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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男커플’이 ‘친자식 임신’ 가능해졌다…피부로 난자 만들어 수정 성공

헤럴드경제 장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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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男커플’이 ‘친자식 임신’ 가능해졌다…피부로 난자 만들어 수정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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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와 난자가 수정되는 과정을 표현한 3D 이미지. [123rf]

정자와 난자가 수정되는 과정을 표현한 3D 이미지. [123rf]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한·미 공동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사람의 피부 세포에서 추출된 DNA로 난자를 만들고 정자와 수정시켜 초기 배아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노화나 질병으로 아이를 낳지 못했던 이들은 물론, 동성 커플도 두 사람 모두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자녀를 가질 수 있게 된다. 다만, 성공률이 9%에 그치고 안전성 확보도 과제로 남아 있다.

지난 달 30일(현지시간) 가디언,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와 한국 차의과대 공동 연구진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피부 세포핵을 추출해 난자 만들고 정자와 수정시켜 초기 배아를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본래 생식은 남성의 정자와 여성의 난자가 만나 수정된 뒤 9개월이 지나 아기가 태어나는 과정이다.

하지만 이번 실험은 사람의 피부 세포에서 시작된다.

연구팀은 먼저 피부 세포에서 핵을 추출했다. 핵에는 인체를 만드는데 필요한 모든 유전 정보가 담겨 있다.

이 핵을 유전 정보가 제거된 기증 난자 속에 넣은 뒤, 세포 분열 과정을 거쳐 난자가 염색체 절반을 버리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82개의 기능성 난자를 만들어냈다.

이들은 정자와 수정됐고, 일부는 초기 배아로 발달했다. 다만 6일 이상 발달하지는 못했다.

오리건 보건과학대 배아세포·유전자 치료 센터를 이끄는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교수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일을 이뤘다”고 말했다.


다만 이 기술은 아직 완성 단계에는 한참 못 미친다. 일부 배아에서는 염색체 이상이 발견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성공률도 약 9%에 그치고, 염색체가 DNA를 재배열하는 핵심 과정도 빠져 있다.

현재로서는 과학적 발견 단계일 뿐 임상에 적용할 수준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술은 정자나 난자가 없어 체외수정을 받을 수 없는 부부를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난자가 없는 고령 여성이나 정자 생산이 부족한 남성, 암 치료로 불임이 된 이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

이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미탈리포프 교수는 “기술을 완벽하게 다듬어야 한다”며 “결국 미래는 이 방향으로 갈 것이다. 아이를 가질 수 없는 환자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기술은 여성의 피부 세포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남성의 피부 세포도 쓸 수 있다.

이는 동성 커플이 두 사람 모두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이를 가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예컨대 남성 동성 커플의 경우, 한 사람의 피부로 난자를 만들고 다른 남성의 정자로 수정하는 식이다.

오리건 보건과학대 폴라 아마토 교수는 “난자나 정자 부족으로 불임을 겪는 수백만 명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물론, 동성 커플도 두 사람 모두와 유전적으로 이어진 아이를 가질 길을 열어주는 결과”라고 말했다.