24일에는 "외교 문제가 돼선 안 된다"면서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에게 경의를 표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과의 관계도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다카이치는 앞서 미국과의 무역(관세) 협상에서 합의한 5500억달러(약 774조8950억원) 규모의 대미 투자 관련 재협상 요구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달 28일 후지TV 토론 프로그램에서 미일 무역 합의 사항인 대미 5500억달러 투자와 관련해 "협상 이행 과정에서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 불공정한 사안이 드러날 경우 단호히 맞서야 한다"며 "여기엔 잠재적인 재협상이 포함된다"고 언급했다. 다카이치가 예상대로 차기 총리로 취임하면 27~29일 일본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8일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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