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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윤석열 나와!”…인왕산 싸리나무 회초리 든 행위예술가 성능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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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윤석열 나와!”…인왕산 싸리나무 회초리 든 행위예술가 성능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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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가운을 걸친 성능경 작가가 회초리질을 하는 신작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행위 장면을 담은 연작 사진 중 일부다. 노형석 기자

검은 가운을 걸친 성능경 작가가 회초리질을 하는 신작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행위 장면을 담은 연작 사진 중 일부다. 노형석 기자


휘휙~. “트럼프, 너 나와!” 휘휙~. “윤석열, 너 나와!”



흰 턱수염 난 노령의 예술가가 허공을 향해 싸리나무 회초리를 휘두르며 외친다. 선글라스 끼고 팬티만 입은 알몸으로 부채를 태우면서 축문을 읽다가 최근 국내외 정세를 혼돈으로 몰아넣은 유명 정치인들 이름을 노한 목소리로 부르면서 회초리질을 거듭한다.



이 색다른 행위예술을 담은 영상이 지금 서울 북촌 화동 갤러리 백아트에서 상영되고 있다. 한국 미술판에서 행위예술의 최고 대가로 꼽히는 성능경(81) 작가의 개인전 마당이다. 퍼포먼스 영상과 함께 전시장 곳곳에 서울 인왕산 숲 싸리나무를 베고 깎아 만든 회초리 다발들을 세워놓은 모습도 볼 수 있다. 중절모 쓰고 검은 가운을 걸친 채 회초리를 휘두르는 퍼포먼스 실연 장면 연작 사진들도 내걸렸다.



성 작가는 지난해 연말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 이후 돌연 감흥을 느껴 인왕산 싸리나무들을 깎아 회초리로 다듬는 작업을 벌였고, 현재 집에 수백개의 회초리를 쟁여두었다고 했다. “권력자들의 과오에 대해 국민들이 느끼는 감정을 회초리질하는 체벌의 몸짓으로 드러내려 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실제로 지난 8월27일 전시 개막날 작가는 모여든 관객들 앞에서 축문을 읽은 뒤 정치인 이름을 호명하며 회초리질하는 알몸 퍼포먼스를 시연해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전시장에는 회초리 작업 외에 50년 넘게 꾸준히 실행해온 대표작 ‘신문 읽기’ 퍼포먼스에 지난해 계엄령 사태를 접맥시킨 ‘신문 읽기 12·3’도 선보이고 있다. 비상계엄 다음날인 2024년 12월4일치 신문을 읽은 뒤 읽은 기사 부분을 오려내 모아놓고 기사가 잘려나간 신문지는 벽에 붙여 작품 만드는 과정 등을 사진에 담아 보여주는 얼개다.



내리고 남은 커피 찌꺼기를 종이 수건에 떨어뜨리는 행위를 되풀이한 흔적들인 ‘커피드로잉’과 미국 지도 각 주의 영역을 오려낸 뒤 오린 조각들을 다른 지면에 다르게 짜깁기해 붙인 ‘유에스에이(USA) 전도’, 손바닥에 적은 작가 자신의 예술 단상을 사진에 담은 ‘일행십자총백자예술론’ 등도 새롭게 나와 시선을 끌어들인다. 18일까지.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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