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15일 카타르 도하에서 카타르의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국왕과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의 우방국가인 카타르가 공격을 받을 경우 미국이 방어하겠다고 약속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서명한 행정명령에서 “미국은 카타르의 영토, 주권, 또는 중요 기반시설(인프라)에 대한 모든 무력 공격을 미국의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한다”면서 “공격이 발생하는 경우 외교적, 경제적, 그리고 필요하다면 군사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합법적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속한 미국이 나토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조항(나토 조약 5조)과 비슷한 것으로, 최우방 동맹국에 준하는 이례적인 조치다.
에이피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카타르를 안심시키고 가자 평화구상안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득하려 내놓은 조치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9일 이스라엘은 휴전협상단을 이끌던 칼릴 알하야 등 카타르 수도 도하에 체류 중인 하마스 고위급 인사들을 겨냥해 공습을 가했다. 자국 영토가 공격당한 카타르는 중재 중단을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유엔총회를 계기로 카타르 등 8곳 이슬람 국가 지도자들과 회동을 갖고 가자 종전 구상안을 설득했다고 전해졌다.
다만 이 약속이 트럼프 다음 행정부에서도 효력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법적 구속력을 가진 조약이나 협정은 미국 상원의 명시적인 비준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나토 상호방위조약처럼 다음 정부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조약이 된다. 시엔엔은 “대통령이 미군을 전쟁에 투입하는 중대한 사안에서 의회를 우회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를 건너뛰고 일방적으로 미국을 전쟁에 휘말리게 할 수 있는 약속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고 지적했다.
보수 진영의 비판도 뒤따랐다. 극우 논객인 로라 루머는 엑스(X·옛 트위터)에 “나는 카타르를 위해 죽고 싶지 않다. 당신은?”이라며 반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사설을 통해 “공론화 없이 갑자기 나온 충격적인 결정이며 공개적 토론이 있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페르시아만에 위치한 카타르엔 미군 중부사령부 기지가 자리 잡고 있다. 카타르는 트럼프 가문과 부동산 사업 등 경제적으로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지난 5월에는 4억달러에 달하는 고급항공기를 대통령 전용기로 쓰라며 트럼프 행정부에 ‘기증’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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