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심교의 내몸읽기]
송편·잡채·LA갈비·명태전… 추석이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명절음식이다. 특히 이번 추석연휴는 최장 10일에 이르는 만큼 맛있는 명절음식을 먹을 '기회'도 많아졌다. 하지만 평소 즐기지 않던 기름진 음식 섭취, 저녁 늦게까지 가족·친지와 먹는 야식, 불규칙한 생활 등으로 소화기 질환이 생길 위험도 덩달아 커졌다.
실제 매년 명절이면 더부룩함·복통·설사 등의 소화기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평소보다 급증한다. 과식·과음·야식 등 명절 분위기에 취해 평소보다 많은 음식을 요리하고 먹으면 소화불량, 역류성 식도염, 복통, 복부 팽만감, 설사 등 위장 장애를 일으킨다. 드물지만 식중독이나 주부들의 명절 스트레스 때문에 위장장애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명절 음식은 대부분 기름지고 지방이 많다. 울산엘리야병원 내과 채승병 과장은 "기름진 음식은 위와 식도 사이의 괄약근의 압력을 떨어뜨려 위산을 역류시킨다"며 "식도엔 별도의 보호막이 없기 때문에 역류한 위산이 식도를 손상해 역류성 식도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인이 즐겨 먹는 명절음식 중에는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이 많은데, 이는 위 점막을 자극하기 쉽고 소화에 부담을 줘 속 쓰림이 발생하기 쉽다.
늦은 밤 음식을 먹으면 신진대사 능력이 떨어지고 위산이 낮보다 적게 분비돼 소화불량이 발생하기 쉽다. 기름진 음식을 밤에 먹는 건 위장에 큰 부담을 줄 수 있고, 야식 후 그대로 잠자리에 든다면 위·식도 괄약근이 열리면서 식도염, 속 쓰림이 발생할 수 있다. 채승병 과장은 "고열량·고지방 음식을 과식하기보다는 위에 부담이 덜 가는 음식 위주로 먹고, 야식을 먹어야 한다면 식후에는 과잉 섭취된 열량이 지방으로 쌓이지 않도록 가벼운 운동을 통해 에너지를 충분히 소모하는 것도 소화기 질환을 막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드물지만 식중독이 추석 연휴 위장 질환을 일으키는 사례도 있다. 초가을 큰 일교차와 최근 잇따른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기온이 높은 가을이 이어지면서 음식이 상할 확률이 높아진다. 특히 명절 음식 중 육류나 어류 등은 상하기 더 쉽기 때문에 보관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가을철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음식물 보관에 주의하면서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 씻기 ▲충분히 익혀 먹기 ▲물 끓여 마시기 ▲과일, 채소 깨끗한 물에 씻어 껍질 벗겨 먹기 ▲설사 증상이 있을 경우 음식 조리에 참여하지 않기 ▲위생적인 환경에서 조리하기 등 개인위생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대가족이 모여 소란스러운 환경에서 아이가 식사하거나 놀 때, 음식·이물질이 아이의 목에 걸리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음식은 잘게 썰고 천천히 먹이며, 아이가 움직이거나 웃으며 먹지 않도록 지도해야 한다. 서울성모병원 소아응급실(응급의학과) 배우리 교수는 "음식·이물질이 아이 목에 걸렸을 때 신속하게 기도를 확보하는 응급조치가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만약 이 방법을 숙지하지 못했거나 불안하다면 신속하게 119에 연락해 지시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1세 미만 영아는 아이 얼굴이 아래로 가도록 팔에 엎드리게 하고, 손바닥으로 어깨뼈 사이를 5회 두드리고, 이후 아이를 바로 누인 후 양쪽 젖꼭지 선보다 약간 아래 부위를 두 손가락으로 5회 빠르고 강하게 눌러준다. 이 두 가지 동작을 이물질이 나올 때까지 반복한다.
1세 이상 소아가 말을 할 수 없거나 숨을 쉬지 못하면 하임리히법(복부 밀어 올리기)을 한다. 환자의 등 뒤에 서서 한쪽 주먹을 쥐고, 그 위에 다른 손을 얹어 배꼽과 갈비뼈 사이에 대고 아래에서 위로 강하게 밀어 올리는데 이물질이 나올 때까지 반복한다. 필요시 환자의 등을 앞으로 숙이게 하여 등을 두드리는 방법도 병행할 수 있다. 아이 입속 이물질이 보일 때만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빼내고, 보이지 않으면 억지로 꺼내려 하지 않는다.
매실차 |
한방에선 소화가 잘 안되고, 손발이 차며 쉽게 피로를 느끼는 사람은 '에너지를 만드는 힘이 부족한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럴 때 차거나 기름진 음식보다는 따뜻하고 소화 잘되는 음식을 조금씩 나눠 먹는 게 권장된다.
몸이 잘 붓고 무겁게 느껴지는 사람은 '한 접시 식사'로 제한하고, 탄수화물과 단 음식 섭취를 최소화해야 한다. 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 이재동 교수는 "명절에는 평소보다 30% 정도 식사량을 줄이고 조금씩 덜어 먹는 것만으로도 위장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는 무·깻잎 등 소화를 돕는 채소를 곁들이고, 식후에는 매실차·국화차·보리차 같은 차를 따뜻하게 해서 마시면 소화력을 높이는 데 도움 된다"고 설명했다.
간단한 지압을 활용해보는 것도 좋다. 합곡혈(엄지와 검지가 만나는 지점)은 두통과 소화불량에, 족삼리혈(무릎 아래 바깥쪽)은 소화와 기력 보충에, 내관혈(손목 안쪽 주름 아래)은 멀미나 답답함, 불안감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 된다. 이재동 교수는 "음식은 덜 먹되, 몸은 더 움직이면서 여유롭게 쉬는 것이 건강하게 명절을 보내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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