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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여주시장·시의회 의장·검찰…‘국유지 나무’ 둘러싼 3각 커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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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여주시장·시의회 의장·검찰…‘국유지 나무’ 둘러싼 3각 커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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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형 여주시의회 의장이 여주시 멱곡동 자신의 농지와 인접한 배수지(농어촌공사 소유 국유지)에 불법으로 심었다가 적발되자 여주시에 기증해 연양동 주차장 인근에 옮겨 심은 나무 모습. 공동시민참여연대 제공

박두형 여주시의회 의장이 여주시 멱곡동 자신의 농지와 인접한 배수지(농어촌공사 소유 국유지)에 불법으로 심었다가 적발되자 여주시에 기증해 연양동 주차장 인근에 옮겨 심은 나무 모습. 공동시민참여연대 제공


시의회 의장이 국유지에 불법으로 심은 나무에 대해 원상복구 명령을 받자, 시장이 나서 예산 수천만원을 들여 옮겨 심어줬다. 검찰은 이식 비용보다 수목의 가치가 높아 예산을 절감했다는 황당한 논리로 시의회 의장과 시장에 대해 무혐의 처리해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2일 ‘한겨레’가 입수한 검찰 내사 보고서 등을 종합하면, 한국농어촌공사 여주·이천지사(농어촌공사)는 박두형 여주시의회 의장(국민의힘)에게 국유지 무단 점용·사용에 따른 원상복구 명령을 통보했다. 박 의원이 10여년 전 여주시 멱곡동 자신의 농장 앞 배수로(국유지) 땅에 메타세쿼이아 22그루와 은행나무 2그루를 무단으로 심은 불법행위가 적발됐기 때문이다. 농어촌공사는 이후 두 차례 더 행정처분을 통보했고, 박 의장은 2022년 11월30일까지 원상복구하겠다는 확약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해당 수목 24그루를 여주시가 4천만원을 들여 같은 해 11월28일 연양동 공원용지에 옮겨 심어 ‘사비로 충당해야 할 원상복구 비용을 혈세로 충당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박 의장이 같은 당 소속 이충우 여주시장에게 수목 기증 의사를 밝혔고, 이 시장이 관련 부서에 구두 지시해 시 재정이 투입된 것이다. 여주지역 시민단체 공동시민참여연대는 2023년 1월 농어촌정비법 위반 및 직권남용,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박 의장 등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그러나 권익위의 수사 의뢰를 받아 수사한 수원지검 여주지청은 지난해 9월 ‘혐의 없음’으로 내사 종결 처리했다. 검찰은 농어촌공사가 불법 점용·사용으로 원상복구 명령까지 내렸는데, 이미 이식돼 불법행위 장소가 국유지인지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수사 보고서를 보면, 농어촌정비법 위반 혐의는 박 의장 소유 토지와 배수지 경계를 명확히 하는 차원에서 심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원상복구 이행으로 현재(수사 시점) 별도의 측량 작업 등이 이뤄지지 않아 실제 나무가 심어진 범위나 면적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입증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의 ‘박 의장이 무단 점용·사용 사실을 인정했고, 사진·지적도 등 자료상에서도 불법행위가 명백해 따로 관련 서류(지적 측량 등)를 준비하지 않았다’는 진술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시장의 부당한 지시로 혈세가 투입됐다는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 등도 무혐의로 결론 냈다. 이 시장이 지시한 것은 맞지만, 수목 기증의 경우 통상 옮겨 심는 비용을 시가 부담하고, 옮겨 심는 비용 4천만원은 수목 합산 가치 4920만원(나무의사 의견)보다 오히려 적어 예산을 절감했다는 이 시장 쪽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특히 검찰은 지방의원 신분으로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그에 따른 원상복구 비용(사적 이익)을 시민의 혈세를 투입해 해결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공무원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여부조차 판단하지 않았다. 내사 단계에서 수사를 종결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도 없었다.



시민단체는 위성사진과 현장 사진 등으로 불법행위가 명백하게 드러났는데도 황당한 봐주기 수사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대인 공동시민참여연대 대표는 “직무관련성이 명백한데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여부는 조사도 안 한 채 박 의장과 이 시장에게 유리한 주장만 받아들였다”며 “전면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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