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는 시즌 4월 26경기에서 타율 0.324, 3홈런, 1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08로 펄펄 날았다. 리그 중견수 중 최고 득점 생산력을 다툴 정도였다. 지난해 수비 도중 어깨 부상으로 시즌을 날리는 불운을 맛본 이정후는 올해 그 한을 풀고자 하는 듯 시즌 초반부터 에너지가 넘쳤다. 샌프란시스코가 왜 이 선수에게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를 투자했는지를 증명하고 있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 대문의 단골손님이 될 정도였고, 구단 SNS도 ‘1일 1이정후’에 진심이었다. 오라클파크에 모인 홈팬들도 이정후에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다. 급기야 이정후의 개인 팬클럽인 ‘후리건스’가 선풍적인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물론 메이저리그 팬들도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있기는 하지만, 한국식의 ‘팬클럽’ 문화는 보기 드문 일이었다.
이정후의 선풍적인 인기는 유니폼 판매에서도 잘 드러났다. 지난 7월 MLB 사무국과 공식 굿즈 판매업체 파나틱스가 발표한 유니폼 판매 순위에서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전체 17위에 오른 것이었다. 당시 이정후는 전반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피트 크로-암스트롱(시카고 컵스·18위),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타릭 스쿠발(디트로이트·19위), 그리고 다저스의 전설적인 선수이자 유니폼 판매의 스테디 셀러인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20위)보다도 높은 것이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올 시즌 정규시즌 막판 발표한 유니폼 판매 랭킹에서 이정후는 20위 밖으로 밀려났다. 유니폼이 잘 팔리는 선수는 활약상과 연관이 있다. 야구장에서 못하는 선수 유니폼은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는 이상 살 리가 없다. 그만큼 이정후의 야구가 6월 이후 내리막을 걸었고, 쉽지 않은 시즌이 마무리됐다.
이정후는 7월 이후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으나 전체적으로 울퉁불퉁한 시즌을 보낸 끝에 올 시즌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성적으로 마무리했다. 이정후는 2025년 시즌 150경기에서 타율 0.266, 출루율 0.327, 8홈런, 55타점, 149안타, OPS 0.734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는 확실히 나은 성적이었지만, 리그 평균 정도의 득점 생산력이었다. 여기에 6월 이후로는 수비력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받는 돈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았다.
이정후는 “야구 하면서 ‘이렇게 올해처럼 업 앤 다운이 심했던 시즌이 있었나’라는 느낌이 든다. 내가 야구를 하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도 많이 느꼈는데 거기서 더 무너지지 않고 조금이라도 치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줘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면서도 “앞으로 야구를 언제까지 할지는 모르겠지만 야구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한 해가 될 것 같다”고 고백했다. 한때는 타율이 1할대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까지 했다고 토로했다.
올해 많은 경험을 한 만큼, 곧바로 다시 준비해 내년 시즌에 임한다는 각오다. 이정후는 “아직 내 몸에 힘이 있을 때 하고 싶은 운동이 있어서 빨리 들어왔다. 내일 바로 훈련을 하기로 했다. 훈련하면서 점검할 것도 있다. 타격과 관련한 것”이라면서 “나도 이제 10년차가 되는데 또 다른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다. 그래서 더 달라져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든다”고 다짐했다.
만약 내년에 3할 정도의 타율과 함께 타율을 확 끌어올릴 수 있다면 이정후에 대한 계약 평가는 단번에 호의적으로 바뀔 수 있다. 반면 올해 정도의 성적에 머문다면 계약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득세할 수도 있다. 비판이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압박을 받는 건 이정후다. 이런 것은 미리 방지하는 게 좋다. 이정후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할 수 있는 2026년 준비는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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