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자산 몰수 후 민간 불하' 절차 규정…크렘린궁 "EU 계획은 도둑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활용해 우크라이나에 1천400억 유로(약 230조 원) 규모의 무이자 대출을 제공하는 방안이 유럽연합(EU) 내에서 논의되는 가운데, 러시아 측도 맞대응으로 러시아 내 서방 자산을 몰수해 신속히 민간에 불하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했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유재산을 신속하게 민간에 불하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 절차를 규정한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이 대통령령은 민간 불하 대상 자산의 가치평가 기간을 10일 이하로 짧게 제한하고 소유권 국가등록 절차를 신속하게 만드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국영 은행인 '프롬스뱌지방크'가 이런 거래의 주관사로 지정됐다.
이 대통령령의 취지는 러시아와 외국의 다양한 회사들의 매각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며, "만약 EU가 러시아 자산 몰수를 개시한다면 러시아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러시아 측 입장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이탈리아의 우니크레디트와 오스트리아의 라이파이젠 방크 인테르나치오날 등유럽 금융업체들부터 펩시코, 몬델레즈 등 미국 식품업체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서방 측 기업 수백개가 여전히 러시아에서 영업하고 있다.
크렘린궁은 입장을 묻는 블룸버그통신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으나,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EU에서 논의되는 계획에 대해 "러시아 자산을 불법으로 몰수하는 것이며 도둑질"이라고 말했다.
1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비공식 정상회의에 모인 유럽연합(EU) 회원국 정상들은 제재로 동결된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을 우크라이나 지원금으로 활용하자는 EU 집행위원회의 제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2일 같은 도시에서 열리는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에서도 이 제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EU 집행위원회는 벨기에에 있는 중앙예탁기관(CSD)인 유로클리어에 묶인 러시아 자산 중 만기 도래로 현금화된 1천400억 유로를 우크라이나에 무이자 대출금 형태로 제공하는 '배상금 대출'을 추진하자고 제안한 상태다.
러시아 측은 이를 EU가 러시아 자산을 몰수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으나, EU 측은 이 방안이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완전히 몰수하는 것은 아니며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전쟁 배상을 할 경우에는 동결됐던 자산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전한 지난해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 발언에 따르면 서방 측이 동결해둔 러시아 자산과 동일한 금액의 서방 측 자산을 러시아가 동결해둔 상태다.
러시아는 이런 방식의 대칭적 대응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공언해왔다.
러시아는 또 동결해둔 서방 측 자산에서 나오는 이익을 러시아 정부가 동결해둔 특별 은행 계좌에 입금하고 있다.
EU 관계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원조를 줄인 것을 계기로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완전히 몰수하지는 않되 우크라이나 지원에 활용하는 방안을 강하게 추진해왔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이자 대출은 러시아가 전쟁 피해에 대해 우크라이나에 전쟁배상금을 지불할 경우에만 상환이 이뤄지게 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1일 "군사 지원을 위해 보다 구조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이런 방식의 지원을 추진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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